(엑스포츠뉴스 수원, 김현세 기자) "좋은 흐름을 가져가는 투수는 많이 쓸 수밖에 없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12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한화와 연습경기를 앞두고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을 보면 홍건희와 이영하가 잘 던지고 있다. 단기전에서는 좋은 흐름을 가져다 주는 선수를 많이 쓸 수밖에 없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최동원 선배도 확실한 카드였지 않나"라고 말했다.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치고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한 두산은 플레이오프까지 7경기 가운데 6경기에서 선발 투수를 5회 이전에 내렸다. 외국인 선수 워커 로켓과 아리엘 미란다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국내 선발 투수 3명으로만 선발진을 꾸려야 했는데, 이 가운데 최원준을 제외하면 곽빈과 김민규는 상수로 평가하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살아남은 건 이영하, 홍건희, 이현승, 김강률이 뒤에서 헌신한 덕분이다. 그중 이영하는 지난 LG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이닝 투구에 그친 김민규 뒤에 등판해 4이닝을 끌고 갔고, 홍건희는 삼성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2구로 3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김 감독의 과감한 선택이 통한 것도 단기전에서만큼은 확실한 카드로 밀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이영하와 홍건희가 무너지면 끝이었다"고 돌아 보기도 한다.
이 감독도 단기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도자다. 다만 한국시리즈는 앞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처럼 3전2선승제가 아닌 7전4선승제로 치르기에 긴 호흡이 필요하는 걸 기본 전제로 한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경기 운영이 다를 거다. 확실하지 않다면 총력전은 신중해야 한다. 네 경기를 이겨야 한다. 우리는 선발로 이끌어 온 팀이다. 선발들을 최대한 믿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1, 2차전에서 투수력으로 버티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는 "우리처럼 기다렸다가 뛰는 팀은 1, 2차전 정도에는 투수가 잘 막아 줘야 한다. 그러면 그 안에 타격감이 올라오기를 바랄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3, 4차전 안에도 끝날 수 있다. 해태 때도 투수들이 처음에 잘 막아 줬다. 힘 있는 투수들이 막다 보면 타격감이 살아나서 3, 4차전에 끝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두산도 우리도 서로를 다 알고 있다. 숨겼다가 나올 선수는 없지 않나. 누가 나오든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또 '숨겨 둔 카드가 있느냐'는 물음에 "한번 보세요. 나중에 다 말씀드릴게요. 의외성이 있다면 있을 거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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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