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윤승재 기자) “지난 5년간의 가을은 추웠어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이 무산된 지난해, 구자욱은 한국시리즈가 열린 고척돔을 찾았다.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 한 구석에서 구자욱은 다른 팀들의 축제 현장을 지켜보며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지난 5년 동안 구자욱은 그렇게 씁쓸한 가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2021년, 드디어 가을야구 그라운드를 밟을 기회가 찾아왔다. 삼성이 최소 3위를 확보하면서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지은 것. 한동안 관중으로 바라만 봤던 가을야구 무대에 직접 주연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구자욱은 지난 5년을 되돌아보며 “너무나 추운 가을을 보낸 것 같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는 “이런 마음들이 선수들을 더 강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라면서 6년 만에 가을야구에 복귀한 소감을 전했다.
구자욱은 1군 데뷔 시즌이었던 2015년, 왕조의 끝자락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하지만 데뷔 시즌이었던 만큼 우승 경험은 얼떨떨하기만 했다. 구자욱은 “그때를 돌이켜보면 너무 어린 선수였고, 형들 따라가기만 바빠서 좋은 분위기들을 잘 못 느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5년이란 시간 동안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구자욱은 이제 마냥 따라가기만 하는 막내 선수가 아닌, 어엿한 팀의 주축 선수로 거듭나 팀의 가을야구를 주도하는 입장이 됐다. 구자욱은 “5년 전에는 형들에게 얹혀서 가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형들과 ‘같이 가는’ 느낌을 받아 더 뜻깊은 시즌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의 1위 탈환엔 구자욱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지난 22일과 23일 열린 운명의 KT 2연전에서 구자욱은 결정적인 순간 홈런을 때려내고 다이빙 캐치로 위기를 지워내는 등 공수주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1위 탈환을 이끌었다. 이후 24일 SSG전에서는 추격의 솔로포를 쏘아 올리면서 팀의 극적인 3-3 무승부를 견인, 팀의 선두 수성을 이끌기도 했다.
이제 남은 경기는 3경기. 경쟁팀들보다 잔여경기가 적어 자력 우승은 힘들긴 하지만, 6년 만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구자욱에게 방심은 없다. “지키는 것이 더 힘들다.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경기가 더 중요하고,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겠다”라면서 뜨거운 가을을 앞둔 각오를 전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대구 윤승재 기자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