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배우 김혜은이 살해된 아들 사건을 발판으로 성공의 욕망을 드러내는 캐릭터를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9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더 로드 : 1의 비극'(이하 '더 로드')은 폭우가 쏟아지던 밤 참혹하고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침묵과 회피, 실타래처럼 얽힌 비밀이 기어코 또 다른 비극을 낳는 스토리를 그린 미스터리 극.
김혜은은 극중 직업, 학벌, 스펙, 외모, 완벽한 가정까지 남들이 선망하는 모든 걸 다 가졌음에도 늘 성공과 욕망에 갈증이 큰 BSN 심야뉴스 앵커 차서영 역을 맡았다. 아들 최준영(남기원 분)이 친구 서은수(윤세아)의 남편이자 직장 상사 백수현(지진희)와 불륜으로 태어났다는 비밀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이태원 클라쓰' '우아한 친구들' 이후 약 1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김혜은은 살해된 아들 사건을 이용해 앵커로서 성공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는 비정한 어머니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엑스포츠뉴스가 김혜은과 서면 인터뷰를 갖고 종영 소감 및 비하인드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혜은과의 일문일답.
Q. '더 로드' 종영 소감 전해주세요.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던 작품이라서 아직까지 저한테 여운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끝났는데도 되돌려보기를 하면서 내 연기가 부족하고, 여전히 작품 중인 것 같이 느껴져요. 11부를 봤다가 3부를 봤다가 하면서 '왜 연기를 저렇게 했지' 이러면서 아직까지 보고 있어요."
Q. 예전 꿈이었던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더 로드'를 통해 이루게 됐네요. 작품으로 꿈 꾸던 직업을 만나게 된 소회는 어땠나요.
"신기해요(웃음). 배우를 하지 않았으면 앵커의 모습을 하고 앵커를 경험할 수 없었겠죠? 내 과거의 꿈이었던 직업이 내 역할로 와서 그 역할에 맞는 그 장면이 나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것도 나이 먹어서 되게 신기한 일 아니에요?"
Q. 헤어스타일은 물론 메이크업, 액세서리까지 화려함을 추구하는 '차서영' 캐릭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들었습니다.
"(차서영 역할이) 처음에는 화려하고 패셔너블하게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2회에서 죽다 보니까 계속 상복을 입고 있고 이후의 상황이 감정적으로 붙어있어서 옷을 갈이 입을 수가 없고 컬러를 바꿀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날짜들이 붙어서 D-5까지 나오고, 드라마 12회 중에서도 날짜가 쪼개져서 시간이 빠르게 넘어가지 않는 상황이었잖아요.
거의 블랙으로 변화를 줬어야 했는데 캐릭터 특성상 블랙만 입을 수 없어서 블랙 안에서 차서영에게 맞춰서 어떻게 변주할지에 대한 고민들이 많았어요. ‘시청자들이 과연 블랙만 입고 나오는 걸 좋아하실까?’, ‘나는 상중이지만 화면으로 봤을 때 답답하지 않을까?’라고요. 그나마 제가 컬러감을 줄 수 있는 역할이 저 하나인데 그래서 컬러감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Q. '차서영'을 연기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 그리고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사실은 너무 힘들었어요. 중점을 둔 부분은 이 여자를 어디까지 이해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처음에 대본을 딱 받았을 때 ‘이런 여자가 세상에 있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나중에는 그 누구보다도 연기를 하는 배우가 캐릭터를 잘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속에 차서영을 담느라 힘들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아이들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가 발생했고, 그 일이 제 연기를 살리는 계기가 됐어요.
‘학대받다가 죽은 아이가 만약 목숨을 부지해 잘 살았다 하더라도 바르고 중심을 갖춘 눈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어쩌면 자기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서 성공을 지향했거나, 그 성공도 균형 잡힌 것이 아니라 그냥 인정받기 위한 것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학대를 받았다면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차서영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몰라서 이렇게 살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정말 불쌍한 여자죠. 모든 게 도구화된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부분을 나쁘게 보는 게 아니라 제가 한 영혼을 두고 상상을 해 본 거예요. 아이가 죽지 않고 목숨을 부지하고 살았다면 살아남아야하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성공이지 않았을까. 학벌, 좋은 직장, 그리고 누구나 다 아는 앵커의 자리라면 학대당하고 자존감이 낮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서 그렇게 사는 게, 어쩌면 너무 갑자기 다 이해가 되는 거예요. 그런 아이라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뭐든 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왜냐하면 자기 스스로 값진 사람이라는 것을 본인 스스로 모르고 자랐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자신이 살아있는 이유를 무엇으로 찾을지 생각하니까 모든 게 이해가 됐어요. 처음에는 이해가기 힘들었는데 아이가 자라온 과정을 상상하면서 어른이 된 차서영, 아이 차서영을 연결해 보니까 이해가 됐어요."
([엑's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 = 인연엔터테인먼트, tvN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