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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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란 말이 '똥' 취급받을 일인가 [엑's 이슈]

기사입력 2021.08.31 02:30 / 기사수정 2021.08.30 21:31



(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그룹 슈퍼주니어 김희철이 최근 유기견 관련 발언으로 받은 지적과 우려를 '똥' 취급하는 모양새다. 자신의 발언에 동물보호단체까지 우려를 표했으나, 정작 본인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김희철은 지난 26일 첫 방송된 JTBC 예능 '개취존중 여행배틀 - 펫키지'(이하 '펫키지')에서 "유기견을 키운다는 게 진짜 대단한 것 같다. 강아지 전문가들은 강아지 키우고 싶은 사람들한테 유기견을 절대 추천 안 한다. 유기견들이 한 번 상처를 받았어서 사람한테 적응되는 게 너무 오래 걸리면 강아지 모르는 사람은 사람도 상처 받고, 강아지도 또 상처 받고. 진짜 경태, 태희 아빠 대단한 것 같다"며 경태 태희 견주를 비롯한 유기견을 키우는 이들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해당 발언은 자칫 유기견은 키우기 어렵다는 인식을 심고, 유기견에 대한 여러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에 방송 후인 27일, 동물보호단체 카라도 나서 "시민단체를 비롯해 수많은 후원자, 봉사자, 그리고 시민들이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구호를 외친다. 펫숍에서 전시되는 동물들이 어떻게 '생산'되어 경매장에 붙여지고 판매되는지, 또 번식장(강아지공장/고양이공장)에 남은 동물들의 고통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냈다.

카라는 "유기견에 대한 잘못된 인식(건강하지 않다/행동문제가 있다/트라우마가 있다)을 바꾸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는 한편, 유명인의 말 한 마디가 유기견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키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유기동물은 제각기 개별성을 가진 생명으로서 성격도, 건강상태도 모두 다르다. 사람이 어떻게 보호하느냐에 따라 친화적이고 구김살 없는 건강한 동물이 될 수도 있고, 그 동물의 성격과 기질에 따라 몇 년이 걸려서야 겨우 마음을 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유기견은 ~하다'라고 재단하는 것 자체가 동물을 대상화하고 물건과 같이 취급함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판이 이어졌지만 해당 발언을 그대로 노출한 '펫키지' 측과 김희철은 모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후 30일, 김희철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우리집 강아지 기복이는 관심받고 싶을 때면 '똥Show'를 보여준답니다. 눈 앞에서 똥을 막 싸면서 돌아다닌단 말이죠. '기복이 이놈 새끼야 여기다 싸면 어떡해' 이러고 혼내는데도 오히려 좋아해요. 우리 기복이 같은 개들이 또 똥을 잔뜩 싸놨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거이거 자꾸 관심 주면 신나서 더 쌀 텐데 뭐, 그래도 똥은 치워야겠죠? 아름다운 기사 한번 볼까요?"라는 글과 함께 관련 기사 링크를 남겼다.

김희철은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치 채널을 통해서 해명하기도 했다. 김희철은 해당 논란을 언급하며 "유기견은 이미 한 번 버려져서 상처가 큰 강아지다. 그런 유기견을 더 사랑해주려는 것만으로 일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에게 교육도 받아야 한다. 상처나 트라우마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충분한 지식과 교육을 받지 않으면 유기견이 또 더 큰 상처를 받는 것이다. 그래서 경태 아버지가 대단하다고 말한 것"이라며 "이 얘기는 생명과 동물에 대한 얘기이지 않나. 생명을 키우려는 분들은 대단하고 아름다운 일을 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니까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에 꺼낸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또한 일부 악성 게시물 작성자에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해당 발언이 의도와 다르게 해석된 부분이 있다면 인정하고 바로 잡으면 될 일. 그러나 김희철은 자신의 발언에 우려를 표한 이들을 두고, 이유 없는 비난을 퍼붓는 악플러들과 같은 '똥' 취급을 하고 있는 듯한 게시물을 올렸다.

자신을 비판한 이들, 즉 공격하고자 하는 대상에 키우는 개를 빗대어 쓴 부분도 의도 파악이 쉽지 않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한들, 유명인의 발언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이를 수용하고 바로잡을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유기동물 인식 개선을 위해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캠페인이 오랜 시간 이어져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활발히 이뤄지는 시대, 학대에 가까운 번식 과정을 견디는 펫숍 동물들의 실태를 잘 모르는 무지함과 파급력 있는 방송의 힘이 더해져 편견을 키웠다. 여기에 해당 논란이 지속되자 반려인들에게 '유난'이라는 또 다른 편견이 재생산된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유기동물이든 아니든, 다른 생명과 함께하고자 할 땐 신중해야 한다. 유기동물이든 아니든 무책임한 사람의 손에선 언제든 유기될 수 있다. '반려동물'을 내세운 프로그램에서 실수를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발언에 공감한다는 듯 방송을 그대로 내보낸 제작진, "그런 의도가 아닐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에 적절하지 못한 피드백으로 실망감을 키운 출연자가 함께하는 '펫키지'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다.

사진=JTBC 방송화면, 김희철 인스타그램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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