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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카타르!] 2022 월드컵, 왜 카타르였을까…3가지 이유

기사입력 2011.01.25 11:08 / 기사수정 2011.01.25 11:12

유태양 기자

[엑스포츠뉴스=카타르, 유태양] 2022년 월드컵 개최지가 카타르의 도하로 결정된 날, 한국인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왜 카타르지? 아니 그보다 카타르가 어디야?'

왜 카타르였을까?
 
첫째, 우선 2000년대 말부터 축구 시장에서 불고 있는 중동 발 모래 폭풍을 들 수 있겠다.

현재 세계 축구계를 움직이는 큰 두 손은 러시아의 올리가르히(구소련 해체 후에 부상한 신흥 재벌)와 중동 걸프 지역의 왕족들이다. 이들은 세계 곳곳 축구계에 경쟁하듯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붇고 있다.

러시아의 아브라모비치가 첼시 FC를 사들이자 몇 년 만에 UAE의 왕족이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한 것이 좋은 예다. 2006년 월드컵 직후 국가대표 김동진과 이호가 러시아로 이적했고, 2010 월드컵 직후엔 국가대표 이정수와 조용형이 카타르 리그로 이적했다. 중동 왕족들은 자국의 인지도를 높이고, 그들 소유 기업의 지속적인 홍보를 위해 축구단을 소유하거나,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다.

아스날이 UAE의 국영 기업 Fly Emirates를 메인 스폰서로 하는 대가로 UAE가 아스날에게 에미레이츠 스테디움을 지어 주었고, 맨체스터 시티가 UAE의 또 다른 국영 기업 Al etihad 로고를 가슴에 달고 뛰는 것이 좋은 예다. (-맨체스터 시티 구단주 가문인 알 나흐얀 가문은 Al etihad의 소유주 이기도 하다-)

▲ 아부다비 공항에 서있는 알 이티하드 항공기. 이티하드는 맨체스터 시티 구단주이자 아부다비 왕가인 알 나흐얀 가문의 소유 기업이다.

둘째, 수십 년간에 걸친 중동의 축구 외교의 저력이다.

2002년 한국 월드컵 개최에는 한국 축구 외교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듯, 그동안 중동 지역은 월드컵 개최를 위해 축구 외교에 힘을 기울여 왔다. 아시아 축구 협회(AFC)의 회장이 카타르 출신의 함맘, 피파 부회장이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출신인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특히, 투표 때마다 이슬람 형제애로 똘똘 뭉쳐 몰표를 행사하는 아랍인들은 이번 2022년 월드컵 선거와 피파 부회장 선거에도 큰 힘을 발휘했다. 중동과 맞닥뜨리는 대회마다 석연치 않았던 판정에는 이런 외교적 상황도 한몫했다.
 
셋째, 중동 걸프 지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도권 다툼이다. 걸프만 연안의 세 도시, 카타르의 도하와 UAE의 아부다비, 두바이는 지역 경제의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 중이다. 맨체스터 시티가 아부다비 왕족가문에게 성공적으로 인수되자, 이번에는 카타르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수설이 흘러나오기도 하였다.

아부다비에 적을 두고 있는 국영 항공사인 이티하드(Al etihad)와 두바이에 적을 두고 있는 국영 항공사 플라이 에미레이츠(Fly Emirates)가 각각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날의 스폰서를 맡고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

부연하자면 같은 UAE 국영 항공사라도 플라이 에미레이츠는 두바이가 거점, 알 이티하드는 아부다비가 거점이다. UAE는 연방 왕국 형태라 두바이와 아부다비의 통치 가문이 다르다. 이 세 도시의 묘한 경쟁 심리가 축구계에도 반영되어, 도하가 다른 두 도시를 앞서가기 위해 월드컵 개최에 몰두하여 성공했다.


 
▲ 현재 중동 지역은 이티하드, 플라이 에미레이츠, 카타르 항공이 가격 경쟁중이어서 비교적 저렴하게 중동행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
 
우리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 개최를 두고 돈벼락 외교의 승부라느니 사상 최악의 졸속 월드컵이라니 비아냥대기 바쁘다. 한국이 이란을 상대로 승리를 겨두자 언론사들이 일제히 중동 국가들의 아시안컵 4강 전멸을 자축하며 내심 정신적 승리를 선언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세계 축구 외교는 비정하다.

우리가 암만 '오일 머니의 돈 승리, 아시아 최강 한국 축구'를 외친다고 해도, 2022년 월드컵 개최 성공으로 카타르, 중동 축구가 얻게 될 것, 그리고 우리가 잃게 될 것은 너무나 많다.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한 FIFA 프레젠테이션에 카타르의 대표로 왕비가 직접 참여했다. 카타르는 여성의 사회 참여가 극히 제한된 이슬람교 국가다. 과연 우리에게 이 정도 열성과 노력이 있었는지, 스스로 다시 한번 물어보는 태도가 필요하진 않을까.



유태양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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