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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열심히 안 했다? 동의 못 해" 베이징 영웅 소신 발언

기사입력 2021.08.13 05:01 / 기사수정 2021.08.13 03:09

김현세 기자

(엑스포츠뉴스 고척, 김현세 기자)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야구 대표팀의 주장 김현수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이번 대회의 포지션별 최고 선수로 선정할 만큼 맹활약했음에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최종 순위 4위로 대회를 마감한 뒤에는 방송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렸다.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며, 최선을 다했음에도 응원에 보답하지 못한 것에 죄송해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금메달을 이끈 김경문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목표로 했다. 13년 전과는 선수 구성부터 많은 게 달랐음에도 디펜딩 챔피언의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었다. 모든 스포츠의 목표가 승리라 하지만, 김현수를 비롯해 2008년 베이징 대회에 출전했던 강민호, 오승환는 물론이고 이들을 제외한 21명의 선수는 13년 전의 영광을 재현해야 한다는 것까지 당연시해야 했다.

경기장 밖에서는 또 한국 야구 대표팀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 있었다. 올림픽 휴식기 전에는 KBO리그 선수들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과 음주로 공분을 산 이들이 있었는데, 이중에는 한국 야구 대표팀의 선택을 받은 박민우와 한현희가 있었다. 더구나 이로 인해 사상 최초로 리그가 멈추며 갈 곳을 잃은 시선들이 한국 야구 대표팀을 향했다.

결과적으로 한국 야구 대표팀은 선수들의 도덕적 해이에 실망한 야구 팬들까지 달래지는 못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접전을 연출했고 패색이 짙을 때에는 경기를 뒤집는 저력도 보여 줬지만 일각에서는 선수들의 실력적인 면이 아닌 정신력을 문제삼았다. 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분석과 비판보다는 비난이 주를 이뤘다. 분산돼 있던 비난 여론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껌을 씹던 강백호를 향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4위로 마감한 한국 야구 대표팀의 경기력을 부끄러워했다. 그런데 연장 승부치기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둔 오프닝 라운드 이스라엘전, 끝내기 승리로 녹아웃 스테이지 2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던 도미니카공화국전, 11-1로 대승을 거두며 준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던 이스라엘전을 잊었다. 심지어 우리보다 상위 전력으로 평가받던 일본과 준결승전에서도, 4점을 주고 시작했음에도 뒤집는 저력을 보여 준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한순간에 승부가 갈렸을 뿐 팽팽한 접전을 연출하며 전력 약화 평가에도 맞섰다.

지난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용규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사실 선수들을 굉장히 많이 응원했다. 우리 팀의 김혜성 선수에게도 일본전을 앞두고 영상통화를 해 '이기라'고 '파이팅하라'고 했다. 많이 안타깝고 아쉽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말에는 나 역시 동의할 수 없다. 실력적으로 부족했다면 그건 직접 뛴 선수들도 느꼈을 거다"라며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걸 굉장히 많이 느꼈다. 그만큼 위축돼 있다 보니 초구, 2구에 좋은 공이 들어오는데도 원래대로 자신의 스윙을 하지 못하더라"라고 말했다.

큰 부담으로 인해 선수들의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거라는 게 이용규의 생각이다. 그는 "쫓아가야 하는 경기 양상이 되면 생각도 많아진다. 그러면서 몸도 경직된 것 같았다. 좋은 타격을 하는 선수들이지만 부담을 느낀 만큼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이겨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13년 전의 베이징에서는 투수와 타자의 짜임새가 좋았던 것도 있다. 그런데 그 대회에서는 운 좋게도 컨디션들이 좋았던 것 같다. 여러가지가 잘 맞아떨어졌다 보니 우리의 생각대로 경기가 풀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방이 잘 풀렸던 거다. 반대로 우리는 잘 풀리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더 큰 부담을 갖고 임했던 것 같다"고 봤다.

이용규는 또 "좋은 결과 내기를 바랐다. 아쉽지만 다음 국제 대회에서는 이번 올림픽을 교훈으로 삼아서 철저히 대비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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