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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주 "39살에 처음 받은 용돈…할머니, 1년간 전단지 알바로 모았다고" [전문]

기사입력 2021.07.29 17:59

이슬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슬 기자) 서동주가 할머니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서동주는 2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갓 태어난 나를 돌봐준 것은 할머니라고 했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는 어린 시절 서동주가 할머니에게 안겨 찍은 사진과 현재의 서동주가 할머니를 안아주는 사진이 담겼다. 서동주는 "뼈만 남은 엄마가 혼자 키우기엔 유독 예민한 나였다"라며 "할머니는 매일 코피를 쏟으며 나를 업고 다녔다고 했다. 할머니가 아니었음 나는 이렇게 건강하게 크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라고 어린 시절을 전했다.

하지만 할머니의 정성을 기억하지 못 한다는 서동주는 "(할머니는) 우리 엄마에게 받은 용돈을 모아 미국에 있는 친척들과 사촌 동생들에게 갖다 주는 그런 사람이었다"라면 대면대면했던 사이를 이야기했다.

서동주는 엄마 서정희가 큰일을 겪고 할머니와 같이 살게 되며 "우리 셋은 가족으로서, 여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라고 동지애가 생겼다고 말했다. 할머니, 서정희, 서동주는 서로를 보듬고 사랑할 수 있게 됐다.

얼마 전 할머니에게 첫 용돈을 받은 39살 서동주는 "생전 처음 겪는 상황에 나는 기쁘다기보다는 놀라서 물었다"라며 "늘 용돈을 주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고민하다가 지난 1년간 전단지 알바를 해서 내 용돈을 모았다고 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서동주는 "울컥했다"라며 "어떻게든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고 매일 되뇌게 되는 전쟁터 같은 삶에 지쳐 어제도 그제도 무너질 뻔 했는데… 사실 난 혼자가 아니었다"라고 할머니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한편, 서정희의 딸 서동주는 SBS 예능 프로그램 '골(Goal)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하고 있다.

다음은 서동주 글 전문.

갓 태어난 나를 돌봐준 것은 할머니라고 했다. 뼈만 남은 엄마가 혼자 키우기엔 유독 예민한 나였다. 잠은 한숨도 자지 않으면서도 희한하게 기운은 차고 넘쳐 24시간 누군가가 붙어있어야 했단다. 그래서 할머니는 매일 코피를 쏟으며 나를 업고 다녔다고 했다. 할머니가 아니었음 나는 이렇게 건강하게 크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

물론 나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기억 속 할머니는 나나 동생보다는 사촌 동생들을 더 많이 챙기는 사람이었다. 우리 엄마에게 받은 용돈을 모아 미국에 있는 친척들과 사촌 동생들에게 갖다 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때 한국에 돌아오면 할머니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꽤 있었지만 깊은 대화를 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가족이지만 한편으로는 남 같기도 한 그런 대면 대면한 느낌이 있었다.

그러다 엄마가 큰 일을 겪는 바람에 할머니가 엄마와 아예 같이 살면서 챙겨주게 되었을 무렵 나, 엄마, 그리고 할머니에게는 동지애 같은 것이 자라났다. 우리 셋은 가족으로서, 여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니, 서로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서서히 녹아져내려갔다고 해야겠다. 각각 성향은 정말 다르지만 그래도 보듬을 수 있었고 사랑할 수 있었다.

얼마 전 할머니와 저녁을 먹게 되었다. 할머니가 햄버거가 먹고 싶다길래 배달 앱으로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왠 봉투 하나를 내민다. 어리둥절하며 받아드는데 용돈이란다.

여든이 넘은 할머니가 서른아홉 살 난 나에게 주는 첫 용돈. 할머니는 여태껏 단 한번도 나에게 용돈을 준 적이 없었다. 생전 처음 겪는 상황에 나는 기쁘다기보다는 놀라서 물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무슨 날도 아닌데 왜 돈을 줘? 돈이 어디서 났어?

할머니는 말했다. 늘 용돈을 주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고민하다가 지난 1년간 전단지 알바를 해서 내 용돈을 모았다고 했다. 1년 동안 더운 날에도 추운 날에도 매일 전단지 알바를 했을 할머니의 모습이 내 머릿속을 마치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다.

울컥했다. 내가 서른아홉 살이나 먹은 어른이든 직업이 있든 돈이 있든 말든 할머니에겐 아직도 갓난아이인가 보다. 그래서 아직 용돈도 주고 싶고 배가 터질 때까지 밥도 먹이고 싶고 아껴두던 초콜릿도 꺼내주고 싶고 그런가 보다.

어떻게든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고 매일 되뇌게 되는 전쟁터 같은 삶에 지쳐 어제도 그제도 무너질 뻔 했는데…사실 난 혼자가 아니었다. 코피 흘려가며 나를 업고 어르고 달래주던 할머니도 있고, 매일 다투지만 그래도 의지가 되는 엄마도 있고. 나만 믿고 살아가는 강쥐들과 냥이도 있다.

서른 아홉살에 받은 할머니로부터의 용돈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다.

나 기운 낼게 할머니.

사진=서동주 인스타그램

이슬 기자 dew8942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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