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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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되어라' 용구삼촌 한정호 "미술→배우 후회 안해, 조급함 없어요" [엑's 인터뷰③]

기사입력 2021.06.30 11:07 / 기사수정 2021.06.30 13:12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배우 한정호는 MBC 드라마 ‘밥이 되어라’에서 진정성 있는 연기로 용구를 그려냈다. 하지만 인터뷰를 위한 사진 촬영에서는 포즈를 취하는 것이 어색하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시종 진솔하고 진중하게 인터뷰에 임한 한정호에게 실제 성격을 물었다.

“친한 사람들 앞에서는 말을 많이 할 때도 있고 나름 유머가 있다고 생각해요. 조용할 때도 있고 수다스러울 때도 있어요.”

한정호는 '밥이 되어라'에서 용구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맹순(김민경 분)의 착한 아들이자 오복(조한준)을 아끼는 삼촌이다. 지능이 조금 떨어지는 42세 시골 총각으로 순박한 심성을 지녔다. 뛰어난 연기 덕분에 실제로 장애가 있는 배우가 아니냐는 궁금증을 갖는 시청자가 있을 정도다.

그런 그의 이름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같은 배우가 맞나 할 정도로 용구 삼촌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의 프로필 사진이 나온다.

“연극 ‘강택구’에서 북한 탈북자로 나왔는데 연출님의 제안으로 수염을 길렀을 때 찍은 거예요. 연극에서 특이한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밥이 되어라’도 새로운 인물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운이 좋게도 용구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가족도 좋아하세요. 아무래도 대학로에서 연극만 했는데 시청자에게 더 많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고 특히 어머니 나이대 어르신들이 많이 보시잖아요. 주위 사람들이 얘기해주니 어머니가 많이 좋아하셨죠.”

13년 차 배우 한정호는 연극 무대에서 기반을 다졌다. 2009년 연극 ‘사랑의 헛수고’를 시작으로 ‘우리 마을’, ‘쥐덫’, ‘펠리칸’, ‘울고 있는 저 여자’, ‘강택구’, ‘황금용’, ‘고시원 연쇄 화재사건’, ‘중첩’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8월에는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한국식으로 옮긴 작품에도 출연한다.

“지금도 가야 할 길이 많지만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요. 너무 힘든 순간도, 좋은 적도 있었죠. 자랑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게으르지 않았다는 생각이에요. 번아웃이 와서 3개월 여행을 간 것 외에는 1년에 서너 작품을 하며 쉬지 않고 달려왔어요. 현실적으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부모님에게 돈을 제대로 가져다드리지 못하는, 금전적인 부분 등 힘든 과정이 있긴 했지만 배우의 길을 후회해 본 적은 없습니다.”  

사실 한정호는 화가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고3 때까지 만화가를 꿈꾼 미술학도였다. 입시 미술을 준비하다 몇십 명이 똑같은 흉상을 그리는 모습에 회의감이 들어 도중에 뛰쳐나왔단다. 이후 그는 초등학교 때 학예 발표회에서 연극 ‘김가네 이가네’를 재밌게 연기한 기억을 떠올렸고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한정호는 올해 마흔이다. 배우로서는 이르지 않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지만, 조급함은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주위에서 이어서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 기회가 오면 너무 감사할 뿐이에요. 저 자신은 정작 불안한 마음이 안 들더라고요. 예술인처럼 도를 닦는 기분이 들어요. 꾸준히 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해요. 좋게 봐주시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해요.”

드라마는 ‘달콤한 나의 도시’(2008), ‘사생활’(2020)에 출연했다. 현재 종영을 앞둔 ‘밥이 되어라’에서 용구 삼촌 역으로 존재감을 발산했다.

“고정으로 하는 건 처음이어서 남달라요. 앞으로도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을까 하죠. 다 도전인데 좋은 기회, 도전할 기회가 오면 앞으로도 감사하게 하지 않을까 해요. 사연이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아픔이든 행복이든 사람마다 각자의 사연이 있잖아요. 손에 박힌 가시처럼 아픈 것도 있을 것이고, 그런 것을 티 내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저희들이라고 보거든요. 그런 인물을 연기할 때 매력을 느껴요. 용구도 상상할 게 많았거든요. 구체적인 장애가 쓰여 있는 게 아니어서 상상을 많이 했어요.”

한정호에게 배우로서의 지향점을 물으니 상대를 빛나게 하는 배우라는 답이 돌아왔다. 상대의 연기가 돋보이면 자연스럽게 자신도 빛이 날 거라는 이야기다.

“어릴 때는 연기가 뭘까 이래저래 생각했어요. 결론은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같이 하는 분이 더 빛났으면 좋겠다, 그 사람이 돋보였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러면 같이 빛날 수 있을 테니까요. 대중들이 그 배우가 누구와 연기했었는데 뭐였지?, 그 장면이 좋았던 것 같은데 찾아볼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배우가 되길 바라요.

연극을 하면서 느낀 적이 있거든요. 연기를 잘 모르고 나 혼자 힘이 들어가서 연기는 이런 것이라고 했는데 전혀 아니더라고요. 상대가 빛나면 무조건 저도 같이 빛나더라고요. 그런 연기를 하고 싶어요. 제 연기 때문에 상대의 연기가 더 잘 나왔으면 하고 그런 연기자가 되려고 노력 중이에요.”

사진=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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