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배우 박정자가 임준혁, 오승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가운데, 강하늘을 언급해 웃음을 자아냈다.
윤석화가 연출하고 박정자가 출연하는 연극 ‘해롤드와 모드(19 그리고 80)’가 5월 1일부터 23일까지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공연한다. 자살을 꿈꾸는 19세 소년 해롤드가 유쾌한 80세 노인 모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소동과 두 사람 사이의 우정, 사랑을 다룬 블랙 코미디이자 컬트 연극이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사랑을 통해 역설한다. 콜린 히긴스 작가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동명 영화(1971)로 먼저 알려졌고 1973년 히긴스에 의해 연극으로 탄생됐다.
한국에서는 1987년 김혜자, 김주승 주연으로 초연했다. 한국 연극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배우 박정자는 작품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박정자의 연극 ‘해롤드와 모드(19그리고 80)’는 2003년부터 18년간 5번의 연극 (2003, 2004, 2006, 2012, 2015)과 1번의 뮤지컬(2008)로 관객과 만났다. 해롤드 역할에 김영민, 이종혁, 강하늘 등을 배출했다.
22일 서울 중구 페이지 명동에서 진행된 연극 ‘해롤드와 모드(19 그리고 80)’ 기자간담회에서 박정자는 "80세라는 건 핑계가 아닌가 싶다. 80세를 기다렸는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오늘 여러분들과 같이 만나게 됐다. 오늘 아침에 눈을 뜨면서, 그리고 이 장소로 오면서 '참 감사하다', 모든 시간에,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고 내게까지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졌다"라고 털어놓았다.
박정자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유쾌한 할머니 모드 역을 맡았다.
그는 "'해롤드와 모드'를 7번째 만난다. 2003년에는 한 회로 공연을 끝낼 줄 알았다. 관객과 만날 때 나보다 관객이 더 좋아하더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 공연을 80세까지 해야 한다고 스스로 약속했고 주위에 많은 분들, 관객들에게도 일방적으로 얘기했다. 속으로는 '박정자의 아름다운 프로젝트 19 그리고 80'이었다. 한 배우가 이 나이까지 하는 게 기네스북 같은 곳에 안 오르려나 이런 생각을 했다. 80세라는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처음 연극을 시작한 그 마음으로 이번에도 좋은 배우들, 스태프들과 무대를 만들어보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80세를 맞아 '해롤드와 모드' 마지막 공연에 임하는 박정자는 "어떤 사람은 '90세까지 하지'라고 얘기한다. 이제 더 욕심은 없다. 가벼울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아주 사뿐하게, 가뿐하게 '해롤드와 모드'를 이쯤에서 무대에서 내려오는 게 더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마 이 자리에서 내가 제일 당연히 나이가 많겠지만, 가볍고 싶다. 다음에는 윤석화 씨가 모드를 할 수도 있다. 그러면 객석에서 즐겁게 모드를 바라볼 거다. 누군가는 이제부터는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면 어떠냐고 하는데 내가 이 나이 먹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다시 거꾸로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이를 먹어 참 편해지고 매사에 감사한 마음이 많이 생겼다. 아마 이 나이가 되면 느낄 거다"라고 밝혔다.
작품에 대해서는 "젊은이들에게 특별히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는다. 연극을 보는 관객들은 굉장히 똑똑하고 예민하다. 특히 초대권이 아닌 표를 사서 스스로 극장에 온 관객들은 연극을 만드는 우리보다 몇 발자국 앞서 간다고 생각해 더 조심스럽다. 내가 모드라는 80세의 할머니를 볼 때 정말 무공해다. 가진 게 하나도 없다. 물론 극중에 마지막 부분에는 그야말로 80세의 생일에 스스로 삶을 택한다.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굉장한 도전이고 용기가 부럽다"라며 극 중 모드를 언급했다.
박정자는 "특히 여성 관객이라면 인생에서 내 롤모델이 바로 모드다. 모드 같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라면 환경을 걱정할 것도 없고 네 것 내 것 싸우거나 욕심을 부릴 일도 없다. 연극 배우 박정자가 모드를 롤모델로 삼듯 많은 관객이 무대를 바라보듯 나도 80세의 모드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죽음을 꿈꾸는 19세 소년 해롤드 역에는 임준혁, 오승훈이 캐스팅됐다.
박정자는 "연극은 더블 캐스팅이 별로 없는데 이번에 행운이고 적금을 탔다. 두 해롤드를 만나서 기대하는 게 크다. 앞으로 이 인연을 통해 그대들의 무대를 지켜볼 거다. 역대 해롤드를 다 초청하려고 한다. 이 작품이 끝나면 다른 해롤드와 모드가 올려질 텐데 기대된다"라고 거들었다.
2015년에 강하늘과 호흡을 맞추고 칭찬한 바 있는 박정자는 "솔직히 강하늘보다 훨씬 더 미남들이다. 강하늘이 들으면 큰일나겠다"라며 웃었다. 임준혁, 오승훈은 손사래를 치며 당황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정자는 "매번 해롤드를 무척 사랑했다. 사랑하지 않으면 연기가 안 된다. 무대에서 싫은 사람이 있으면 눈도 마주하기 싫다. 정말 사랑이 있어야 한다. '해롤드와 모드'에서는 입을 맞추는, 키스하는 장면이 있다. 그냥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장면에서 슬쩍 내가 긴장을 한다. 모드의 마음이, 또는 해롤드의 마음이 그 순간에 가장 순수하게 아름답게 만나는 찰나가 아닐까 한다. 더블로 두 해롤드를 만나게 돼 감사하다"라며 애정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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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