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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높은 韓 영화, 봉준호 주목"…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밝힌 '스파이의 아내' [종합]

기사입력 2021.03.09 19:36 / 기사수정 2021.03.09 19:36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한국에서 '스파이의 아내'를 개봉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9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스파이의 아내'(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언론시사회 및 화상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일본 현지에서 온라인으로 인터뷰를 갖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파이의 아내'는 1940년대 고베의 무역상 유사쿠(타카하시 잇세이 분)가 만주에서 목격한 엄청난 비밀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하자 아내인 사토코(아오이 유우)가 이를 만류하며 벌어지는 서스펜스 드라마. 특히 그동안 금기시되었던 일제의 전쟁범죄를 소재로 담아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또한 '스파이의 아내'는 '큐어'와 '도쿄 소나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첫 시대물로 지난해 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했다. 또한 일본 최고 권위의 영화 잡지 키네마준보가 선정한 2020년 최고의 일본영화로 뽑히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일본 톱배우 아오이 유우가 평온한 가정을 지키길 원했던 평범한 일본 여성 사토코 역을, 일본 라이징 배우 타카하시 잇세이가 세상에 악을 고발하기 위해 애쓰는 코스모폴리탄 유사쿠 역을 맡았다. 가시데 마사히로는 일본제국에 충성하는 헌병 분대장 타이지로 인상적인 악역 연기를 펼쳤다. 

이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스파이의 아내'가 한국에서 개봉하게 돼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세계 에 여러 영화가 있는데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것만이라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잘 부탁드린다"며 영상으로 인사를 전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첫 시대극이기도 한 '스파이의 아내'는 일본제국이 패망하던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는 "이 시대는 사회와 인간이 좋지 않고 긴장된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며 "지금까지는 주로 현대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 영화들을 만들 때도 인간의 자유와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리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지금 현대사회를 무대로하면 무엇이 진정한 행복이고 자유인지 또렷이 제시할 수 없었다. 전쟁 중이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그려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전부터 시대물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고베'를 배경으로 한 이유로는 "고베는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와의 무역이 빈번한 항구도시였다. 수많은 외국으로부터의 정보와 물건이 자유롭게 오가는 동네였기 때문이다"며 "고베는 이 이야기에 매우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저로서는 처음으로 작업했던 시대물 영화였다. 현대극 영화와 달랐던 건 각본에 쓰인 대사 자체가 현대어와 다른 옛스러운 말투라는 부분이다. 배우들은 그 말투를 외워서 현장에서 보여야 했다. 다른 영화라면 애드리브를 할 수 있고 현장에서 새로운 장면들을 추가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짜여진 각본 그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각본대로 한다는 것은 제약이기도 했지만 완벽하게 영화 자체를 컨트롤 해서 만드는 것이라 재밌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정 인물을 모델로 한 영화인지 묻는 질문에는 "모델은 없었다"고 답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완전한 픽션이었다. 영화 속 캐릭터는 제가 다 만든게 아니라 각본가들이 만들어 낸 인물이다. 그들에게 특정인을 모델로 했는지는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영화에는 태평양 전쟁과 생체실험을 한 731부대가 등장한다.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균형을 어떻게 맞췄는지에 대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원래부터 많은 예산이 준비된 영화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는 큰 테마가 들어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그 이야기들을 설명하면서 일상 생활만으로도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고, 일상을 많이 벗어나지 않으면서 주제를 전하려고 노력했다. 영화를 보신 바 처럼 두 사람의 대사만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조금 더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 이상을 하려고 해도 예산적인 문제가 있었다. 아내(사토코)의 눈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특히 스파이가 아닌 스파이의 아내 사토코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 것에는 "방금 말했듯 사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았다. 스파이가 전장에 가거나 만주에 가서 본 일들을 제대로 그려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실 예산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지만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이변들이 조금씩 생기고 그것들이 일상에 뛰어들어 오는 면을 표현한 건, 지금껏 만들어온 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다 호러 영화의 서스펜스 효과와도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아오이 유우와 타카하시 잇세이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이유도 전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일본에는 매우 많은 배우들이 있지만 여배우 중에서 가장 뛰어난 배우는 아오이 유우라고 생각한다. 남자 배우 중에는 타카하시 잇세이가 최고의 연기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는 실력이 뛰어난 분들을 캐스팅하고 싶었다. 그것이 이 두 사람을 캐스팅 한 이유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이어 "사실 대사 자체가 옛스러운 말투로 쓰여져서 평소와 다른 연기가 필요했다. 꼭 연극적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연극적인 대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생각했을 때 이 두 사람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7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스파이의 아내'로 감독상(은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매우 기뻤고,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에서는 수많은 해외영화제에 나가지 않은 영화와 아직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이 매우 많다. 저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제 영화를 봐주시고 이렇게 한국 관객들이 보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수상은 여러모로 아주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현재 눈 여겨보는 젊은 해외 감독들에 대해서는 "세 분이 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봉준호 감독님이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끝으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수준 높은 영화를 만드는 한국, 한국의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고 기대를 전했다. 이어 "일본영화 중에서도 이렇게 특이한 영화가 있구나, 무겁지 않게 가볍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스파이의 아내'는 오는 25일 개봉한다. 116분. 12세 이상 관람가.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엠엔엠인터내셔널㈜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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