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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영 “난 연기로 주목 받지 못할 거란 생각…‘비밀의 남자’는 전환점” [인터뷰 종합]

기사입력 2021.02.08 18:50 / 기사수정 2021.02.08 18:40



[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드라마 속 자신의 ‘짤’을 보여주며 호탕하게 웃어 보이고, 연기적인 칭찬에 대한 기쁨을 숨기지 않는다. ‘비밀의 남자’ 속 악녀 한유라와는 전혀 다른 유쾌함을 가진 배우 이채영이 작품과 연기 활동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다.

KBS 2TV 일일드라마 ‘비밀의 남자’(극본 이정대, 연출 신창석)에서 한유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이채영이 작품의 종영을 앞두고 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밀의 남자’는 사고로 일곱 살의 지능을 갖게 된 한 남자가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을 마주하며 복수를 위해 질주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최고 시청률 21%를 돌파하는 등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은 오는 10일 105회를 끝으로 종영한다. 

이채영이 연기한 한유라는 끊임없는 욕망으로 여러 악행을 저지른 ‘역대급 악녀’ 캐릭터. 그럼에도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은 이채영은 “현장에서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어 감사했다. 덤으로 시청률도 잘 나오고 한유라 캐릭터도 많이 사랑해주셔서 시원섭섭한 감정이 아니라 섭섭하기만 하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이 담긴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이채영은 한유라 캐릭터가 사랑 받은 이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그는 “시대를 잘 만난 것 같다. 현재 2, 30대 사람들에게 유라의 모습이 있을 것 같다. 정말 너무 열심히 사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유라는 심지어 능력도 있었는데, 외부의 영향으로 좌절하고 꿈을 이룰 수 없게 되면서 흑화했다”며 “유라가 했던 행동은 나쁘지만 변해가는 과정은 공감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작품에는 시청자들이 빌런들의 자극적인 행보에 지치지 않도록 가족적인 사랑 이야기도 많이 들어있었다. 한유라의 악행에 서사가 부여되는 부분이 있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그는 “악행을 저지르는 사이사이 오아시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비밀의 남자’ 속 악녀 한유라는 이채영을 만나 더욱 입체적으로 살아났다. 한유라는 화장대도 너무 많이 쓸었고, 따귀도 많이 때렸다. 이에 이채영은 그의 행동에 디테일적으로 조금씩 변화를 주고자 했다고. 많은 악행을 저지르는 만큼, 이채영은 “최대한 보는 시선을 다르게 가려고 했다”며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고심한 지점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유라는 감정이 많은 인물이 아니다. 자기 자신 뿐이다. 사회적 소시오패스다. 이득이 되지 않는 사람은 배제시킨다. 동정심을 얻고 들어가서 마음을 주게끔 만드는 인물”이라며 “누구보다 감정적인 사람이었지만 누구에게도 감정을 주지 않았다. 자신에게만 너그럽고, 자신만 사랑하고, 자신만 억울한 그런 사람”이라고 자신이 이해한 한유라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몰입을 위해 가족들과도 잘 안 만났다는 이채영은 한유라와 비슷한 부분 역시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살면 너무 살기 힘들지 않겠나”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채영은 “시청자분들은 전지적 시점으로 다들 봐주시지 않나”라며 이미 많은 빌런들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한유라에 더욱 몰입해 열(?) 받게 만들고자 했음을 밝혔다. “호흡을 다르게 주고자 했다. 한유라가 이렇게 흥분해 있는데 어떻게 똑 부러지게 말을 하겠나. 제가 여러 버전을 준비해 감독님을 귀찮게 했더니 감독님도 ‘알아서 해라’ 하면서 믿어주셨다”며 ‘진짜’ 상황처럼 느껴 한유라의 악행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고자 했다고 했다. 덧붙여 그는 “그래야 한유라가 무너질 때 더 통쾌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첫 촬영을 시작으로 8개월을 촬영했음에도 아직도 여운이 깊게 남았다는 그는 한유라 캐릭터가 특히 자신에게 특별한 이유를 밝히기도. 그는 “제가 유독 빌런 역할을 할 때 사랑해주시더라. 많은 배우들이 있는데 어떤 느낌의 라인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며 “제가 연기로 주목받고 시작했던 배우가 아니었다. 옛날엔 이렇게 연기적인 질문을 하고, 연기적으로 논해질 수 있는 날이 올까 싶었다”고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지난해 ‘비밀의 남자’로 ‘2020 KBS 연기대상’에서 여자 우수상을 수상했던 그는 “처음으로 칭찬을 들은 작품이었다”는 소감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자신이 연기적으로 언급되는 것에 대해서도 꾸밈없이 기쁨을 드러낸 이채영은 해당 작품이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눈을 빛냈다.

그는 “제가 그동안 빌런을 안 했던 사람이 아닌데도 이런 반응을 주신 다는 게 남다르다. 다른 연기는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얼마나 큰 칭찬이고 행복한 일이겠나. 너무 좋더라. 칭찬에 춤을 추고 싶을 정도”였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그는 “연기라는 게 이렇게 재밌고 매력 있는 거구나를 깨닫게 한 작품이다. 전작들도 재밌고 좋았지만 즐기진 못했던 것 같다. ‘잘 해내야 돼’ 부담감이 있었다. 이번 작품은 부담감 보다 즐거웠다”고 이야기했다.

기대에 대한 부담감이 따를 법도 하지만, 그는 “무섭지 않다”고. 이채영은 “제 자신을 너무 사랑해주지 않았던 것 같다. 100가지의 모습이 있는데 연기로 보여준 모습은 20도 안 돼 보이더라. 저는 앞으로 80정도 보여줄 게 남아있는 사람이다. 제 스스로 닫아두고 제 자신을 믿지 못했던 것 같다. ‘날 연기로 좋아해주지 않을 거야’ 눌려있던 부분이 있었다.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많이 남았다는 생각에 무섭지 않다”며 “빨리 다른 작품을 만나 싸워보고 싶다”고 밝히며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케 했다.

도전이 두렵지 않다는 이채영의 올해 가장 큰 목표는 “2020년도 연기보다는 밀도 있는 연기”를 하는 것. 그는 “어떤 캐릭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거 하나는 약속하겠다. 더 노력하겠다. 지금 책이나 영상에서 영감을 얻으며 재료를 쌓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2007년 데뷔 후 꾸준히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해온 이채영은 2020년이 된 지금, 연기의 새로운 매력을 깨닫게 됐다. 오랜 세월이 흘러 비로소 연기적으로 주목을 받고, 즐기게 된 ‘물 오른’ 배우 이채영이 잘 쌓아온 재료들을 어떻게 쓸지, 하루 빨리 또 다른 작품에서 그를 만나길 기대해본다.



jinhyejo@xportsnews.com / 사진=박지영 기자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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