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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무죄' 강은일 "우울증·공황장애 앓아, 사람 덕에 버텼죠" [엑's 인터뷰②]

기사입력 2021.02.08 13:30 / 기사수정 2021.02.08 13:47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강은일은 이상의 조각난 자아 중 하나인 17세 소년 해를 맡아 열연 중이다. 순수함, 갈등, 고뇌, 혼란 등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한다. 

”해는 어떤 인물일까 따로 구분했어요. 어쨌든 다 김해경이지만 사랑과 그리움, 따뜻함은 홍이 겪고 있고 폐병 환자의 아픔은 초가 갖고 있어요. 그 안에서 혼란스러움과 혼돈이 오고 결정을 하는 선택의 순간에 놓일 때 분해 된 것 같아요. 고통스러워 다 버리고 깨끗하고 순수한 아이 같은 마음을 갖고 싶은 거죠. 글을 쓰고 싶으면 마음대로 쓰고요. 그런 표현을 쓰는 사람이 있나 싶었고 납치까지 하면서 바다를 꿈꾸는 게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아이처럼 순수하게 살고 싶은 게 아닐까 했어요.“ 

창작 뮤지컬 ‘스모크’는 이상의 시와 삶을 소재로 한다. 시를 쓰는 고통과 현실의 괴로움으로 모든 걸 포기하고 세상을 떠나려는 '초(超)', 순수하고 바다를 꿈꾸는 해(海), 그들에게 납치된 여인 '홍(紅)' 세 사람이 함께 머무르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담는다.

이상은 ‘오감도’, ‘날개’ 등으로 유명한 비운의 천재 시인이다. 

”너무 힘들면 쉬고 싶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잖아요. 백지상태를 원한 게 아닐까 해요. ‘연기를 마시면 나의 머리는 백지상태가 된다’는 구절이 있거든요. 바라던 모습이 해인데도 고통스럽구나 해요. 항상 반대되는 의미를 생각해요. 뭔가 먹고 싶다는 건 못 먹었기 때문이고 보고 싶은 건 못 봐서 그렇고 사랑하고 싶은 것도 사랑을 안 하고 있을 때여서 그런 거잖아요. 살고 싶지만 살 수 없는 환경에 놓여 불안하고, 죽지 못했기 때문에 죽고 싶다 하는 거죠.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살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에요. 얼마나 도돌이표일까 슬프고 안타까워요.“ 

‘스모크’에서 휘몰아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그다. 반면 ‘올모스트 메인’에서는 달달하고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전한다. 두 작품을 같은 시기에 병행하는 그는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원래 저를 가만히 못 놔두고 계속 무엇을 하는 스타일이에요. 성격이 섬세하고 꼼꼼하고 부지런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부지런하지 못할 때 불안하거든요. 체력은 괜찮아요. 튼튼하죠. (웃음) 다른 작품이면 못 했을 텐데 ‘올모스트 메인’은 옴니버스 형식이고 에너지를 많이 쓰는 건 아니어서 무리는 없어요. ‘스모크’와 다른 작품을 병행하는 건 상상도 하기 싫어요. ‘스모크’는 조금 다운돼 있는데 ‘올모스트 메인’은 다 또래여서 기운이 밝아지고 사랑 얘기다 보니 가벼워져요. 리프레시가 되죠. 그리고 ‘스모크’에서 에너지를 쏟고요. 지금은 행복해요.“ 

연기를 하는 지금이 좋단다. 그도 그럴 것이 강은일은 그간 공백기를 보냈다. 

”사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이 연기하는 거기 때문에 이것도 나고 저것도 나라고 생각했어요. 힘들지 않았어요. 어떤 날에는 사랑하는 마음을 연기하고 어떤 날은 절망과 희망을 느끼는 연기를 하고요. 둘 다 에너지를 쓰는 작품이라면 못했을 거예요.“ 

앞서 강은일은 2018년 3월 지인들과 술자리를 갖던 중 동석한 여성 A씨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지만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폐쇄회로(CC)TV 영상 및 현장검증 결과 강은일의 주장이 설득력 있고, A씨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강은일의 무죄를 확정했다. 억울함은 풀었지만 힘든 시간을 다 지울 순 없었을 터다.

”약도 먹고 병원도 가고 절망적인 생각을 했는데 (주위) 사람들 때문에 버텼어요. 생각이 많다 보니 잠도 안 오고 일도 못 하고 건강 상태가 안 좋아졌어요. 공황장애, 우울증 같은 질병이 뒤따라오는 거예요. 많이 힘들어 버티려고 병원에 다녔어요.“ 

강은일은 지난해 11월 SNS에 ”이제 용기를 낸다. 무대가 너무나 간절했고, 다시 연기를 할 수 있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지금 이 모든 것이 꿈만 같다. 더욱 간절히 임하겠다. 최선을 다해 보여드리겠다"며 각오를 다진 바 있다. 

누명을 벗고 다시 무대에 선 강은일은 "새로 태어난 기분"이라며 소회를 털어놓았다.

”그동안 연기, 뮤지컬만 했어요. 꿈이 배우여서 공부했고 학교를 나왔고 오디션을 보는 데 시간을 쏟았어요. (사건으로) 한순간에 연기를 못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무대는 다시 연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무대 안에서 관객들을 직접 만날 수 있고 극을 이해해주고 저를 이해해주고 응원해주는 것에서 용기를 얻은 것 같아요. 관객을 만날 공간은 무대 말고는 없잖아요. 무대에서 기운을 받아요. 대학로에서 처음 무대에 오른 게 ‘스모크’였어요. 새로 태어나 새로 올라가는 느낌이어서 뜻깊어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윤다희 기자,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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