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1.23 00:36 / 기사수정 2007.11.23 00:36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지난 21일 MBC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에는 이례적으로 프로 스포츠 선수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삼성 라이온즈의 '양신' 양준혁(38. 사진)이었지요.
스캔들이나 가십거리의 진위를 캐묻던 이전의 '무릎팍 도사'와는 달리 양준혁의 '무릎팍 도사'는 내용이 비교적 훈훈했습니다. 1992년 쌍방울 레이더스의 2차 지명을 거부하고 상무를 택해 이듬해 고향 팀 삼성으로 향했던, 통산 최다안타(2095개), 최다 루타(3554개) 등 6개 부문에서 통산 1위를 달리면서도 최우수선수 같은 비 계량 부문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그의 선수생활 등이 잠시나마 엿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절실하게 느꼈던 대목이 있습니다. "나는 열심히 뛰는 데 사람들은 막 웃더라고요."라며 웃던 양준혁의 말. 경기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양준혁의 타격폼, 뛰는 모습, 수비 자세 등은 그야말로 '모양 빠지는' 모습입니다.
모양이 안 나오는 양준혁
개인적으로는 3번 타자에 이승엽(31. 요미우리 자이언츠)이 타석에 서고, 4번에 양준혁이 섰을 때 큰 대비점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체구의 이승엽이 오른발을 살짝 들었다가 타격을 하고 짙은 쌍꺼풀을 앞세우며 여심을 흔들면 다음엔 양준혁이 들어서 '비교체험 극과 극'을 보여 주었습니다.
다리는 대중 교통수단에서 지탄을 받는 '쩍벌남' 스탠스에, 앞쪽으로 약간 쏠린 듯하다가 타격 후 양손을 머리 위로 치켜드는 '만세 타법'. 173cm의 '개다리 스탠스'를 갖춘 다네다 히토시(36. 요코하마 베이스타스)가 귀여움과 개그를 갖췄다면 188cm의 양준혁은 개그와 우악스러움을 표출합니다.
그래도 15시즌 통산 타율은 3할 2푼(331홈런 1272타점)이군요. 올 시즌 양준혁은 .337의 타율로 KIA 타이거즈 이현곤(28)에 이어 2위를 기록하는 등, 나이를 잊은 듯한 타격을 보여주었습니다.
양준혁은 타격만 모양이 안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큰 체구 때문에 베이스 러닝 때는 무서우면서 웃기는 광경을 연출하며 외야 수비 시에는 '만세 수비'우려를 낳기도 합니다.
그러나 양준혁은 올 시즌 최고령 20-20(22홈런 20도루)을 기록하는 등, 통산 도루 189개(역대 13위)를 기록 중인 '호타준족'입니다. 낙구 지점 포착 능력이 떨어져 위태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외야수비이지만 2004' 시즌 14개의 보살(송구로 상대 주자를 아웃시키는 것)을 기록하며 전체 외야수 중 1위를 기록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죠.
성실한 '거성' 양준혁
양준혁은 프로 입단 시부터 야구 전문가들에게 난도질당한 타자 중 한 명입니다. 바로 타격폼 때문이죠. '어린 선수들이 절대 배워서는 안 되는 타격폼'으로 낙인이 찍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쩍벌남 스탠스'는 큰 흔들림이 없었고 팔을 위로 올려버리는 만세 타법 또한 타구에 힘을 끝까지 싣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양준혁은 이 우스꽝스러운 타격폼으로 자신만의 타격 메커니즘을 확실하게 구축,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타자'의 자리에 가까이 가고 있습니다.
양준혁의 경기 모습을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한 가지는 누가 봐도 확실한 땅볼 타구에 1루까지 열심히 뛴다는 점입니다. 그에게 '슈퍼마켓에 라면 사러 가는 듯한' 주루 플레이를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수비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이 떨어지는 지점을 포착하는 능력이 다른 외야수들에 비해 떨어지지만 그는 열심히 달립니다. 미끄러져 뒹굴어도, 펜스에 부딪히는 위험이 있어도 그냥 열심히 뛰고 굼뜬 듯한 동작으로 성실한 외야 송구를 보여줍니다.
15시즌 연속 세 자리 수 경기 출장, 세 자리 수 안타에 한 시즌 80개를 넘지 않는 삼진 개수. 천부적인 재능을 갖췄더라도 그간의 부단한 노력이 없다면 기록할 수 없는 성적입니다.
양준혁과 비슷한 세대에 있는 선수들 중 주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선수는 두산 베어스의 1루수 안경현(38), 한화 이글스의 마무리 구대성(38)과 현대 유니콘스의 주전 포수 김동수(39) 정도에 그칩니다. 기량과 체력의 내림세가 당연한 시기입니다.
그 와중에도 양준혁은 2006' 시즌(.303 13홈런 81타점 12도루)에 비해 2007' 시즌 타점을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337 22홈런 72타점 20도루)
특히, 그의 2007' 시즌 장타율 .563은 1999년 이후 최고의 성적입니다. '타고투저'의 양상이던 1999년과 달리 '투고타저'의 양상이던 2007' 시즌을 감안하면 놀라울 따름입니다.
양준혁이 만일 꽃미남 외모에 매력이 줄줄 흐르는 타격폼, 화려한 수비, 날렵한 뒷태 등을 갖췄더라면 어땠을까요? '소녀떼'를 몰고 다니는 '아이돌 선수'로 우뚝 섰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너무 완벽한 인간은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존재'입니다. 양준혁은 어설픈 폼으로 웃음을 사지만 그 모습에는 그의 재능과 땀이 함께 서려 있습니다. 어설퍼도 잘하는 양준혁. 그가 바로 진짜 '훈남'일 것입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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