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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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일본의 배구 열기와 실세.

기사입력 2007.11.22 05:24 / 기사수정 2007.11.22 05:24

조영준 기자

    
(이번 월드컵에서 일본팬들에게 인기를 얻고있는 문성민과 김요한)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19일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2007 FIVB 월드컵 국제 남자배구 대회에 참가한 한국 팀은 홈팀인 ‘영원한 라이벌’ 일본에게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를 당했습니다. 아무리 대학선수 위주로 결성한 팀이라지만 힘도 한번 못써보고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한국팀의 맥없이 무너지게 된 이유는 바로 경기장인 사이타마 아레나에 몰린 2만 5000여명의 팬들의 위압감이 컸습니다. 늘 텅 빈 경기장에서 뛰어온 대학선수들에겐 참으로 낯선 분위기였을 것입니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대회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대회가 아니라 명칭처럼 국제배구연맹(FIVB)에서 주관하는 대회입니다. FIVB의 회장국은 멕시코이고 아시아연맹의 회장국인 중국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국제적으로 가장 영향력 높은 배구 국가입니다.

  전통적으로 배구는 일본의 인기스포츠로 군림하였습니다. 일찍부터 많은 국제배구대회를 개최해왔으며 여자배구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경력도 있었습니다.(68년 도쿄 올림픽, 76년 몬트리올 올림픽) 그리고 야구와 축구 다음으로 가장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종목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배구의 인지도가 높은 나라는 프로리그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이탈리아와 남녀 배구에서 세계 최강의 실력을 가진 브라질, 최근에 프로리그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 유수의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는 러시아, 그리고 일본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거대한 스포츠 자본과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일본은 그것을 이용해 세계배구시장의 메카로 자리 잡았습니다.

  작년 세계선수권도 일본에서 열렸으며 월드컵 대회는 이제 일본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열리면 생소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내년 5월에 있을 올림픽 예선마저 일본에서 열립니다. 대륙별 대회가 아닌 제법 굵직하다하는 국제배구대회는 겨의 일본에서 열린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일본 개최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시장성 때문입니다. 우선적으로 일본에서 국제배구대회가 열릴 경우, 공중파 방송국 중 한 채널이 독점 중계권을 따갑니다.(이번 월드컵 대회는 후지 TV)그리고 초저녁 메인시간대에 방송되는 배구 중계의 시청률은 상당히 높습니다.

  일본 스포츠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는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스의 라이벌 전이 15~20% 정도 나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수치를 따라잡는 스포츠가 바로 배구 중계입니다. 특히 여자배구의 인기가 높은 근래엔 일본 여자팀의 경기가 있을 시에는 요미우리-한신전에 버금가는 시청률을 자랑합니다. 실제로 지난번 2004 아테네올림픽 종목 중에서도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경기 중 하나가 바로 여자배구 한일전이었습니다.

  이렇게 시청률이 높으니 자연적으로 광고수익은 올라가고 TV 중계료로만 벌어들이는 수입에 있어서는 일본을 따라갈 국가는 없습니다. 그리고 일본팀의 경기가 아닌 다른 국가들 간의 시합에도 관중들은 몰려듭니다. 비록 가장 일찍 시작하는 평일 낮 경기는 드물지만 저녁 시간대에 벌어지는 경기는 일본경기 못지않게 관중석이 채워집니다.

  훌륭한 경기장 시설에 배구 경기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주는 팬들은 입장료 수익에서도 긍정적인 플러스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내 유명한 스포츠 용품 기업들(의류·신발은 아식스, 배구공은 미카사, 마케팅은 덴쓰)은 배구경기에 스폰서를 차처하며 그것을 이용해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펼칩니다.

  스포츠 마케팅이 가장 발전한 미국을 보더라도 슈퍼볼과 메이저리그, 그리고 NBA의 마케팅을 볼 수 있지만 배구라는 종족을 가지고 이렇게 대대적인 스포츠 마케팅이 가능한 국가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전 세계 배구시장의 메카가 되었고 다소 일방적으로 볼 수 있는 국제대회 유치가 가능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또한, FIVB의 후원금을 가장 많이 내는 국가는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마케팅을 통한 일본기업들이 FIVB에 내는 후원금을 보면 상당한 액수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만큼 일본이 국제배구에서 ‘큰손’ 노릇을 하고 있으며 실세로 나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배구에 대한 거대한 시장성도 있지만 그러한 일이 있게 했던 뜨거운 배구 열기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국에서 펼쳐지는 홈 어드밴티지의 온갖 특혜를 누리고 항상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일본팀의 배경은 이러한 요인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이탈리아만큼 세계 최고의 프로리그를 갖춘 것도 아니고, 브라질처럼 수많은 배구선수와 유망주들이 넘치는 국가가 아니더라도 배구를 하는데 있어 일본만큼 환경이 좋은 곳도 드물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에 비하면 우리 대표팀의 환경은 비교되기가 안쓰럽습니다. 지난 아시아선수권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그 흔한 전력분석관은 이미 일본에선 10년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정보력이 대단한 일본은 자신들이 성장할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으며 한국의 대표적인 김연경과 이경수등의 선수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있습니다.

  경기장의 결과는 선수들만의 노력으로 이룩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일찍부터 배구의 인기를 바탕삼아 이토록 국제배구의 실세로 자리 잡은 일본을 한국이 실력으로 누르기 위해선 선수들의 기량이 십분 발휘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라도 조성돼야 할 것입니다. 


  <사진 = 대한배구협회>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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