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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연기로 변화하는 삶 나쁘지 않아, 시간 지날수록 책임감 커져"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20.11.16 07:30 / 기사수정 2020.11.20 01:06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이제훈의 유쾌한 얼굴이 영화 '도굴'(감독 박정배)을 통해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배우 스스로에게도 작품 속 캐릭터를 통해 실제 자신에게도 긍정적인 힘을 얻는 계기가 됐다.

11월 4일 개봉해 상영 중인 '도굴'은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 분)가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 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짜릿한 판을 벌이는 범죄오락영화. 이제훈이 연기한 강동구는 흙 맛만 봐도 유물이 있는지 알아내는 천부적 직감을 지닌 타고난 천재 도굴꾼. 밉지 않은 능청스러운 매력으로 남다른 자유분방함을 전한다.

"이렇게 말도 많고 깐죽거리고 까부는 캐릭터는 처음이었어요"라고 캐릭터를 소개한 이제훈은 "사기꾼의 기질도 있으면서 능글맞고 천연덕스럽게 표현하는 부분들이 평소의 저와는 굉장히 간극이 있어서 어떻게 표현해야 되나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렇지만 사실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 흐름만 따라가면 저절로 무언가가 샘솟는, 즐거움이 있었죠. 현장 가는 것이 정말 행복했고, 배우들끼리의 앙상블도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드라마 '시그널'(2016)과 '내일 그대와'(2017), '여우각시별'(2018)을 비롯해 영화 '박열', '아이 캔 스피크'(2017), 올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사냥의 시간'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여 온 이제훈은 "'도굴'은 여태까지 제가 촬영했던 작품들 중에서 오히려 다른 생각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장에 올 수 있었던 영화였다"라고 꼽으며 "저를 정말 잘 받아주시고 믿어주시고, 제가 가는 방향에 있어서 다들 뭔가 함께 하고자 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죠"라고 떠올렸다.

영화를 통해 스스로 변화를 느낀 부분도 함께 전했다. 이제훈은 "저라는 사람은 보통 사람들을 만나고, 가까운 친구들을 만나도 이야기를 경청하는 타입이었어요. 이야기하는 것에 반응하고 맞장구쳐주고 '내 의견은 그래' 이러면서 먼저 이야기를 듣는 스타일이었죠. 그런데 '도굴'을 하면서 엄청 많이 떠들고 다니고, 사람들과 만났을 때도 뭔가 주도하려고 하는 어떤 제스처들이 불쑥 나오더라고요. 그게 흥미로웠어요"라며 웃었다.


"제가 그런 모습을 보였을 때, 나쁘지 않게 받아주시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이제는 현장에서 저도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선배님들을 만나거나 했을 때는 말수가 많이 없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조금 두서가 없더라도 더 편하게 말을 건넬 수 있는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지점들이 연기를 하면서 경험을 한다고 하는 것 같아요. 평소의 제 일상은 그다지 다양하지 않아요. 취미도 없고, 특기도 없거든요.(웃음)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제일 좋고, 막 활발하게 이제훈이라는 사람의 일상을 보내오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연기를 하면서 경험하고 느끼면서 제 삶을 많이 변화시키는 지점들이 생기죠. 그 변화가 나쁘지 않고요.(웃음)"

영화를 향한 이제훈의 남다른 관심과 애정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지난 해 10월 양경모 감독, 김유경 PD와 뜻을 모아 영화제작사 '하드컷'을 설립했고 작품을 준비 중이다.

이제훈은 "좋은 콘텐츠를 찾고 있고, 선택한 작품에 집중하고 있어요. 내년에는 보여드릴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래도 지금 영화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조심스럽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네요. 하지만 영화를 만들고 작품을 개발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쉬지 않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우여곡절 끝 지난 3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 영화 '사냥의 시간'으로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공개하게 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제훈은 "'사냥의 시간'이 공개됐을 때 영화를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이 작품을 보고 그것에 대한 느낌을 바로 리뷰를 써주시더라고요. 파급력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저라는 사람을 소개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굉장히 득이 많이 됐던 것 같고요. 영화를 보고 감사하게 되는 환경이 확장이 된 부분에 있어서는 고무적인 것 같죠"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또, 영화를 온전히 집중해 즐길 수 있는 극장에 대한 관심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다양한 OTT(Over The Top,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서비스가 국내로 들어오게 되는 시점을 앞두고 있는데, 다양한 콘텐츠를 안방에서 정말 간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영화라는 것은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봤을 때 좀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게는 극장에서 영화를 봤을 때 다가오는 재미나 감동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요즘에는 극장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영화의 재미를 또 느끼는 부분에 있어서 극장만한 곳이 없다는 마음이죠. 시간이 지나도 없어져서는 안 될 곳이라고 생각하고요. 우리가 연극이나 뮤지컬을 직접 가서 봤을 때 TV 드라마나 영화와 다른 느낌을 얻듯, 공간이 가지는 어떤 특색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유지가 되면서 많은 분들이 그런 문화 환경을 잘 즐길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도굴' 개봉을 앞둔 지난 10월에는 '사냥의 시간'으로 관객과의 대화(GV)를 위해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을 찾기도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로 인해 거리두기 등 온전히 진행될 수는 없었던 현장을 직접 바라봤던 마음은 남달랐다.

이제훈은 "굉장히 감사한 시간이었죠. 극장에서도 관객들과 거리두기를 하고 만나잖아요. 가까이에서 봤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제일 컸어요. 오랜만에 그렇게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았거든요. 영화를 통해 배우와 감독, 제작진이 관객 분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 크고요.  해외 영화제도 그렇고 모든 영화제들이 제대로 열릴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안타깝지만, 어서 빨리 슬기롭게 잘 극복되기를 너무나 바라고 있죠"라고 얘기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배우'라는 이름이 가진 책임감을 점점 더 느껴가고 있는 지금이다. '도굴' 이후에도 이제훈은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등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기다리고 있다.

"배우로서 단순히 연기를 잘한다는 측면뿐만이 아니라, 영화를 잘 만들고 그 이후에 관객 분들께 어떻게 잘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같아요. 제가 앞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또 어떤 모습들이 있을까 궁금하죠. 아직까지도 저 스스로는 그려지지 않은 모습들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좋은 작품 속에서, 또 제게 어울리는 모습으로 저를 찾아가며 잘 그려나가고 싶어요."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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