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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노트북] 정지훈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가족 얘기 아끼는 이유"

기사입력 2020.11.01 10:00 / 기사수정 2020.11.01 08:52


[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저는 정말 제 가족이 다치는 것을 원치 않아요. 드러내놓고 가족 얘기를 하는 것은 조심스럽죠. 저는 어머니에 관한 죄책감이 너무 많이 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족을 다치게 하면 이성적인 판단이 안돼요." (2019.02.20. '자전차왕 엄복동' 인터뷰 중)

가수 비, 혹은 배우 정지훈. 가수로 데뷔해 연기로 활동 폭을 넓힌 이들 중, 비만큼 두 이름이 잘 각인돼있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2002년 데뷔 후 시트콤 '오렌지'(2002)를 시작으로 드라마 '상두야 학교 가자'(2003)를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정지훈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할 때는 본명 정지훈을 사용하며 대중에게 폭넓게 이름을 알리죠. 2008년에는 영화 '스피드 레이서'로 할리우드에도 진출하고, 이듬해 '닌자 어쌔신'까지 누구보다 활발한 활약을 펼쳐옵니다. 201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보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노래와 연기로 개성을 드러내고 있고요.

2019년 2월, '자전차왕 엄복동' 개봉을 앞두고 있는 정지훈을 만났습니다. 국내 영화로는 2012년 '알투비:리턴투베이스' 이후 7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었죠. 정지훈 역시 영화 인터뷰로 취재진을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것은 오랜만이었습니다.

2017년 결혼 후 한 여자의 남편이자 아이의 아빠까지, 일은 물론 한 개인으로도 많은 변화를 겪은 정지훈의 얘기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시간이기에 더 기대가 있었고요.

결혼 후 공식석상에서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말은 워낙 아껴오던 그였기에, 안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선뜻 말을 꺼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엄복동' 속 캐릭터부터 오랜 시간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약하며 느꼈던 마음 등 막힘없는 정지훈의 말이 계속됐고, 이후 조심스레 '가정을 꾸리고 나서 작품 선택 기준처럼 혹시 달라진 점이 있냐'는 물음이 이어졌죠.



정지훈은 "가정을 꾸렸다고 해서, 혹은 아빠라는 타이틀을 가졌다고 해서 사실 달라진 건 없어요. 대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제게 첫 번째 규칙이 생긴 것 같아요"라며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예전만 하더라도 저희 아이와 식구들은 이렇게 지내고 있다고 밝게 얘기할 수 있을 텐데, 요즘은 세상이 너무 무서워졌더라고요. 저도 제 아이가 정말 예쁘고 그래서 여러분께 사실 공개도 하고 싶단 생각을 할 때도 있는데, 그것이 나중에 다 칼이 돼서 돌아오는 것을 보니 이것은 안 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철저히 가족과 일은 벽을 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저는 정말, 제 가족이 다치는 것을 원치 않거든요. 작품을 고르는 기준에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드러내놓고 저희 가족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것이죠."

정지훈의 팬클럽 '구름'은 아니었지만, 팬 못지않은 관심으로 지금까지 보여줬던 노래와 퍼포먼스들을 관심 있게 봐왔습니다. 요즘의 10대 친구들에게는 '깡' 신드롬의 주인공, 혹은 싹쓰리 멤버 비룡으로 더 기억돼있을지라도 정지훈은 소위 '연예인의 연예인'이라 불렸던,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한 시대를 풍미한 한국의 대표 남자 솔로 가수이자 배우입니다. 솔로 데뷔 이전 열일곱 살 정지훈으로 대중을 먼저 만났던 그룹 팬클럽 활동부터, 그렇게 20년이 넘는 시간을 꾸준히 달려왔죠.


2008년 예능 '무릎팍도사'에서는 솔로 데뷔 모습을 보지 못한 채 투병 끝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이야기를 전하며 눈물을 머금었고, 같은 해 전파를 탄 'MBC 스페셜' 다큐멘터리에서는 '닌자 어쌔신' 속 캐릭터를 위해 '300' 팀에게 체지방이 거의 없어질 정도로 혹독하게 트레이닝을 받는 장면을 공개하며 치열하게 살수밖에 없는 이유를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정지훈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누구보다 특별한 존재입니다. 그의 어머니와 과거 어려웠던 시절의 얘기를 3자의 입장에서 다시 언급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지금의 정지훈을 연예계 대표 '노력의 아이콘'으로 우뚝 설 수 있게 한 중심에는 바로 어머니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것, 또 그가 가족이라는 말에 남다른 애틋함을 가지고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른 이들에게도 조금은 납득시키고 싶은 마음이라고 돌려 표현해봅니다.

정지훈은 당시 방송을 통해 '내게 어떤 고통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어머니가 받았던 고통보다 더할까'라는 생각으로 참는다. 세상이 나에게 등을 돌렸다면, 보란 듯이 내 두발로 일어서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었죠.



고마운 이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앨범의 'Special thanks to'에서도 정지훈은 어머니를 '나의 정신적 지주, 제일 사랑하고 보고픈 우리 엄마'라 칭했고, 직접 작사한 정규 5집 앨범 'Rainism'(2008)의 'My Way'에서는 가사를 통해 자신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좌우명인 '끝없이 노력하고 끝없이 인내하고 끝없이 겸손하자'를 녹여내기도 했습니다.

'난 어렸을 적에 굶주림 속에 살았네/ 세상은 등을 돌리고 나는 스스로 날 지켜냈어/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위해 나는 달렸지/ 손을 뻗친 한 사람 그것이 내 시작/ 하고 싶은 노래 그 노래 할 수 있어서/ 나의 꿈을 향해서 이젠 My Way/ 아무도 가지 않는 그 길을 지금까지 Wait/ 짓밟히고 밟혀도 난 일어나/

One 끝없이 노력하여 나의 길을 걸어/ Two 끝없이 인내하여 벽을 뛰어 넘어/ Three 끝없이 자만하지 않기를 흔들리지 않게/ 하고 싶은 노래 그 노래 할 수 있어서/ 나의 꿈을 향해서(후략)' (비, 'My Way' 가사 중 일부)


그의 말을 듣고, "그것이 어떻게 보면 본인의 것들을 지키는 정지훈만의 방법이기도 한 것이네요"라고 되물었습니다. 망설임 없이 "네"라고 답한 정지훈은 "또 이런 얘기를 하면 좀 그렇지만…"이라고 이내 잠시 머뭇하며 어머니 얘기를 꺼냈던 것이죠.

"음…. 저는 가정, 그러니까 어머님에 관한 죄책감과 이런 것들이 너무 많이 있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족을 다치게 하고 건드리면 이성적인 판단이 안서요. 저야 뭐, 이를테면 저를 죽이든 오해가 있든 말 그대로 그럴 수 있죠. 전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졌으니까요.

논의의 편의상, 어떻게 보면 저는 제가 '대중에 의한 장난감'이라고 미리 선포를 하고 이 업계에 들어온 것이니 갖고 놀다가 버리셔도 괜찮아요. 그런데, 가정을 건드리면 제가 막 이렇게 가끔씩 선을 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아, 나는 가족 얘기엔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되니 그냥 선을 긋고 시작하는 게 맞겠다' 싶었죠. 그래서 제가 일부러 말씀을 잘 안 드리는 것이에요."

연예인 역시 개인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할 의무가 없고, 취재진도 그것을 말해주지 않는다고 서운해 할 부분은 전혀 아닙니다. 하지만 정지훈의 경우에는 그가 꾸린 가족이 워낙에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들의 만남이고 결혼이었기에 그에 대한 이야기에 조금은 더 호기심이 생긴 부분이 있었죠.

물론 가족에 대한 궁금증 말고도 최근 들어 더욱 다채로워진 본업 가수 비의 활약도 눈여겨보게 됩니다. 정지훈은 최근 '댄스의 끝'을 보여줄 파트너와 듀오를 이뤄 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다는 소식을 전해왔죠. '깡'이나 '자전차왕 엄복동' 때와는 또 다른 의미로의 좋은 신드롬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길 지켜보게 됩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레인컴퍼니·써브라임 아티스트 에이전시, MBC 방송화면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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