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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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경수-태섭을 바라보는 잔인한 풍경

기사입력 2010.10.28 09:47 / 기사수정 2010.10.28 09:49

김혜미 기자

[엑스포츠뉴스=방송연예팀 김혜미 기자] 지난 2005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에서 삼순이가 삼식이에게 치던 대사가 있다.

"결국은 다 자기식대로 보게 돼 있어요. 사람은…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갖다 붙이고. 그래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죽었다 깨도 모르는 거죠"라는 말.

지금 말이 많은 <인생은 아름다워>의 58화 삭제 장면은 위 대사 그대로를 반영하는 듯하다.


 
23일 방영된 58화 방송에서 경수와 태섭은 언제나처럼 같이 사진을 고르며 수다를 떨고 와인도 나눠 마시며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이 방송이 전파를 탄 후 온라인이 시끌시끌하다. 그 장면 뒤에 숨겨진 이면을 이미 대다수의 시청자가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제작진은 성당 측에 촬영 장소 협조를 구했고, 촬영 전 대본을 본 성당 측에서 이건 우리 교리에 어긋난다며 촬영이 안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제작진은 어느 성당인지 모르게 하겠다며 CG처리를 하고 내보내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어떻게든 그 방영분을 살리려 했으나, 그 성당 씬 외 장면들은 최종 단계에서 모두 편집 당해 본 방송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미 편집된 방송이 다시 시청자들에게 찾아올 확률은 거의 없다. 어느 쪽이든 시청자들의 항의에 묵묵부답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항의 또한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로 끝날 가능성 또한 농후하다.

이런 시점에서 왜 갑자기 편집되었고를 따지는 것조차 무의미해졌다. 단지 시청자들에게 남은 건, 이렇게 되어버렸다는 '결과'뿐이다.



경수와 태섭은 58화 방송에서 와인을 마시다 갑자기 장면 전환 후 화면에서 사라졌다. 그들이 없어지고 남은 자리는 커플링 두 개가 겹쳐져 있는 걸로 대신했다.

캐릭터들의 모습을 사물로 대신하는 기법이 대체 언제 인지는 몰라도, 캐릭터 대신 연기한 반지에게 출연료를 줘야 할 판이다.

정작 살아 숨 쉬어야 할 캐릭터들의 모습은 공중분해 되어 없어지고 반지 두 개만 덩그러니 남아 시청자들을 맞았다. 이쯤 되면 이렇게라도 표현해야 할 제작진의 노력이 이제 안쓰러울 정도다. 7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경수와 태섭을 연기해온 이상우, 송창의 두 배우 또한 마찬가지다. 이젠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는 것조차 힘들어질 지경이다.

경수와 태섭의 언약식 장면은 조금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들은 법적으로 보호받는 것도 아닐뿐더러 서로 단단히 묶어줄 수 있는, 앞으로의 시간을 영원이란 것으로 만들고 싶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약속이다. 그들은 1화부터 힘들게 여기까지 달려왔고 서로 상처도 주고 다시 그 상처를 치유하며 걸어왔다.

그런 그들의 종착역이라고 말할 수 있는 언약식은 지금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그들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분명히 의미 있고 봐야 할 장면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언약식 편집이 드라마 초반부터 너덜너덜해지며 온 경수와 태섭을 단지 하나의 예쁜 커플로 보려 노력하며 드라마를 보던 대다수 시청자를 붕 떠버리게 하였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볼 때 자신이 집중하고 싶은 포인트에 초점을 맞춰 드라마를 본다. 어떤 커플이 사랑을 시작하고, 그 모습이 아름다우면 같이 예뻐해 주고 지켜주며 그 드라마 안의 캐릭터를 본다.

그렇게 처음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특히나 드라마를 보는 내가 그들이 좋아서, 보고 싶은 커플의 모습을 드라마 초반부터 온갖 안 좋은 소리에 시달리며 제대로 된 모습조차 보이지 못하고 오다가 그나마 남들 다 하는 결혼이란 것조차 보여주지 않은 채 아예 방송에서 나오지 않았을 때 그 마지막을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현재 <인생은 아름다워>의 공식 홈페이지는 언약식 외 편집된 장면을 온전히 올려달라고 항의하는 글로 넘쳐난다.

그 항의는 드라마 속 이입을 방해당한, 시청자들이 즐길 권리를 방해받은 것에 대한 반발이다. 그러나 지금 이 사람들의 소리가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릴지는 그들만 알 것이다.

반응할 것이냐, 하지 않을 것이냐는 결국 두 가지 결론 중 하나겠지만 현재로선 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제작진의 아쉬운 장소 결정과 끊임없이 그 둘을 탐탁지 않아했던 주위 환경이 결국 드라마를 즐겁게 보고 싶어하던 시청자들에게 더 깊은 상처만 남긴 셈이다.

경수와 태섭은 별것 아닌 사람들이다. 이렇게 시끄러워질 정도로 대단한 사람들도, 편집당해 방송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특이한 사람들도 아니다.

그들은 우리처럼 별것 아닌 사람들일 뿐이다. 그런 경수와 태섭이 지금까지 7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로 TV 밖에서 나와 세상과 손을 잡으려 발버둥쳐 왔다.

그러나 58화 이후로 그들은 다시 TV 속으로 들어가 예전처럼 진전없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세상 밖으로 손을 뻗으려 했던 그들을 막아세운 건, 그리고 그 손을 잡으려 했던 시청자들의 손을 내쳐버린 건 지금 누구의 탓인가. 시청자가 이젠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까지 계속 거부받아야 하는 걸 봐야 하는가. 지금 드라마는 누구를 향해 여기까지 달려온 것인지 의문이 생길 정도다.

58화에서 태섭이 경수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했는지, 59화에서 아침 식사 중 왜 경수가 태섭에게 '너처럼 비밀'이라는 뜬금없는 대사를 쳤는지, 왜 갑자기 태섭이 먼저 경수에게 스킨십을 시도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변했는지 등의 모습은 일련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그리고 알고 있는 시청자들마저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지금 평범히 드라마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경수와 태섭은 결혼은커녕 입 한번 부딪치지 않은 커플이라는 것을 기억하시라. 그리고 그 둘을 그렇게 만든 풍경은 지금도 여전히 그들에게 잔인하다는 것을.



김혜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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