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박소연 기자] 배우 이준기가 '악의 꽃' 종영 소감을 전했다.
지난 23일 종영한 tvN 드라마 '악의 꽃'은 사랑마저 연기한 남자 백희성(이준기 분)과 그의 실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아내 차지원(문채원). 외면하고 싶은 진실 앞에 마주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극 중 이준기는 가정적인 남편이자 다정다감한 아빠로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자신의 과거와 진짜 신분을 숨기고 사랑이라는 감정까지 연기해 온 비밀스러운 인물인 '가짜 백희성' 도현수를 연기했다.
이준기는 엑스포츠뉴스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악의 꽃'은 끝나고 나니 유독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느껴진다"며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 느껴지면서 더욱 만감이 교차한다. 참 외로우면서도 많은 것들에 감사한 지금"이라고 말했다.
처음 '악의 꽃' 대본을 읽었을 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던 이준기. 그는 딸을 사랑하는 아빠이자 아내만을 바라보는 남편, 그리고 모든 이면에 숨어 있는 슬프고 잔혹한 과거를 가진 한 남자를 배우 이준기가 담아내기에 합당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고.
이준기는 "계속해서 대본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봤다. 그러다가 문득 '이 모든 것이 지금 나에게 다가온 운명과도 같은 작업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작품을 배우 인생에 있어 전환점으로 만들어 보고픈 욕심이 생겼던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악의 꽃'은 저에게 있어 과감한 결정이었다. 그려지지 않는 미래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궁금증과 상상력이 좋은 자극제가 됐다"고 털어놨다.
금속공예가, 남편, 아빠 등 다양한 면모를 지닌 캐릭터 구축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준기는 "금속공예가로 살아가는 백희성의 모습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워야 했다"며 "촬영 전 유튜브로 공예 작업 영상을 찾아보며 미리 상상해 두었고, 실제 금속공예가분을 만나 짧게나마 공예가의 손길이 느껴질 수 있는 디테일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가정의 따뜻한 아빠롯의 모습은 사실 애드리브가 많았다. 감독님께서 그냥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게 믿고 맡겨 주셨다. 그래서 꽤나 많은 것들을 은하와 만들어 갔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남편으로서의 모습은 문채원 씨와 이런저런 생각들을 공유하며 캐릭터들을 만들어 나갔다. 채원 씨는 굉장히 섬세해서 감정적으로 집중하는 것에 큰 힘을 가진 배우다. 그래서 제가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만히 채워줬다. 덕분에 마지막에 가서는 차지원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현수가 처음으로 감정을 깨닫고 오열하는 장면을 꼽았다. 많은 고민 끝에 탄생한 신이었다고.
"리허설을 할 때조차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고민하면 할수록 막히는 부분이 생겼다. 완급 조절에 실패해 시청자분들을 납득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이어오던 전체적인 감정의 흐름을 깰 수도 있었다. 결국에는 처음 그 회차 대본을 받았을 때의 느낌대로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아이가 처음 세상을 향해 울음을 터뜨리는 듯한 모습으로. 그렇게 수많은 고민과 상의 끝에 만든 신이다. 찍고 나서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던 게 기억난다"
기억에 남는 대사로는 현수가 지원에게 해주는 "내가 더 잘해줄게요. 내가 더 좋아해 줄게요"를 꼽았다. 이준기는 "기억을 잃은 현수가 가슴 속 어렴풋이 남아있는 과거 지원이 내밀었던 따뜻한 사랑을 되돌려주는 거다. 두 사람의 새로운 사랑과 인생을 뜻하는 거 같아서 현장에서도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촬영을 중단하기도 했던 '악의 꽃'. 어려운 시국 속 촬영을 진행하는 부분에 힘들었던 점도 있었을 터.
이에 이준기는 "아무래도 촬영이 중간에 멈추게 되면 감정선들이 끊기기 마련이고 그로 인해 집중력을 잃으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있었다. 로케이션도 쉽지 않아 더 좋은 그림을 보여드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비단 저희들 만의 애로사항이 아닌 전국민이 느끼고 있는 불편함이기에 그 고통에 비할 바가 못된다. 그래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묻자, 이준기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시국이기에 미약하게나마 즐거움과 기쁨,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고 싶다"며 "직업이 배우이기 때문에 좋은 작품으로 즐거움을 드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성실하게 몸과 마음을 잘 준비해서 빠른 시일 내에 다음 작품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yeoony@xportsnews.com / 사진=나무엑터스
박소연 기자 yeoon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