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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현, 이유있는 대학로 입성…퀴리 부인 아닌 '마리 퀴리' [엑's 리뷰]

기사입력 2020.08.26 09:52 / 기사수정 2020.08.26 10:27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참을 수 없이 궁금하니까요. 그런데 그걸 실험이라고, 과학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안에서는 내가 누구인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과학을 하는 이유를 묻는 피에르에게 마리는 주저없이 답한다. 순수한 열정과 호기심, 탐구 정신으로 성별과 이민자의 벽을 넘어 세상을 바꾼 과학자가 된 마리 퀴리라는 사람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마리 퀴리의 업적과 성장, 고뇌를 망라한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마리 퀴리의 일대기에 상상력을 더한 팩션 뮤지컬이다. 2018년 12월 트라이아웃 공연 후 완성도를 높여 올해 2월 초연했다. 현재 앙코르 공연 중이다. 

노벨과학상 2회 수상, 최초의 여성 노벨상 수상자, 여성 최초 물리학 박사, 방사선 연구의 어머니 등 다양한 수식어가 마리 퀴리 뒤에 따라붙는다. 어린 시절 ‘퀴리 부인’, ‘퀴리 부부’라는 제목의 위인전을 읽어보지 않은 이는 별로 없을 터다. 그만큼 마리 퀴리의 업적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뮤지컬은 폴란드 출신 여자가 남성 중심, 또 이민자를 배척하는 사회에서 소르본 대학에 입학하고, 라듐을 발견하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모습을 담는다. 퀴리 부인이라는 호칭 이전에 과학자 마리 퀴리로서의 삶에 비중을 뒀다. 유년 시절, 가정환경, 러브스토리 등도 배제했다.

마리 퀴리의 위대함이나 업적만을 강조한 작품은 아니다. 라듐의 양면성에 고뇌하고 갈등을 겪는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암을 치료하는 등 못하는 일이 없는 듯한 획기적인 원소인 라듐은 알고 보니 위험성도 컸다. 마리 퀴리는 이에 좌절했지만 라듐의 두 얼굴을 인정하고 세상에 알린다.  

여성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렸다. 위인전에는 마리 퀴리가 가정주부, 엄마로서도 완벽한 여성으로 묘사하지만 뮤지컬은 오롯이 과학자로서 마리 퀴리의 서사를 담아낸다.

가상 인물인 여직공 안느 코발스키는 마리를 보며 희망을 느끼는 여성들을 대변하는 듯하다. 사회적 약자지만 마리와 동등한 관계로서 연대를 완성한다.

당시 기업은 라듐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직공들은 아무런 보호도 경고도 받지 못한 채 라듐에 무차별로 노출돼 서서히 죽어갔다. 안느는 “나도 농장주 세 번째 부인이 아닌, 마리처럼 멋지게 살 것”이라고 말하는 진취적인 여성이다. 2막에서는 라듐의 폐해를 고발하며 울부짖는다. 라듐이 없어지면 자신의 존재가 쓸모없어질까봐 두려웠다고 고백하는 마리에게는 그 자체로도 충분하다고 위로하고 응원한다. 마리의 지지자이면서도 라듐의 위험성을 애써 부인하는 마리의 대척점에 서 마리의 사명감을 일깨운다.

동료 과학자이자 남편으로 마리의 연구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피에르 퀴리, 라듐을 이용해 자수성가한 기업인으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루벤과의 관계도 느슨하지 않게 담았다. 귀에 한 번에 감기는 넘버는 적지만 7인조 라이브 밴드의 연주 속에 다양한 넘버들이 극에 녹아든다. 라듐의 초록색을 이용한 조명도 눈에 띈다.

대학로에 입성한 옥주현은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는 마리 퀴리의 자주적인 면모를 잘 나타낸다. 재산, 명예에 욕심내지 않고 과학자 본연의 길을 걷는 마리 퀴리에 초점을 둬 연기한다.

“빠른 시간 내에 소르본 대학에 여자 화장실이 생길 것”, “한 번만 더 미스 폴란드라고 부르면 미스터 프랑스 123으로 부르겠다”고 말하는 당당함, 생일에도 라듐 연구에 매진하는 열정적인 면모를 그려낸다. 라듐의 어두운 면에 혼란스러워하고 갈등하는 복합적인 감정도 소화한다. 거대한 권력에 맞서는 안느 역의 김히어라와의 ‘여여 케미’도 관전 포인트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9월 2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150분.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엑스포츠뉴스DB, 라이브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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