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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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근우, 기안84 비판 이어 사과문 지적 "악의적 여혐종자만큼 큰 해악" [전문]

기사입력 2020.08.15 03:35 / 기사수정 2020.08.15 03:35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위근우 칼럼니스트가 웹툰 작가 기안84 논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위근우 칼럼니스트는 13일 인스타그램에 "기안84는 시대상의 파편적이고 가시적인 디테일을 캐치하는 동물적 감각이 발달한 작가인데, 문제는 자신의 시야라는 것에 어떤 통념이 작용하고 그로 인해 어떤 구조적 맹점이 생기는지 반성적인 성찰을 하진 않으니 그의 '재현'이라는 것이 갈수록 약자 혐오(본인은 혐오란 인식도 못할 거 같지만)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적었다.

앞서 기안84는 웹툰 '복학왕' 304화 '광어인간2'의 한 부분으로 인해 논란을 불렀다. 여성혐오 논란이 일었고, 국민청원에도 올라왔다. 기안84가 출연 중인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하차 요구까지 이어졌다. 

위근우는 "신입 사원과 그를 귀엽다 여기는 상사가 섹스를 하는 일 자체는 어디선가 벌어질 수도 있겠지. 문제는 그 이면에 어떤 위계가 성립하는지, 여성 직원이 어떤 차별을 받고 저평가 되는지, 그런 구조적 문제를 모르거나 외면하니 결국 남초적 통념으로 소급하는 현실 묘사가 나오는 게지"라고 지적했다.

위근우는 "조금 확장해서 이야기하면, 기안84 같은 관점으로 세상을 읽는 이들의 경우 안희정 사태 같은 걸 보면서도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아닌 권력자와의 불륜으로 이해하는 것. 후자는 악의도 악의지만 이면의 문제라는 복잡한 사안을 보기 싫어하는 게으름과 반지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안84가 악의적 여혐종자냐 악의는 없지만 계속해서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중이냐고 하면 나는 심증적으로 후자에 무게를 좀 더 두지만(아닐 수도 있고) 사실 이쯤 되면 그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봄. 악의적 여혐종자들만큼 해악이 너무 큰 상태고 이 사람의 의도를 헤아려 줄 이유가 1도 없음"이라고 꼬집었다.

또 "물론 차별할 의도가 없었던 차별행위의 경우 원론적으론 악의적 차별주의자보단 개선의 가능성이 있지만, 최근 의정부고 건에서 볼 수 있듯 본인이 악의가 없었는데 그게 왜 차별이고 혐오냐고 반박하는 경우가 절대다수고, 결과적으론 악의적인 놈이나 아닌 쪽이나 말이 안 통하긴 도긴개긴임. 그래서 결론은 악의적이거나 악의 없는 차별주의자들을 분류하고 설득하는 것보단,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만들어 그렇게 못하게 할 최소한의 강제력 있는 장벽을 세우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4일에는 기안 84가 올린 사과문을 업로드, 조목조목 수정하며 반박했다. "본인 잘못은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 그리고 '심려'는 걱정임. 사람들은 빡친 거지 걱정하는 게 아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처음부터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어필한다는 그 구상부터가 여성혐오라고요. 더 좋은 작품으로 찾아온다며 2달 휴재하고 시작한 에피에서 이런 거잖아요. 사실 2회가 문제 돼서 그렇지 '광어인간' 1화도 젊은 여성에 대한 편견 그대로 재현하고 있으니 사실 이 에피는 그냥 날리거나 아예 새로 그리는 게 맞다고 봐요"라고 했다.

위근우는 "왜 몇 번이고 비판을 받았는데 그대로일까요. 그게 원고를 좀 더 고민해서 그린다고 될 문제일까요. 그보단 본인의 시선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닌지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게 먼저 아닐까요. 그래야 앞으로 안 그런다는 다짐을 0.1%라도 신뢰할 수 있죠"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위근우 칼럼니스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전문.

간만에 또 사과문 첨삭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 이번에도 여성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담은 묘사로 물의를 빚어 죄송합니다 (본인 잘못은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 그리고 '심려'는 걱정임. 사람들은 빡친 거지 걱정하는 게 아님)

지난 회차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되었습니다.
-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남자 상사의 호감을 얻어 정직원이 된다는 지난 회차의 설정은 여성이 능력 대신 성적 매력으로 편하게 일자리를 얻는다는 여성혐오적인 통념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만약 개그만화로서 사회 풍자를 한다면 그런 약자로서의 여성 신입사원에게 위력을 행사하는 남자 상사를 비꼬았어야 했는데 완전히 반대되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풍자는 말이죠, 약자가 아닌 부당한 위력을 행사하는 강자를 향해야 함)

특히 수달이 ~ 깊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 봉지은의 귀여움을 수달로 비유하는 과정에서 조개를 깨는 모습을 그렸던 것이지만, 조개든 대게든 여성이 귀여움으로 남성 상사에게 어필한다는 묘사 자체가 현재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여성 직장인들에 대한 모욕이었음을 뼈아프게 인정하고 반성합니다. (처음부터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어필한다는 그 구상부터가 여성혐오라고요)

또 캐릭터가 귀여움이나 상사와 연애해서 취직한다는 내용도 ~ 추가수정하였습니다.
- 가장 문제가 되는 장면들에 대해 급히 대사 수정 및 추가 작업을 했지만, 처음 접근부터 잘못되었기에 해당 '광어인간' 에피소드는 삭제 후 새 에피소드를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해당 에피소드에 대한 유료 구매에 대해서는 환불 조치 하겠습니다. (더 좋은 작품으로 찾아온다며 2달 휴재하고 시작한 에피에서 이런 거잖아요. 사실 2회가 문제 돼서 그렇지 '광어인간' 1화도 젊은 여성에 대한 편견 그대로 재현하고 있으니 사실 이 에피는 그냥 날리거나 아예 새로 그리는 게 맞다고 봐요)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 지금껏 몇 번이나 여성비하, 장애인 비하에 대한 지적을 받았으면서도 같은 잘못을 반복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리며, 단순히 작품의 창작이 아닌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왜곡되어 있는지 깨닫고 공부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 작품을 보고 불쾌하셨던 분들, 그리고 제 작품 속 묘사를 통해 본인의 삶을 모욕당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왜 몇 번이고 비판을 받았는데 그대로일까요. 그게 원고를 좀 더 고민해서 그린다고 될 문제일까요. 그보단 본인의 시선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닌지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게 먼저 아닐까요. 그래야 앞으로 안 그런다는 다짐을 0.1%라도 신뢰할 수 있죠)

에효... 나중에 일 안 들어오면 사과문 논술학원이라도 열어야 하나...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남자 상사의 호감을 얻어 정직원이 된다는 지난 회차의 설정은 여성이 능력 대신 성적 매력으로 편하게 일자리를 얻는다는 여성혐오적인 통념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만약 개그만화로서 사회 풍자를 한다면 그런 약자로서의 여성 신입사원에게 위력을 행사하는 남자 상사를 비꼬았어야 했는데 완전히 반대되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엑스포츠뉴스DB, 위근우 인스타그램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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