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보건 사회 연구원의 보건 사회 연구에 실린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과 이성 교제에 관한 한일 비교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국내 미혼 인구 비율은 급격히 증가했다.
또 결혼을 고려할만한 20~44세 미혼 남녀 가운데 이성 교제 비율은 10명 중 3~4명에 불과했다. 연애하는 사람의 비중이 절반도 안 되는 것.
우리나라 출산율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하도 많이 나와서 전국민 중 모르는 사람이 없을 상황.
근래에는 연애율과 결혼율도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고 있다. 여러모로 연애, 결혼, 출산을 권장하는 쪽 입장에선 애가 타는 연구결과들만 주로 나오고 있는 것이 2020년 현재 대한민국.
보도자료라는 걸 받는 직업 입장에서 ‘아 정말 심각하긴 한가보구나’라고 체감하게 된 건 올해의 일. 모 결혼정보업체에서 ‘연애하는 사람들이 안 하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으니 연애도 좀 하고 결혼도 좀 하라’는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덕분에 연애→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테크트리가 정말로 크게 금이 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설왕설래가 많은 연애, 결혼, 출산 이슈. 하지만 이번 글의 핵심은 이쪽이 아니다. 이번 글의 주제는 연애를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그 중간 어딘가에 대한 이야기다.
제목에 적어둔 ‘간접 연애’는 시청과 소비를 통해 ‘연애로 얻을 수 있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섭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직접 연애의 반대말 정도로 썼다고 보면 된다.
연예부기자이자 각종 서브컬쳐에 얕게 발을 걸친 덕후 입장에서 봤을 때, 현 시대는 너무나도 풍요로운 간접 연애의 시대다. 현실 연애가 쪼그라들고 있는 동안 간접 연애 시장은 아주 잘 컸다.
음원 시장에서는 무수한 고막남친, 고막여친들의 사랑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고
<대표적인 고막남친인 폴킴의 ‘너를 만나’>
인스타그램에는 예쁘고 잘생기고 몸매 좋은 인스타 스타들이 즐비하고
텍스트 및 만화 시장에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로맨스를 최대한 짜낸 각종 웹소설, 웹툰들이 대기 중
모바일 게임 시장에는 유려한 그림체+유명 성우들을 무기로 게이머들의 지갑을 노리는 게임들이 다수
유튜브를 켜면 매력적인 여자 아이돌+남자 아이돌 직캠, 각 분야 셀럽들의 브이로그 등이 기다리고 있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시장이 활성화 덕분에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속 로맨스도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슈.
현실 연애의 필수요소 중 하나가 ‘소통’인데, 소통이라는 측면에서도 봐도 간접 연애 시장은 무시 못할 정도로 커졌다.
개인방송&인터넷 방송의 시대가 된 이후, 무수한 ‘매력 인류’들이 아프리카TV, 인스타 라이브, 유튜브 라이브, 트위치 라이브, 네이버 브이앱 등을 통해 소통의 장을 펼쳐두고 있는 상태.
심지어 아이돌들 같은 경우에는 최근 1년 사이 ‘유료 SNS 모델’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수익모델을 만든 상태다. 소정의 금액만 내면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들과 좀 더 긴밀한 소통을 할 수 있게 된 것.
<아이돌 유료 SNS모델의 선봉이라 할 수 있는 아이즈원 프라이빗 메일. 연락은 돈을 주고 살 수 있다>
‘실제로 교제하는 건 아니다’라는 점만 빼놓고 보면 연예인(+셀럽)과 일반인의 경계가 이렇게까지 허물어진 시기가 있었나 싶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건 스마트폰의 등장과 발전. 위에 장황하게 여러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썼지만 이 모든 콘텐츠들은 ‘스마트폰 어플을 킨다’는 행동 하나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필요한 건 눈과 귀와 손가락, 그리고 결제수단 뿐이다.
인터넷 보급 초기에도 위에 언급한 여러 간접 연애 분야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근데 지금은 접근성, BM의 정교함, 결제의 간편함, 콘텐츠의 양, 시장의 크기 모두 2000년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성장을 이뤘다. 특히 접근성에선 거의 다른 세계 수준.
이런 시대에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크게 세 가지.
1. 위에 서술한 콘텐츠들 신경 안 쓰고 현실 연애+결혼 잘하기
2. 마음에 드는 콘텐츠는 즐겨 가면서 현실 연애+결혼도 잘하기
3. 간접 연애 콘텐츠를 소비하는 정도로 만족하며 살면서 非연애+非결혼하기
1, 2번의 삶을 사는 사람이 다수인 사회라면 간접 연애 시장이 커지고 말고는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게 아닐 때.
남 걱정할 처지가 아닌 기자 입장에서 봤을 때, 간접 연애와 실제 연애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내가 무엇이 될 필요’다. 실제 연애는 내가 무엇이 되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한다는 ‘국룰’이 존재하지만 간접 연애는 그럴 필요가 없다. 내가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고 해서 방탄소년단처럼 될 필요는 없는 것처럼.
취업난 등 때문에 연애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은 어렵지만, 콘텐츠 소비자(팬, 덕후 등등)로서 매력 인류들을 ‘접하기는’ 정말 쉬워진 시대.
기자로선 지금과 같은 시대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 실제 연애와 결혼이 활발히 잘 진행되는 시대였어도 어차피 못했을 테니까. 소위 ‘명예로운 죽음’(=원랜 연애 할 수 있었는데 시대상황 때문에 못했다!)이라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다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도 실제 연애(+결혼, 출산)는 줄어들고 간접 연애 시장은 커지는 현상이 과연 좋은 일일지.
지금과 같은 현재가 어떤 미래를 만들지 기대도 되고 우려도 되는 요즘이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픽사베이-넷플릭스-아이즈원 프라이빗 메일-아프리카TV-트위치-유튜브-네이버 브이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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