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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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에A 톡] 시즌 초반, 희비가 엇갈린 네 남자

기사입력 2010.09.20 16:12 / 기사수정 2010.09.20 16:12

박문수 기자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는 매주 월요일마다 이탈리아 세리에A 축구 전문 기자 박문수 기자의 '세리에A 톡!'를 연재합니다. '세리에A 톡!'를 통해 매주 살아있는 이탈리아 축구에 대한 다양한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인테르 밀란의 아르헨티나 대표팀 공격수이자 지난 UEFA 올해의 선수 수상에 빛나는 디에고 밀리토가 리그 초반 부진의 늪에 빠졌다. 반면 사뮈엘 에토는 흑 표범이란 별명에 걸맞은 맹활약으로 팀의 에이스로 서서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테르의 영원한 맞수 AC 밀란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여름 큰 기대 속에 입단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리그 적응에 애를 먹고 있는 것과 달리 필리포 인자기는 ‘노장은 죽지 않았다’라는 명언이 떠오를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대조적인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베니테스의 수제자로 거듭나는 에토, 전방에서 고립된 밀리토

지난 2009/10시즌 인테르는 이탈리아 클럽 사상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하며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철옹성 같은 포백은 막강한 창을 보유한 팀이라도 쉽게 허물 수 없었으며 베슬리 스네이더르의 창의적인 경기 운영이 더해져 완벽한 팀 그 자체였다.

특히 ‘최전방 공격수’ 디에고 밀리토는 동료를 적절히 활용하는 이타적인 플레이와 저격수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해결사 기질로 맘껏 발휘하며 팀의 트레블을 이끌었다. 반면 에토는 윙 포워드로서 연계성 있는 플레이에만 의존하며 직접적인 득점이 적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두 선수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밀리토는 자신의 전매특허였던 득점력을 상실했다. 물론, 그의 가장 큰 장점이 꾸준함을 줄곧 유지한다는 점과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보여준 그의 모습은 실망에 가깝다.

밀리토는 지난 시즌 상대 수비진의 공간을 정확히 파악하는 위치 선정으로 저격수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번 시즌에는 잦은 오프사이드에 걸리며 공격의 맥을 끊고 있다. 설상가상 지난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1차전 트벤테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자책골까지 기록, 팀의 무승부를 지켜봐야 했다. 리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도 되는 상황에서 잦은 트래핑 실수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으며 결정적인 득점기회에서 우왕좌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에토는 팀에 완전히 녹아들며 적극적인 움직임과 빼어난 득점력으로 밀리토에 내준 팀 내 최고의 공격수 자리를 꿰찼다.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로 상대 수비진을 쉽게 허물고 있으며 골 냄새에 탁월한 동물적임 감각으로 득점포를 과시하고 있다.

시즌 초반 두 선수가 대조된 행보를 보여주는 이유는 감독 교체로 말미암은 전술적 변화이다.

지난 시즌 인테르를 이끈 주제 무리뉴는 밀리토를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웠지만, 그에게 공격적인 임무만 주문하지 않았다. 이에 밀리토는 동료를 활용하는 이타적인 움직임으로 공격의 물꼬를 틀었고, 상황에 따라 직접 득점에 가담했다. 반면 라파엘 베니테스는 밀리토에게 전방에서의 움직임만 강조하고 있어 득점에만 치중하게 하고 있다. 이는 곧바로 밀리토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기에 어느 정도 하향세가 될 가능성도 있지만, 새로운 전술에 애를 먹으며 자신의 장기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 에토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주문받으며 폭넓은 활동량으로 경기에 임한 것과 달리, 이번 시즌 2선과 1선을 오가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팀 공격에 힘을 싣고 있다. 게다가 본래의 페이스를 찾으며 흑 표범이란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바르사식 축구를 떨쳐내지 못한 즐라탄과 노익장 과시 인자기

즐라탄은 세리에 A 최고의 공격수라는 찬사에 부응하듯, 인테르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 이에 사뮈엘 에토와 현금을 더해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로 이적했지만, 리오넬 메시와의 역할 중복으로 우여곡절 끝에 AC 밀란에 입단했다.

애초 밀란은 즐라탄의 영입을 통해 호나우지뉴에 집중된 공격 루트를 분산하며 알레산드레 파투와 이상적인 투톱을 구축하길 원했다. 즉, 동적인 호나우지뉴와 파투를 즐라탄 아래에 포진하면서 공간을 열어주거나 수비 진용을 자신에게 집중하게 하면서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한 시즌 만에 세리에 A로 돌아온 그는 인테르에서 보여준 화려함과는 달리, 바르사식 축구를 떨쳐내지 못하며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직접적인 드리블 돌파나 공간 창출보다는 동료와의 패스워크에만 치중하며 정적인 모습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이는 호나우지뉴와 역할이 중복되며 공격의 맥을 끊는 주범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인자기는 탁월한 위치 선정과 나이를 잊은 빼어난 활동량으로 밀란 공격에 힘을 싣고 있다. 호비뉴, 파투, 즐라탄, 호나우지뉴로 이어지는 판타스틱 4보다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 지난 레체와의 1라운드에서 팀의 네 번째 득점을 기록했던 그는 카타니아와의 홈 경기에서도 절묘한 위치 선정으로 동점 골을 넣으며 팀을 패배에서 구했다. 게다가 오른쪽 측면에 한정된 포지션에도, 중앙선까지 내려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어린 선수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38라운드의 결전을 치르는 세리에 A는 이제 고작 3라운드만 지났다. 이에 시즌 초반 행보를 놓고 선수들의 기량을 왈가왈부할 수 는 없다. 특히 인테르와 밀란 두 팀 모두 새로운 신임 사령탑을 선임했기에 그의 전술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과연, 이들이 시즌 초반 엇갈린 행보를 이겨내고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에토, 밀리토, 인자기, 즐라탄 (C) UEFA 공식 홈페이지]



박문수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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