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돌 3.5세대, 4세대 같은 이야기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약 5년 전에 ‘2010년대 초반 데뷔한 아이돌’들이 2.5세대냐 3세대냐 하는 논쟁을 봤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 3.5세대-4세대 논쟁까지 보게 됐다.
이번 글에서는 걸그룹 위주로 아이돌 세대론에 대해 이야기해볼 것이다. 이쪽이 글쓴이의 (나름) 전문 영역이니까.
걸그룹 1세대를 대표하는 팀은 핑클, S.E.S., 베이비복스. ‘전통적인 청순-섹시’라는 컨셉 개념이 이들의 활약 시기에 처음 정립이 됐다. S.E.S.와 베이비복스는 1997년에 데뷔했고, 핑클은 1998년에 데뷔했다.
걸그룹 2세대의 시작은 2007년인데, 그 이유는 너무 단순하다. ‘원소카’(원더걸스-소녀시대-카라)가 모두 2007년에 데뷔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 ‘텔미’의 발매년도이기도 하고.
1세대-2세대 데뷔년도 텀이 정확히 10년이기도 하고, 07걸그룹 트로이카(=원소카)가 세대를 대표하는 전설 오브 전설이 됐기 때문에, 1-2세대 구분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2-3세대. 2세대 걸그룹들이 어느 정도 년차가 쌓이자 세대 구분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던 사람들끼리 ‘2-3세대 구분’ 문제로 상당히 설왕설래를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가장 대표적인 이슈가
‘씨스타, 걸스데이, 에이핑크 같은 2010년대 초 데뷔 그룹들을 몇 세대로 구분할 것이냐’
이젠 옛날이야기이긴 한데, 과거에 위와 같은 논쟁이 있었다.
글쓴이가 봤을 때 ‘걸그룹 3세대 논쟁’이 종결된 건 2016년도였다. 이때 ‘14시즌에 데뷔한 걸그룹들부터 3세대로 친다’는 ‘국룰’이 만들어졌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어째서 (콕 찝어) 2016년이냐. 그 점을 설명하기 위해 3세대 주요그룹들 데뷔년도와 그들이 '2016년 가온 디지털 종합 연간차트'에 이름을 올린 노래들을 주욱 나열해보겠다.
레드벨벳(2014년 데뷔) - ‘러시안 룰렛’(연간 38위)
마마무(2014년 데뷔) - ‘넌 is 뭔들’(연간 12위), ‘데칼코마니’(연간 70위), ‘I Miss You’(연간 80위)
러블리즈(2014년 데뷔) - ‘아츄’(연간 84위)
여자친구(2015년 데뷔) -
‘시간을 달려서’(연간 3위), ‘오늘부터 우리는’(연간 27위), ‘너 그리고 나’(연간 29위)
트와이스(2015년 데뷔) -
‘치어업’(연간 1위), ‘우아하게’(연간 16위), ‘TT’(연간 26위)
아이오아이(2016년 데뷔) - ‘너무너무너무’(연간 47위)
블랙핑크(2016년 데뷔) - ‘휘파람’(연간 32위), ‘불장난’(연간 71위)
지금은 볼드모트가 된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프로듀스101’ 시즌1 주제곡인 ‘픽미’가 이 당시 연간 53위였고, 콘셉트평가곡 ‘같은 곳에서’(소녀온탑)가 무려 연간 73위였다. 여담으로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만든 프로젝트 걸그룹 언니쓰의 노래 ‘Shut up’이 이때 연간 77위였다.
14-15-16년도 데뷔 걸그룹들이 그야말로 미친 화력을 뿜어낸 시대였던 것. 당시 맹활약한 팀들 대부분이 2020년 현재에도 케이팝 시장의 대표(주축) 걸그룹, 여자아이돌이다.
그리고 이때 즈음에 2세대 걸그룹들의 음원 파워가 약해지거나, 팀 활동이 뜸해지거나, 아예 팀이 해체되거나 하는 일이 많아 시대의 변화가 더욱 체감이 됐다. 포미닛이 2016년 6월, 레인보우가 2016년 10월에 해체를 했고, 그 다음해인 2017년에 씨스타가 해체를 했다.
여러모로 걸그룹 3세대 시대가 왔냐 오지 않았냐 하는 논쟁이 옛날이야기가 된 시대. 이제 ‘4세대가 왔느냐 안 왔느냐’라는 이슈가 우리 앞에 서 있다.
간단히 말해 현재로서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봐도 ‘잘 모르겠다’ 정도인 듯하다. 4세대가 왔을 수도 있지만, ‘왔다’고 보기엔 다소 근거가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
물론 최근에 데뷔한 걸그룹들이 이전 세대와는 다른 결을 보이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원래 같은 세대 내에서도 이런 저런 변화는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2세대가 후크송으로 흥하기 시작했지만 천년만년 후크송만 밀진 않은 것처럼) 몇 가지 다른 점이 보인다고 해서 딱 잘라 세대가 바뀌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아이돌 세대론의 주요 포인트 중 하나가 ‘누가 대권을 쥐고 있는가’인데, 남돌이나 여돌이나 기존 주축 아이돌들이 대권을 후발주자들에게 넘겨주지 않은 상태. 3세대 탑티어 아이돌들의 전성기는 분명 현재진행형이다.
(2019년도 가온 연간 앨범차트. 걸그룹 앨범 상위 10위만 추려봤다. 신인급 중에선 아이즈원과 있지만 10위 안에 진입. 트와이스 앨범이 연간 1, 2등을 나란히 차지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음원은 물론, 유튜브 조회수(해외반응), 음반 판매량(팬덤크기) 등 최근 케이팝이 중요하게 따지는 지표들 위주로 봐도 2016년도에 맹활약했던 3세대 걸그룹에 견줄만한 신인팀이 몇 없는 게 사실. 오히려 기존 3세대 탑티어 팀들이 해가 갈수록 음반판매량, 유튜브 조회수 면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조회수 1억회를 넘는 뮤비를 보유한 신인팀들 (여자)아이들, 있지, 에버글로우)
물론 있지, (여자)아이들, 에버글로우 등 유튜브 조회수가 상당히 잘 나오는(=1억 이상) 신인들도 있지만 아직 ‘대권의 이동’까지 이야기할 정도는 아니다.
(‘킬 디스 러브’ 단일 조회수만 8.5억이 넘는 블랙핑크)
세대 구분론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논의될지는 알 수 없으나, 과거 경험을 비추어보면 결국에 가장 중요한 기준은 노래(+앨범)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글쓴이의 경우엔 ‘2세대의 시작’을 선언한 건 원더걸스 ‘텔미’였고, ‘3세대의 시작’을 선언한 건 트와이스 ‘치어업’이었다고 생각한다. 1세대는 S.E.S. ‘아임 유어 걸’.
결국 4세대의 시작지점이 어디인지도 ‘선언적 의미를 갖는 노래’가 나올 때 비로소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딱 떨어지는 결론이 나오기 힘든 것도 ‘아임 유어 걸’, ‘텔미’, ‘치어업’처럼 한 세대의 시작을 알리는 노래가 나오지 않아서-라는 게 글쓴이의 생각이다. 어느 기준으로 봐도 3세대 걸그룹 역사가 아직 10년이 안 되기도 했고.
더불어 (소위) 중간 세대 걸그룹들이라고 해서 커리어가 낮은 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 활동하고 있거나 앞으로 활동할 예정인 신인들이 한 세대 대표급으로 인정받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라 보인다.
단적으로 2010년 이후에 데뷔한 걸그룹들이 소위 ‘2.5세대’라고 분류되곤 하는데, 이 2.5세대 걸그룹들의 히트곡 미쓰에이 ‘뱃걸굿걸’, 씨스타 ‘나혼자’, 크레용팝 ‘빠빠빠’, 걸스데이 ‘썸띵’, 에이핑크 ‘미스터츄’, EXID ‘위아래’, AOA ‘심쿵해’ 등에 견줄 정도가 된다는 것이 쉬울 리가 없지 않은가.
사실 세대론 자체가 (아예 학문적으로 각 잡고 접근할게 아니라면) 일종의 가십거리에 불과하기는 한데, 논쟁의 뜨거움으로는 탑티어에 들어가는 가십거리라 관련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인 아이돌 기획사에서도 ‘새로운 세대의 선봉장’이라는 타이틀을 잡아보려고 노력(=언론플레이)할 것이기도 하고.
물론, 훗날 이 시기를 돌이켜 봤을 때 많은 전문가들과 케이팝 마니아들이 ‘4세대 걸그룹의 시작’이라고 도장 땅땅 찍을 수도 있다. 역사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쌓이고 어떻게 평가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다만 현재 기준으로 봤을 때 ‘4세대가 시작됐다’고 시원하게 선언하기엔 뭔가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 이것이 이번 글의 결론이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유튜브-가온차트-네이버뮤직-픽사베이-SM-대성기획(DSP미디어)-J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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