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임부근 기자] 똑같은 메시지를 담았지만 제이든 산초는 경고를 받았고, 아치라프 하키미는 그냥 넘어갔다. 무슨 차이였을까.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1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독일 파더보른에 위치한 벤틀리 아레나에서 열린 2019/20 분데스리가1 29라운드 파더보른 원정 경기에서 6-1로 크게 이겼다.
이날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산초는 팀이 1-0으로 앞선 후반 13분, 첫 번째 골을 넣은 뒤 유니폼 상의를 벗어 이너웨어에 써 있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세레머니를 했다. 문구는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Justice for George Floyd)'였다.
이는 지난 26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흑인 남성인 플로이드를 추모하기 위함이다. 미국에선 이 사건으로 인해 유혈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와 국제 축구 규정을 정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유니폼을 벗거나 정치, 종교, 개인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산초는 경고를 받았다. 그런데 팀의 네 번째 골이 터진 뒤 산초와 같은 메시지를 보여준 세레머니를 한 하키미는 경고를 받지 않았다. 유니폼을 벗지는 않았지만, 원래 규정대로라면 문구를 보여준 하키미 역시 경고를 받아야 했다.
어떤 차이였을까. 영국 매체 미러는 2일(한국시간) 독일축구협회(DFB)의 성명을 인용해 궁금증을 해결했다.
DFB는 "산초의 경고는 IFAB가 규정한 반칙 행위로 적용됐다. 정치적 메시지와는 어떤 관련도 없다"라고 밝혔다. IFAB가 정한 국제 축구 규정 12조는 '선수들이 셔츠를 벗거나 셔츠로 머리를 가리는 행위를 할 시 경고를 받을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산초가 경고를 받은 이유는 정치적 메시지가 아닌 유니폼 상의를 탈의한 것 때문이다. 하키미는 벗지 않았기 때문에 경고를 받지 않았다.
라이너 코흐 DFB 부회장은 "경기 중 이 같은 행동을 하기에 적합한지를 확인하고 있다"라며 "게임 자체는 정치적 발언이나 어떤 종류의 메시지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물론 경기 전후에는 그런 메시지를 전한 기회가 있다. 우선 제재가 필요한지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에 따르면 FIFA는 지난 월요일 각국 축구 경기 주최측들에게 플로이드에 대한 연대감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징계를 고려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FIFA는 '상식'을 적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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