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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고교야구 결산] 고교야구의 '춘추전국시대'를 알리다

기사입력 2010.08.25 13:28 / 기사수정 2010.08.25 13:28

김현희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지난 17일, 봉황대기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가 대구고의 우승으로 끝나면서 2010 고교야구 시즌이 사실상 종료됐다. 또한, 8월 16일 시행한 전면 드래프트에서는 총 51명의 고교 3학년 선수가 지명을 받았다. 프로에 지명된 신인들이 총 78명이었음을 감안해 보았을 때 고졸 선수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65%)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올 시즌 고교야구가 지난해에 비해 전력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그렇다면, 올 시즌 전국 고교야구 대회의 특징은 무엇이었으며 내년 시즌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2학년 유망주에는 누가 있을까.

1. 고교야구의 ‘춘추 전국시대’

황금사자기 대회부터 시작하여 봉황대기까지의 우승. 준우승팀은 아래와 같다.

황금사자기 : 광주제일고(우승), 장충고(준우승)
대통령배 : 휘문고(우승), 덕수고(준우승)
청룡기 : 경남고(우승), 제물포고(준우승)
무등기 : 북일고(우승), 충암고(준우승)
대붕기 : 상원고(우승), 대구고(준우승)
화랑대기 : 부산고(우승), 북일고(준우승)
봉황대기 : 대구고(우승), 군산상고(준우승)

7개 대회 우승팀이 모두 다를 만큼 올 시즌 고교야구의 특징은 서울팀/지방팀을 떠나 고른 전력을 자랑하는 춘추전국 시대였다는 점이다. 두 번 이상 결승에 오른 팀만 따져보아도 대구고(대붕기, 봉황대기)와 북일고(무등기, 화랑대기) 뿐이었다. 지난해에는 서울 소재 학교들이 전국대회를 휩쓴 것과는 다소 상반된 부분이기도 하다. 이는 팀을 이끄는 선수들이 각자 제 몫을 다 해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강력한 원-투 펀치(김진영-한승혁)를 보유했던 덕수고가 이번 시즌에는 무관의 제왕으로 남은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 대구고의 봉황대기 우승으로 이번 시즌 7개 전국대회는 각기 다른 학교가 우승을 차지하는 묘한 현상이 발생했다.

2. 일하는 ‘대한야구협회’ 위상 정립

올 시즌 대한야구협회의 위상이 확연히 달라졌다. 강승규 협회장 이하 전 간부들이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어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제12회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를 국내에서 개최하기로 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다. ‘주말리그 정착화’ 등 산재해 있는 과제는 많지만 적어도 현재까지의 행보는 ‘프로보다 낫다’는 평을 들을 만하다.

예절을 강조하는 학생야구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다는 평가도 있다. 일례로 지난 황금사자기 고교야구에서 잘못된 판정을 내린 주심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 강력한 경고를 보낸 바 있다. 이후에는 지난해 대통령배 대회 결승전과 같은 결정적인 오심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어른들이 먼저 예절을 갖추면서 학생들 역시 학생야구 선수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점도 이번 2010 고교야구의 특징 중 하나다. 다만, 일부 동문들의 부부젤라 응원, 상대 선수를 향하여 조롱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일부 학교 선수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재 규정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시카고 컵스행을 결정한 덕수고 김진영 외에 해외 진출을 선언한 선수가 없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만하다.

3. 저학년들의 ‘약진’

지난해 청룡기에서 신일고가 우승할 수 있었던 비결은 두 명의 1학년들이 ‘깜짝 활약’을 펼쳤던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하주석(내야수)과 정병관(포수, 서울고 전학)이다. 이들은 2학년이 된 이후에도 범상치 않은 재주를 자랑하며, 3학년 ‘형님’들을 제치고 주전 멤버로 나서고 있다. 그런데 올해에도 저학년들의 예사롭지 않은 활약이 계속되고 있다.

저학년들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지는 학교는 부산고와 대구고다. 화랑대기 이후 부산고의 라인업을 구성하는 9명의 선수 중 3학년은 단 한 명뿐이었다. 청룡기 대회에서 4강에 올랐을 당시에는 3명의 3학년이 라인업에 포진되어 있었다. 3학년들에게 충분히 기회를 주면서도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선수들을 구성하는 김민호 감독의 용병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마운드에는 아예 3학년 ‘주축 투수’가 없다. 에이스 이민호는 이제 2학년일 뿐이며, 시속 140km의 볼을 던지는 송주은과 화랑대기 우수투수상을 받은 김희원은 올해 갓 고교야구에 입문한 새내기다. 그리고 김민호 감독은 이들을 이끌고 화랑대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대구고 역시 3학년 다섯 명을 제외하면 전원 저학년이다. 봉황대기 MVP에 빛나는 박종윤, 4번 타자 김호은, 전종화 전 LG코치의 아들인 전호영 등 선수들 대부분이 2학년이다. 이들은 내년에도 고스란히 팀에 남아있게 된다. 박태호 감독이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를 수 있는 이유’다.

부산고/대구고의 저학년 외에도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1학년 선수들은 생각 외로 많다. 신일고 에이스 최동현과 인천고의 새싹 윤대경, ‘리틀 나경민(시카고 컵스)’이라 불리는 덕수고 이석현 모두 아직 1학년이다.

▲ 부산고 이민호는 내년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2학년 유망주다.

4. 내년 시즌,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예비 3학년 선수’는 누구?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고교야구의 주축은 차후 프로 혹은 대학무대에서 뛰게 될 3학년 선수들이다. 1, 2학년 때부터 팀의 실질적인 에이스, 혹은 중심 타자로 활약했던 이들은 내년 시즌 신인 드래프트를 바라보고 있다. ‘예비 고교 3학년’생인 이들의 활약에 따라 내년 시즌 성적도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투수 : 이민호(부산고), 박종윤(대구고), 한현희(경남고), 임기영, 김윤동(이상 경북고), 이현동(광주일고), 권택형(덕수고), 권기헌(부천고), 오세민(상원고), 한보희(신일고), 신유원(야탑고), 변진수(충암고), 허건엽(포철공고), 손하림(충훈고)

포수 : 정병관(서울고), 김성민(야탑고)

야수 : 하주석(신일고), 강진성(경기고), 길민세(덕수고), 김호은, 전호영(이상 대구고), 제용진, 박종규, 도태훈(이상 부산고), 박승욱(상원고), 김한솔(용마고), 최항, 강승훈, 김문교(이상 유신고), 정홍기(제물포고)

지난해, 신일고를 청룡기 우승으로 이끌었던 하주석-정병관 듀오가 가장 눈에 띄는 가운데 1학년 때부터 경기에 투입됐던 선수들 역시 내년 시즌 더욱 농익은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 (C) 엑스포츠뉴스 DB 김현희 기자]



김현희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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