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8.23 11:20 / 기사수정 2010.08.23 11:21
[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지난해 KIA 타이거즈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광주 및 호남 연고 선수를 배려한 지명을 했다. 그만큼, ‘이것이 KIA다!’라는 팀 컬러를 강조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 셈이다. 광주일고를 졸업한 심동섭, 진흥고를 졸업한 임기준 등이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KIA의 지명을 받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지난해와 달리 연고권에 개의치 않은, 기본기가 잘 되어 있는 선수 위주로 신인 지명을 했다. 한때 미국 진출설을 강하게 주장하던 덕수고 한승혁이 KIA의 1번 지명을 받은 것을 비롯하여 화순고의 에이스 홍건희도 내년부터 KIA 유니폼을 입게 됐다. 또한, 발 빠르고 수비가 좋은 내야수들을 대거 선발했다. 지난해에도 덕수고 이인행(유격수)을 비롯하여 신일고 이제우(3루수)가 KIA 유니폼을 입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내야 유망주들을 지명했다는 것이 이번 KIA 타이거즈 신인 지명의 가장 큰 특징이다. 반면, 외야 요원은 원광대 윤정우를 뽑는 데 그쳤다.
덕수고 한승혁, 즉시 전력감으로 1라운드 지명
KIA가 1라운드에서 호명한 이름은 덕수고 한승혁이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50km를 마크한 한승혁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군침을 흘렸던 대형 유망주였다. 시즌 중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계약하는 등 당초 김진영(시카고 컵스)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를 탈 것으로 보였지만 결국 국내 잔류 쪽에 무게를 실었다. 직구 하나만 잘 사용해도 프로에서 충분히 통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구력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한항공 배구단에서 맹활약했던 국가대표 출신 한장석씨의 아들이기도 하다.
2라운드에서는 화순고 에이스 홍건희를 지명했다. 홍건희 역시 빠른 볼을 무기로 삼고 있는 파워피처 유망주로서, 이승현(LG 트윈스)이 빠져나간 공백을 올 시즌 충분히 메워주기도 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5~6km에서 형성된다. 빠를 경우 한승혁과 함께 내년 시즌 원 포인트 릴리프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KIA 불펜 사정에 따라 마무리 투수를 맡겨 볼 만한 인재이기도 하다.
2년제 대졸 선수 중에서는 드물게 제주산업대 우병걸이 KIA의 지명을 받았다. 역시 빠른 볼을 주무기로 하는 선수로서, 올 시즌 팀 동료 한국인과 함께 마운드를 이끌었다. 팀 동료이자 후배인 강전홍(1학년)은 “시속 150km까지 던질 수 있는 선배다”며 그의 범상치 않은 모습에 큰 점수를 주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무대 경험이 2년에 한정되어 있어 경험적인 부분이 약간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이 아닌 1~2년 정도 2군 무대에서 검증을 받은 이후 프로 무대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대구고 정상교(사진 좌측), 제물포고 유재혁(사진 우측)은 안치홍-김선빈 등과 함께 KIA의 내야를 책임질 수 있는 유망주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고교시절, 등번호 7번을 달았다.
대구고 유격수 정상교는 스승인 박태호 감독이 ‘포스트 박진만’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선수다. 그만큼 수비가 안정되어 있어 웬만해서는 에러를 범하지 않는다. 이에 정상교는 2학년이 주축이 된 팀을 이끌고 봉황대기에서 모교를 우승으로 이끈 바 있다. 다만, 방망이 실력을 더 다듬어야 프로에서 살아남는다. 인천고를 졸업한 박진만 역시 프로 초반부터 방망이 실력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조범현 감독 지휘방식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달라지겠지만, 꾸준한 주전 출장이 보장되어야 제2의 박진만으로 성장할 수 있다.
‘발 빠른 내야수’ 제물포고 유재혁도 KIA의 유니폼을 입는다. 발이 빨라 그를 누상으로 내보낸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앞서 언급한 정상교와 더불어 선배인 안치홍, 김선빈 등과 함께 KIA의 내야를 이끌 만한 유망주다. 다만, 빠른 발과 더불어서 방망이 실력도 날카롭게 가다듬어야 꾸준한 출전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
광주일고에서 유창식, 이정호 등과 함께 마운드를 이끌었던 박기철 역시 KIA의 지명을 받았다. 앞선 두 사람에 비해 마운드에 오른 횟수는 적었지만, 박기철도 시속 140km 중반대의 볼을 던질 줄 아는 선수로 이름이 나 있다. KIA가 지명하지 않았다 해도 다른 팀에서 하위라운드에서나마 지명을 받을 것이 유력했던 선수였다. 다만, 경험의 부족을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외에 원광대 외야를 책임졌던 윤정우(3라운드 지명), 김민식, 강동우와 함께 개성고를 이끌었던 박세준(8라운드 지명), 휘문고 내야수 박태원(9라운드 지명) 등도 잠재력이라는 측면에서 앞선 선수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 중 원광대 윤정우는 KIA의 외야 사정상 의외로 일찍 1군 무대에 콜업되어 백업 요원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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