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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전동석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자 유죄 [엑's 리뷰]

기사입력 2020.02.24 11:29 / 기사수정 2020.02.24 11:29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오싹하지만 매혹적이고, 판타지적이면서도 서정적이다. 배우 전동석은 비주얼부터 노래, 연기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드라큘라를 소화해낸다.

뮤지컬 ‘드라큘라’가 4년 만에 돌아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천년의 세월 동안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넘버로 이뤄졌다.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Bram Stoker)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200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국내에서는 2014년 오디컴퍼니의 프로덕션으로 첫선을 보인 뒤 2016년 2주간 공연했다.

드라큘라 백작은 남녀노소 모르는 이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익숙한 콘텐츠다. 그만큼 다양한 나라에서 소설, 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 여러 장르를 통해 변주돼왔다.

유한한 생을 사는 인간과 달리 저주받은 생명을 얻었다. 영원히 죽지 못하고, 인간의 피를 먹고 사는 판타지적 존재다. 공포스럽지만 그의 내면에는 아픔이 가득하다. 무시무시한 드라큘라 이전에 한 여자를 사랑하는 순정남이기도 하다. 그런 드라큘라와 인간인 여인 미나의 사랑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소재다. 드라큘라는 아내 엘리자벳사가 환생한 듯한 조나단의 약혼녀 미나를 보자마자 운명임을 확신한다. 미나를 유혹하고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하지만 미나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고통의 삶을 끝낸다.

판타지 로맨스 장르의 정점에 있는 드라큘라는 누구보다 강한 악역이지만 동시에 치명적이고 섹시한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면서도 한 여자를 향해 눈물 흘리고 마음 아파하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준다.

고전적이고 식상할 순 있지만, 무대 세트와 조명 등을 통해 웅장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잘 살렸다. 다만 짧은 시간 내에 스토리를 다 풀기에는 역부족인 터라 개연성은 완벽하지 않다. 이번 공연에서 수정과 보완 작업을 거치긴 했으나 미나의 내적 갈등이라든지, 루시가 드라큘라에게 물린 이유, 반헬싱의 서사 등이 촘촘하게 드러나진 않는다.

이 작품의 특기는 넘버다. 달달한 'Whitby Bay'부터 전개의 전환을 알리며 긴장을 높이는 ‘Please Don't Make Me Love You’, ‘If I Had Wings’, ‘The Mist', ‘Mina’s seduction’, 애절한 감정이 돋보이는 ‘A perfect Life’, ‘Loving You Keeps Me Alive’, 강렬한 ‘Fresh Blood’, ‘It's Over', ‘Master’s song’, 'Life After Life'까지 다양한 넘버가 극에 어우러져 몰입을 배가한다.

배우 전동석은 드라큘라의 여러 감정을 녹여낸다. 저주받은 삶을 산 드라큘라의 내면에 깊이 내재한 증오와 절규, 무너진 성벽 안에서 시간을 견디며 지낸 외로움, 400년이란 세월 동안 한 여자만 사랑하는 순정 등을 소화한다. 이미 여러 대작을 통해 인정받은 가창력과 안정적인 연기로 신비로우면서도 처연한 드라큘라를 표현해낸다.

주인공 외에도 가창력과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들이 완성도에 큰 몫을 한다. 드라큘라와 소통하며 정신병원에 입원한 랜필드를 연기하는 김도현이 눈에 띈다. 실감 나는 연기로 신스틸러 활약을 톡톡히 한다. 미나와 함께 또 다른 여주인공으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비중이 높은 루시 캐릭터도 존재감이 있다. 김수연은 선과 악의 강렬한 대비를 보여준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6월 7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165분. 만 14세 이상.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오디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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