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 월드컵은 선수뿐 아니라 감독에게도 자기의 명성을 드높일 기회가 되기도 하고 직업을 잃고 실직자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에 직면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역시, 몇몇 감독은 새로운 명장의 반열에 올랐고 반대로 세계적 명장에서 이번 대회 결과로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도 했다.
이번 대회, 과연 어떤 이름이 자신의 전술을 성공적으로 증명했는지, 반대로 자신의 명성에 비해 실패한 축구를 선보였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UP
비센테 델 보스케(59세, 에스파냐)
2004/05시즌 터키의 베식타쉬와 이번 스페인 대표팀을 제외하곤 줄곧 레알 마드리드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델 보스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오히려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중용하며 스페인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전임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의 '점유율 축구'를 완벽히 계승, 선수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며 스페인 축구의 새로운 역사에 크게 이바지했다.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58세, 네덜란드)
마르크 판 봄멀의 장인으로 유명한 판 마르베이크 감독. 주로 네덜란드의 중소 클럽을 지도하다 지난 2001/02시즌 페에노르트의 UEFA컵 우승으로 자신의 이름을 全 유럽에 각인시켰다. 유로 2008 이후, 마르코 판 바스턴의 후임으로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으로 임명,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 패배까지 네덜란드의 26경기 무패행진을 이끌었다. 토탈풋볼의 역동성은 사라졌지만 수비진의 안정화에 크게 기여, 네덜란드를 지지 않는 팀으로 변모시켰다.
요아킴 뢰브(50세, 독일)
사실, 대표팀 이전 지도자 경력, 선수 경력 모두 그다지 주목할 만하지 못하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체제의 독일 팀에서 수석 코치로 활동했고 유로2008을 준비하며 대표팀 감독으로 승격했다. '노쇠한 이미지'의 전차군단에 토마스 뮐러, 메수트 외칠 등 신예 등을 과감히 기용하며 완벽한 세대교체를 이루었다.
오스카르 타바레스(63세, 우루과이)
우루과이 대표팀 감독으로 6년 만에 감독직으로 복귀한 타바레스는 우루과이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넘어 우루과이를 40년 만의 4강으로 이끌었다. 지역 예선과정에서 부실했던 수비진을 180도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시킨 것, 모래알 조직력을 끈끈한 팀워크의 팀으로 변모시킨 것은 마법과도 같았다. 전술적으로도 탁월할 뿐 아니라 겸손과 배려를 갖춘 인품도 일품이다.
오카다 다케시(53세, 일본)
타바레스가 남미의 마술사라면 오카다의 일본이 이번 월드컵에서 보인 행보는 아시아의 마술이었다.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연패에 빠져 허덕이는 팀을 끈끈하고 확실한 한 방을 갖춘 팀으로 변모시켰는지, 지금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 밖에 칠레의 화끈한 축구를 선보였던 마르셀로 비엘사, 파라과이의 막강 수비를 구축한 헤라르도 마르티노, 가나의 8강 돌풍을 일으킨 밀로반 라예비치, 한국의 첫 원정16강을 이끈 허정무도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주가를 높였다.
DOWN
레몽 도메네크(58세, 프랑스)
지난 유로 2008에 이어, 이번 남아공 월드컵도 프랑스는 최악의 성적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두 대회 연속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도메네크 감독은 어떻게든 그 책임을 전적으로 짊어져야 한다. 원칙 없는 선수선발, 확실한 전술의 실종, 선수단의 분열 등 도메네크 하의 프랑스는 아무런 희망도 없는 팀이었다.
마르셀로 리피(62세, 이탈리아)
리피만큼 월드컵에서 극과 극의 행보를 보인 감독도 드물 것이다. 전 대회에서 이탈리아를24년 만의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더니 4년 후에는 36년 만의 조별리그 탈락으로 몰아넣었다. 세대교체의 실패, 한 방을 책임질 확실한 공격전술의 부재가 전 대회 우승팀을 이번 대회 무승의 팀으로 전락시켰다.
파비오 카펠로(64세, 이탈리아)
'우승 청부사'를 영입한 '축구 종가' 의 야망은16강에서 무너졌다. 그것도 1-4라는 스코어로 독일에 어주 처참히 말이다. 사실, 잉글랜드의 탈락은 자블라니에 대한 지독한 적응실패에 많은 부분이 연관되어 있다. 또한, 독일전 대패는 심판의 오심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때문에 카펠로는 다시 한 번의 기회를 부여받았다.
둥가(46세, 브라질)
8강전 네덜란드에 대한 역전패가 둥가의 실리 축구를 실패로 만들었다. 사실, 네덜란드전을 제외하면 둥가의 실리 축구는 몇 차례의 실점(2점)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제 몫을 하고 있었다. 또한 네덜란드의 브라질전 승리를 이변이라 부르지 못할 정도로 네덜란드의 전력도 무시할 팀은 아니었다. 그러나 8강 탈락이 그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납되지 않는 것이 바로 브라질 감독 자리이다.
폴 르 구앙(46세, 카메룬. 국적: 프랑스)
2000년대 초, 프랑스 리그 중상위권 팀인 올랭피크 리옹의 기념비적인 3연패를 이룩했던 르 구앙. 그러나 젊은 감독 르 구앙의 첫 번째 국가대표팀 지휘는 대표팀에 대한 경험 미숙만 안긴 채 아프리카 최강 카메룬의 3전 3패로 이뤄졌다. 반드시 승리할 때 승리해야 하는 단기전의 전술이 미비했던 점, 선수단의 불화를 제압할 카리스마가 부족했던 게 르 구앙의 실패 요인이다.
[사진=비센데 델 보스케 (C) Gettyimages/멀티비츠]
윤인섭 기자 pres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