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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사담] '사연 많은 남자' 추성훈, 그만의 이야기…

기사입력 2010.07.07 11:04 / 기사수정 2010.07.07 11:11

신철현 기자



[엑스포츠뉴스=신철현 기자] 낯익은 음악과 세리머니

입장하는 선수의 도복 어깨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태극기와 일장기로 자꾸만 눈이 간다. 늘 그렇듯, 기분이 묘하다.

한국 시각으로 지난 7월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UFC 116에서 크리스 리벤(29, 미국)을 상대로 추성훈(34, 일본)은 패했다.

패배의 원인은 미들급 선수로는 상대적으로 작은 체격과 체력의 급격한 저하 등으로 보였다. 아쉽게도 거의 이긴 경기를 마지막 30초를 지키지 못해 내준 것이다.

비록 이번 시합에서 어이없이 지기는 했지만, UFC 진출이 후, 2회 연속 '파이트 오브 나이트'(그날의 시합 중 최고의 경기)에 선정되어 승패를 떠난 그의 스타성을 증명해주기도 하였다. 어쨌거나 한동안 잊고 있던, 추성훈의 UFC 진출이 후 첫 패배이다.

워낙 많이 회자되어 굳이 다시 할 필요가 있을까마는, 오늘은 사연 많은 이 남자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재일교포 4세.

유도선수출신인 아버지와 수영선수출신인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타고난 유전자 때문인지 그는 3살 때부터 유도를 시작했다. 일본에서 한국인이라는 불리한 상황을 벗어나 성공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연예인이 되거나. 운동선수가 되거나. - 단, 잘 나가야 된다는 조건하에 -

어쨌거나 그는 후자를 선택하게 되고 무척 잘 나가는 유도선수가 되는데. 당연한 전개이겠지만, 한국교포 4세인 그가 국제대회에 국가대표로 나갈 수 있는 길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가지, 일본인으로 귀화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래서 그는 결정을 내린다.

나고 자란 일본에서 일본인이 되는 쉽고 빠른 길을 버리고, '조국'이라는 돌아가는 길을 가기 위해 1998년 스물넷의 나이에 역시 유도선수였던 여동생과 함께 한국으로 날아온 것이다.

조국에서 그는 빠르게 한국말과 문화를 익혀나가는 동시에 한국의 유도선수로도 적응하며 자신의 체급 최고의 선수로 성장해나간다.

그런데 그가 사랑했던 조국에서 생각지 못한 걸림돌이 나타나는데 경기내용은 상대선수보다 잘했으나 판정에서 패하게 되고, 특히 국제대회출전권이 걸린 대회에서는 분명히 자신이 앞섰다고 생각한 시합에서 상대선수가 승리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애당초 재일교포는 이기게 할 생각이 없는 게 아닐까? 라는 의구심을 품는다.

조국을 사랑한만큼 실망하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일본에서 한국으로 같이 왔던 여동생이 같은 학교 학생이 익사한 사건을 목격하게 되는데, 그 사고에 대해 거짓증언을 해 줄 것을 강요당하면서 동생 역시 조국에 회의를 느끼고 남매는 왔던 길을 되돌아 2001년 일본으로 가게 된다.

그 후, 일본으로 귀화하고 그때를 놓칠세라 이전부터 귀화해주기를 간절히 바랐던 일본유도협회는 일본인이 된 그를 당당히 국가대표로 선발. 그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를 결승에서 만나 물리치고 이제 모국이 된 일본에 금메달을 안겨준다.

이쯤 해서 그와 한국과의 인연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2004년 'K-1 다이너마이트' 대회에서 격투기 선수로 데뷔한 후, 승승장구 2006년 10월 'K-1 히어로즈 라이트헤비급' 초대 챔피언이 되면서 우리나라에서 인기몰이하며 스타로 급부상한다.

정작 한국인일 때는 환영받지 못하던 조국에서 일본인이 된 후, 엄청난 환대를 받는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후일, 그는 "일본에서의 차별보다 조국에서의 차별이 더 서러웠다"고 말한 적이 있다.

100여 년 4대가 팍팍한 일본에서 살아오면서도 한국인이라는 자존심을 버리지 않았는데, 단 3여 년 조국에서의 시간이 한국인 '추성훈'을 일본인 '아키야마 요시히로'로 바꾸어버린 것이다.

얼마 전 어느 격투기선수가 "추성훈은 일본인일 뿐"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는 한국말을 잘하는 일본인일 뿐이다. 그 역시 언제 아니라고 한 적은 없다.

하지만, 그는 성공이 보장된 일본 귀화의 제의를 물리치고 조국으로 왔었다는 것, 실망을 안고 돌아간 그가 그저 좋기만 해서 선택한 길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우리가 기억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진정한 격투기 팬이라면 위축된 격투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그에게 비난보다는 격려의 응원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추성훈ⓒ엑스포츠뉴스DB]

 



신철현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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