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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리' 김태훈 감독 "자연스레 스며든 사명감…'장사상륙작전' 기억되길"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10.19 07:30 / 기사수정 2019.10.19 02:05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김태훈 감독이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로 도전의 한 페이지를 완성했다.

9월 25일 개봉한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평균나이 17세, 훈련기간 단 2주. 역사에 숨겨진 772명 학도병들이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투입됐던 장사상륙작전을 그린 작품. 112만 명을 모은 영화는 관객 수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영화가 가진 의미만큼은 호평받는 데 성공했다.

김태훈 감독은 곽경택 감독과 함께 메가폰을 잡았다.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2010)과 '아이리스 2'(2013) 연출 등 그동안 쌓아올린 탄탄한 경험을 바탕으로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에서 전쟁의 생생함을 현장감 있게 전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예전부터 역사에 관심이 있었다"고 전한 김태훈 감독은 "영화의 초고가 나온 후 보게 됐는데, 중·고등학생 시절에 역사에 관심이 있었다고 하던 저도 장사상륙작전은 알지 못했죠. 정말 놀랐었고, 또 너무나 영화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떠올렸다.

"들여다볼수록 묵직해지는 느낌이 있었어요. 772명이라는 그 학도병의 숫자도 그렇고요. 평균 나이가 17세가 안 되는 학생들이, 한반도의 명운을 가르는 큰 역사적 사건에 기여했다는 것이 정말 대단했어요. 영화적으로도 도전 의지가 생기는 프로젝트였죠."

그렇게 진짜 영화에 도전하게 됐지만,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었다. 17년간 VFX 슈퍼바이저 일을 해온 내공의 소유자인 김태훈 감독에게도 이번 영화는 '가장 어려운 난도였다'고 인정할 만큼, 작업에 더욱 더 섬세하게 공을 들여야 했다.


"그림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준비해야 하는 것도 많고, 겨울에 진행된 촬영에서는 안전사고의 우려도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했어요. 전투 장면은 일산에 있는 수조 세트에서 촬영했는데, 그 물이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서 모아놓고 쓰는 것이었거든요. 물속에 그냥 들어가는 수준이 아니라 파도를 만들어서 들이치게 하고 비바람을 만들고, 연기자들과 스태프들 모두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었죠. 강풍기를 한 번 틀고 나면, 수십 명이 들어가서 위험하다고 사인을 보내고 육성으로 말해도 들리지 않을 정도니까요. 어떻게 촬영을 할지, 컴퓨터로 작업할 부분을 미리 예측해서 설계하고 하는 모든 것들이 도전이었어요."

'현장 자체가 전쟁터였다'고 표현하며 당시를 회상한 김태훈 감독은 "스태프들이 주의하고 조심하고 철저히 준비한 점들이 참 고마웠죠. 저희는 촬영이기 때문에 끊으면서 갈 수 있지만 1969년 당시를 생각해보면 그 때 참전하셨던 분들은 컷 없이 이런 상황을 쭉 겪으신 것이잖아요. 옆에서 피 흘리고 쓰러지는 동료를 내 눈으로 보면서 역경을 딛고 나갔다고 생각해보면, 저희의 힘듦은 충분히 감내해야 될 일들이었죠"라고 말을 이었다.

"촬영 때도 정말 신기하게 날씨가 많이 도와줬었거든요. 일정이 빡빡했던 편이었는데, 사실 날씨의 변화 여부까지 대입해서 조정하기는 조금 어려웠어요. 날씨 변수 때문에 항상 고민이 많았는데, 비를 맞으며 밖에 나갔다가도 촬영을 준비하다 보면 비가 그쳐있고 그렇더라고요. 그런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되니까, 정말 하늘이 저희를 도와주고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단순히 운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정말 사명감을 갖고 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 것 같아요. 정말 뭉클한 순간들이었고, 배우들과 스태프들 모두 가슴 속에 진정성과 사명감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던 현장이었죠."

흔치 않은 공동연출이라는 이름으로 곽경택 감독과 호흡을 맞춘 소감도 남달랐다. 곽경택 감독은 드라마적인 부분을, 김태훈 감독은 전쟁신 등 조금 더 기술을 요하는 부분에 집중하는 방식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김태훈 감독은 "곽경택 감독님은 경험으로도 많은 필모그래피를 갖고 계시고, 또 한국 영화계에 굵직하게 자리매김하신 분이라고 누구나 다 평가를 하잖아요. 제게는 개인적으로 너무나 영광이었고 좋은 기회였고, 또 든든했죠"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처음에는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곽경택 감독님이 너무나 편안하게해주시고 자신감을 주셨었어요. 감독님이 저를 견뎌주신 것이죠.(웃음) 운이 좋았던 것이, 곽경택 감독님이 합류하시기 전에 제가 1년 전부터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합류하시면서 일이 더 잘 진전될 수 있었고 그렇게 3개월 만에 촬영도 잘 마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런 성격이 사실 잘 못되는데, 기회가 될 때마다 감독님에게 꾸준히 감사의 마음을 보여드리곤 했죠.(웃음)"

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광고계에서 일한 후 컴퓨터 그래픽 분야를 거쳐 드라마, 영화계에 안착한 김태훈 감독은 "일반적인 영화인들의 이력을 거쳐 온 것이 아니라, 저 스스로는 사실 옆에서 가까이에서 보며 배울 수 있는 스승님, 형님의 존재가 굉장히 간절했었거든요"라고 털어놓으며 "이번에 곽경택 감독님과 함께 하면서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던 것 같아요. 영화 일이 아니더라도, 두고두고 인생의 선배로서도 가까이에서 많은 모습들을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라고 고백했다.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김태훈 감독은 "인천상륙작전이라고 하면 맥아더 장군이 바로 떠오르잖아요. 이 영화가 개봉한 날부터, 장사상륙작전과 772명의 학도병들이 인천상륙작전을 언급할 때 같이 떠오를 수 있게 된다면 좋겠어요. 사람들에게 그렇게 기억되고 떠오를 수만 있다면, 또 그 부분에서 얻는 뿌듯함이 있을 것 같고요"라고 얘기했다.

"가려져 있던 역사적 사건을 재조명해서 사람들에게 알리는데 제가 일조할 수 있던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요. 작품을 시작할 때보다 그 마음들이 훨씬 더 커지는 것 같고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 이후에도, 제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들을 잘 작업해서 또 다른 이야기들을 보일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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