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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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갑작스런 이적 왜?

기사입력 2006.08.30 08:52 / 기사수정 2006.08.30 08:52

손병하 기자
[엑스포츠뉴스 = 손병하 축구 전문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영표(29·토트넘)의 이적설에 축구계와 축구팬들이 술렁이고 있다. 이영표의 이적은 사실상 토트넘과 AS 로마의 합의 상태이고 선수 개인의 세부 사항에 대한 조율만 남겨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05/06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지 PSV 에인트호벤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로 안착한 이영표는 단숨에 주전 윙백을 꿰차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며 토트넘의 전력 상승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최정상급 윙백으로 평가받으며 공격은 기본이고 점차 강한 수비력까지 더해가던 이영표였다. 지난 시즌 리그 선수 평점에서도 전체 중위권을 꾸준히 차지할 정도로 인정을 받던 선수였다.

이번 시즌 토트넘이 윙백을 보강하기 위해서 아수-에코토를 영입하고 왼쪽 붙박이던 이영표를 오른쪽으로 보내는 등 어느 정도 위기감이 감돌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마틴 욜 감독의 가장 확실한 '제1옵션'이던 이영표의 갑작스러운 이적은 사실 납득이 잘 가지 않는 대목이다.

마틴 욜 감독의 이영표에 대한 신뢰는 정말 대단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도 "영표는 나의 첫 번째 옵션"이라는 얘기를 했다. 또 경기 선발 출장 명단을 작성할 때 이영표의 이름을 가장 먼저 적어 넣는다는 보도도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이영표의 이적설은 갑작스럽고 당황스럽다.

이적 속내는?

하지만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하면 이영표의 갑작스럽기만한 이적설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도 한다. 첫 번째는 마틴 욜 감독이 이영표를 버렸다기보다는 AS 로마가 이영표를 더 원했다는 것이다.

AS 로마는 올 1월에도 임대 신분으로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호삼 아메드 미도와 트레이드를 추진한 적이 있었다. 물론 공식 확인된 트레이드 요청은 아니었지만 미도를 완전 이적시키는 대신 이영표를 넘겨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틴 욜 감독은 그렇게 탐내던 미도였지만 이영표를 버리지 않았다.

게다가 AS 로마는 이번 시즌 우승의 꿈으로 부풀어 있다. 지난 시즌 승부 조작 파문으로 세리에 A의 최강 유벤투스가 세리에 B로 강등했고 지난 시즌 상위권에 올랐던 AC 밀란, 피오렌티나, 라치오가 승점을 감점당해 AS 로마는 단숨에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비록 유벤투스에 이어 넘버 2를 자랑하던 AC 밀란이 세리에 B로 강등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시즌에서 승점 8점을 감점당하고 시작함에 따라 AS 로마가 욕심낼만한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게다가 4위 다툼을 벌이던 라치오는 11점, 피오렌티나는 19점을 감점당하고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온전한 전력으로 리그를 시작할 수 있는 라이벌은 인테르 밀란에 불과하다.

여기에 지난 시즌 상위권과의 대결에서 유독 승점을 챙기지 못해 리그 5위로 시즌을 마감해야 한 점을 생각한다면 상위권 팀들이 대거 철퇴를 맞은 지금이 00/01시즌 이후 6년만에 스쿠테토(세리에 A의 우승을 상징하는 말)를 안게 될 호기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AS 로마는 꾸준히 탐내오던 이영표 영입에 더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금까지 AS 로마의 왼쪽 윙백을 맡아온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출신의 레안드로 쿠프레가 29일 모나코로 이적하면서 AS 로마의 왼쪽은 무주공산이 되어버렸다.

쿠프레가 비록 지난 시즌 강력한 몸싸움과 제공권 장악력을 바탕으로 로마의 부활에 많은 공을 세운 것이 사실이지만 수비력에 비해 공격력이 아쉬웠던 선수였다. AS 로마가 이영표를 탐낸 가장 큰 이유기도 한데 AS 로마는 리그 정상을 노크하기 위해서는 좀더 공격적인 능력을 갖춘 윙백의 보강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토트넘에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미도

▲ 미도의 복귀를 전하는 토트넘 홋스퍼 웹사이트
또 하나의 이유는 미도를 아끼던 마틴 욜 감독의 결정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초반과 중반 토트넘이 무서운 상승세로 챔피언스리그 꿈을 꿀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최전방에서 임대 선수 이상의 몫을 수행한 미도의 활약 덕분이었다.

포스트 플레이에 능숙하면서도 개인 돌파와 득점력까지 수준급이던 미도는 개인 돌파 성향이 강한 저메인 데포, 로비 킨과 짝을 이뤄 토트넘의 공격진에 시너지 효과를 불러왔다.

이런 시너지 효과는 미도, 데포, 로비 킨이 가지고 있던 개개인의 능력 이상의 것이었다. 실제 마틴 욜 감독은 팀 공격력을 높인 미도의 역할에 크게 만족했다.

지난 겨울 시장에서 이런 토트넘의 속사정을 읽은 AS 로마가 탐내던 이영표와 미도를 트레이드하려 했지만 당시 토트넘에는 이영표를 대신할 윙백 자원이 전무한 상태였던 데다가 정상급 활약을 펼치는 이영표를 굳이 방출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이영표의 대체 자원으로 영입한 아수-에코토가 공격력은 아쉽지만 수비에서는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미도의 공백이 느껴지는 공격진으로는 다시 한번 챔피언스리그 티켓에 도전할 수 없다는 현실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토트넘은 이제 겨우 세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마이클 캐릭과 미도의 공백을 확실히 느끼고 있다. 세 경기에서 토트넘은 1승 2패를 기록했는데 2-0 승리를 거둔 상대가 프리미어리그 새내기 셰필드 유나이티드였고 기존 프리미어그 팀들인 볼튼과 에버튼엔 0-2로 완패했다.

마틴 욜 감독은 볼튼과 에버튼전에서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지 못한 공격진의 문제점을 절감하고 지난 시즌 공격을 이끈 미도의 존재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아수-에코토와 오른쪽 윙백으로 활약할 수 있는 스톨테리가 있어 윙백인 이영표의 필요성보다 공격수인 미도의 필요성이 더 컸을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양 팀은 이영표와 미도의 트레이드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미도는 29일 토트넘으로 이적이 발표되면서 이영표보다 한발 앞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이영표의 갑작스러운 이적에 '방출이 아니냐?'는 따갑고 안타까운 시선들이 쏠리고 있지만 사실은 방출이 아닌 조건에 맞는 카드 교환으로 봐야 할 것이다.

또 유럽 빅 리그 중 하나인 AS 로마가 우승의 꿈을 위해 이영표를 영입했다는 것도 좋은 기회다. 프리미어리그보다 더 자존심이 강한 세리에 A의 명문 클럽이 이영표를 원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영표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다가오는 06/07 세리에 A에서 뛰게 될 이영표가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꿈을 향해 어떤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프리미어리그에 이어 또 하나의 빅 리그인 세리에 A에서도 그 기량을 만개할 수 있을지, '초롱이' 이영표에게 축구팬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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