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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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LG 이동현 "프랜차이즈는 과분, 아쉽지만 영광스럽다"

기사입력 2019.09.29 11:38

채정연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채정연 기자] 19년의 'LG맨' 생활을 마치는 투수 이동현이 큰 사랑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은퇴 소감을 밝혔다.

이동현은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은퇴식을 치른다. 이날 열리는 두산과 LG 경기에 앞서 팬 사인회, 700경기 출장 시상식 등 식전 경기를 진행하며, 경기 후 공식 은퇴 행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2001년 LG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동현은 2019년 8월 22일 NC전에서 개인 통산 700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19년간 LG 유니폼만 입은 그는 통산 53승 47패 41세이브 113홀드 910이닝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했다. 29일 두산전 불펜 등판해 프로 마지막 1군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다음은 이동현과의 일문일답.

-잠자리에 들 때 어떤 느낌이었나.
▲잠을 못 잤다. 신경을 많이 썼더니 잠이 안 오더라. 선수로서 마지막 잠실야구장이니 뜻깊게 생각하려 했다. 와이프와 잠을 많이 설쳤다. 

-등판 가능성도 있는데.
▲19년간 LG에 있으며 마운드에 오를 때만큼은 허투루 경기를 나간 적이 없다. 은퇴 경기이기 때문에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몸을 만들지 않은지 한 달 정도 됐다. 며칠 전부터 캐치볼을 했는데 내 몸 상태에서는 혼신의 투구를 할 생각이다.

-상대인 두산에게 중요한 경기라 부담이 있지 않나.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동생들을 믿고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줄 것이다. 승패는 하늘이 정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동생들을 믿고 내가 나갈 타이밍을 준비할 생각이다. 타이밍에 대해 이야기 들은 바는 없고, 주자가 없을 때 나가면 부담은 덜할 것 같다. 한 타자 상대라도 해도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

-은퇴 시즌에 가을야구를 하게 됐다. 느낌도 남다를 것 같은데.
▲유광점퍼가 사실 무겁지 않나. 의미가 무겁다. 다행히 동생들이 내 은퇴를 위해 선물을 주는 게 가을야구인 것 같다. 동생들로 인해 좀 더 명예롭게 은퇴를 하는 것 같아 고맙다. 가을야구를 같이 그라운드에서 뛰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고도 영광스럽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커리어로 여겨지는데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두번째 수술 후가 가장 힘들었다. 두번째 수술 후 실패했을 때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하늘이 도운지 모르겠지만, 너무 좋은 분들을 만나 받은 힘 덕분에 잘 견딜 수 있었다. 존경하는 분들이 전화로 힘내라고 격려해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차명석 단장님이 저를 끝까지 믿고 지켜봐주시고, 플레이오프 때 나를 가장 중요한 자리에 기용해주신 게 기억에 남고 힘이 됐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면.
▲2002년으로 가고 싶다. 팬 분들이 너무 많이 던진 것 아니냐고 걱정해주셨지만, 당시 김성근 감독님이 중요한 자리에 기용해주셔서 이렇게 할 수 있었다. 한 점이 너무 아깝게 생각이 된다. 그 때로 돌아간다면 내 몸 관리를 잘 해서 한 점이라도 덜 주겠다는 생각이다. 김성근 감독님이 문자를 주셨는데. '불사조 같았던, 어리게만 느껴졌던 선수가 은퇴하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하셨다. 통화를 하는데 마음이 찡했다. 나 때문에 많은 분들께 질타를 받으셨을텐데도 전화를 주셔서 감사했다.

-매진에 가까운데, 100만 관중도 가능할 것 같다.
▲은퇴 경기가 잡힌 후 개인 SNS에 글을 남겼다. 나는 은퇴식을 하게 될 줄 몰랐다. 700경기가 개인적으로 은퇴식이었다. 날짜가 정해진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우리 팀이 꼭 관중 기록을 이어갔으면 했다. 나도 LG 팬이었기 때문에 가장 명예로운 기록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행히 두산이라는 큰 팀과 경기를 해 많이 오셨고, 내일도 많이 오신다면 100만 관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일도 나와서 공도 던져주고, 선배로서 도움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있다. 사인 못 받으신 분들 있으면 내일 오시면 성심성의껏 해드리겠다. 구단의 명예로운 기록과 함께 영광스럽게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이 참 무서운데, 나는 상처를 받지 않는 선수였던 것 같다. 늘 팬들과 소통하고 싶었는데 이것이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 커리어에 비하면 떳떳한 생각은 아니지만, 내가 트윈스를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은퇴 결심 후부터는 SNS를 활용했다. LG 트윈스를 사랑하는 마음을 글로 직접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한국 야구의 위기라는 말이 들리는데.
▲조심스럽지만, 팬 분들이 많이 감소했다. 팬 분들께서 찾아오는 과정들이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선수들이 쇼맨십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동생들에게 매번 이야기하지만, 마운드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것들, 타석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표출해야 한다. 세리머니 등과 같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처음 입단했을 때 가장 먼저 선배들에게 배운 것이 자신감 있는 모습이었다. 마운드에서 항상 삼진 잡고 포효하고, 기뻐했다. 그런 것들이 부족하다보니 야구가 퇴보되고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다. 팬들을 위한 이벤트가 많아진다면 실력을 떠나 다시 한번 흥행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경기 나가면 항상 그림을 그렸었다. 주자가 나가면 삼진을, 혹은 병살을 잡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대로 이뤄지면 포효를 하자고 생각했다.

-앞으로 LG를 이끌 동생들에게 한 마디 하자면.
▲지금 동생들은 앞으로 10년이 아니라 최소 우승을 몇 번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재산인 것 같다. 동생들에게 내 조언이 얼마나 도움이 될 지 모르겠지만, 700경기를 나가며 했던 생각들이나 상황들을 내 스스로는 그들이 겪을 상황이라 생각하고 말해줬다. 김대현, 고우석, 정우영이 잘 하고 있었고 잔소리 같은 조언에도 고맙게도 잘 듣고 실행해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 앞으로 그 선수들이 나중에 은퇴를 하고 1점만 덜 줬으면, 하고 생각하기 전에 지금 미리 그런 욕심을 갖고 있으면 앞으로 후회하지 않는 시즌을 보낼 수 있고 그러면 좋은 선수가 되어있을 것 같다. 멀리서나마 응원할 것이고, 언제든 연락오면 밥 한 기 하면서 친구들이 필요한 것을 내가 알고 있는 한 주려고 생각하고 있다.

-야구인으로서 앞으로의 인생은.
▲LG에서 오래 있었지만, 프랜차이즈라는 수식어는 과분할 것 같다. 하지만 LG에서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할 것이라 생각한다. 선수여서 그라운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후배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조력자들처럼 서포트하는 게 내가 앞으로 해야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원팀맨' 700경기는 유일하다. 자부심이 있을 것 같은데.
▲겸손이 아니라 1도 없다(웃음). 그저 열심히 나갔을 뿐이다. 다른 선수들도 조금만 열심히 하면 나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다. 다만 팔꿈치 수술 후 멘트 때문에 팬 분들께서 대우해주시는 것 뿐이지 나 스스로 프랜차이즈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LG에 입단하고 잘 흘러간 선수 이동현일 뿐이다. KBO리그, 국가대표 기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많은 팬 분들이 좋아해주신 선수다.

-부친을 시구 초청한 이유가 있다면.
▲아버지가 어머니와 어렵게 사셨다. 아버지께서 다른 집에 가서 일을 도와주고 계셨다. 어느 집에 갔는데 그 집에 내 유니폼이 걸려있었다더라. 저희 아들이 이동현이라고 말을 못하셨단다. 어머니도 그 이야기를 듣고 아들이 이동현이라 말하지 마라, 창피하다고 하셨다. 아들이 이동현이라고 말하지 못하셨다는 사실이 너무 죄송했다. 부모님께서 야구장을 오지 않으셨다. 무섭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는데, 오늘 다른 시구자들과 다르게 아버지와 마운드에서 진하게 포옹을 너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버지를 시구자로 초청하게 됐다. 이번에 아버지와 처음 소주를 마셨는데 고생했다고, 고맙다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부모님께 너무 힘들게 키워주신 아들이 은퇴까지 하게 되니 나는 울더라도 부모님은 기뻐하셨으면 좋겠다.

lobelia12@xportsnews.com / 사진=잠실, 박지영 기자

채정연 기자 lobelia1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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