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2.25 10:45 / 기사수정 2010.02.25 10:45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해외 축구의 장점이라면 시간과 돈의 압박으로 직접 그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아마 가난한 내가 유럽 리그의 열기를 느끼려면 '박지성 극비리에 결혼!'과 같은 특종을 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서론만 봐도 이제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대충 알 것이다. 그렇다. 축덕후 세 번째 이야기는 바로 '해외축구팬'이다. 셀틱과 사랑에 빠져버린 훤칠한 한 남자, 이승민 씨의 이야기. 지금부터 여러분께 들려드리고자 한다.
그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저 유럽 축구를 즐기는 한 평범한 팬이었다. 하지만, 지인을 통해 접하게 된 셀틱은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팬이 곧 구단인 클럽, 기부와 자선이 전통으로 이어져 오는 클럽. 그는 호기심이 생겼다. "도대체 얘넨 뭐 하는 애들이야?"
셀틱의 팬이 되기로 한 그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하나씩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고든 스트라칸을, 윌리 메일리를, 헨릭 라르손을, 그리고 그 열정적인 셀틱의 팬들을 말이다. 어느새 그는 저 멀리 스코틀랜드의 셀틱 팬과 함께 레인저스전 승리에 환호하고, SPL 우승에 환호하고 있었다.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무섭게 빠져드는 것이 사람이다. 한 팀에 빠지면 구단의 기념품을 사고 싶은 건 축덕후의 기본적인 심리다. 하지만, 가난한 학생이 돈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래도 한 번 열리면 끝도 없이 열리는 게 지갑이다. 유니폼, 머플러, 그리고 유료 방송 채널까지.
하지만, 그에게는 마지막 '끝판왕'이 존재했다. 바로 직접 스코틀랜드에 가서 셀틱의 열기를 몸으로 직접 느끼는 것. 이것은 학생이 그리 쉽게 결정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가 쌓여 있었다. "사실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죠" 그 꿈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에게 기적과 같은 메일 한 통이 찾아왔다. 영국에 사는 리버풀 팬인 친구가 숙식을 제공할테니 여행을 오라고 권유한 것. 깊은 고민에 빠졌지만 꼼꼼히 따져본 결과 결론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 가자"
▲셀틱을 창단한 월프리드 수사도 '한국인'은 낯설었을 것이다. "넌 누구니?"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갔다. 2005년 리빙스톤과의 경기. 그는 처음으로 셀틱의 홈구장 셀틱 파크에 입성했다. 셀틱 파크에서 수많은 셀틱 서포터와 함께 했고 그는 스코틀랜드 땅에서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펼쳤다.
당시 많은 현지인은 그를 보고 놀랐다. '아니, 나카무라의 일본도 아니고 한국인?' 그들도 분명히 저 먼 한국 땅에서 온 희귀한 셀틱 팬을 보고 놀랍고, 또 기뻤을 것이다. 동료를 사랑하는 셀틱의 정신처럼 스코틀랜드인과 한국인은 곧 친구가 되었다.
지금 이승민 씨는 셀틱 뿐만 아니라 K-리그 성남 일화, K3리그 청주 직지 FC를 응원하고 있다. 셀틱에 대한 그의 열정이 식어버린 것은 아닐까, "직접 경기를 보니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게 무엇보다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성남을 응원하기 시작했고 마침 고향 청주에 팀이 생겨서 청주 경기도 재미있게 봅니다"
이제는 한국 선수들의 활발한 해외 진출로 다른 나라의 경기를 비교적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환경이 있기까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팬들의 뜨거운 열정과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사진=셀틱 파크, 월프리드 수사 동상 (c)이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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