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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이규혁이 없었다면 한국 빙속의 영광도 없었다

기사입력 2010.02.18 12:12 / 기사수정 2010.02.18 12:1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4전 5기'의 신화는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20여년의 세월 동안 올림픽에만 5번 출전했던 이규혁(32, 서울시청)은 끝내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18일,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리치몬드 올림픽 오버럴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000m에 출전한 이규혁은 1분 9초 92의 기록으로 9위에 그쳤다. 첫 스타트에서 이를 악물고 빙판을 치고 나간 이규혁은 중반 600m까지 41.73의 좋은 기록을 유지했다.

그러나 마지막 200m를 남겨놓고 힘이 떨어진 듯, 속도가 현저히 줄었다. 막판 스퍼트의 부족으로 9위에 머물렀지만 이규혁은 후회없는 질주를 마쳤다. 지난 1994년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 시작된 그의 '올림픽 여정'은 마침내 막을 내렸다. 마지막 레이스를 마치고 대기석에 쓰러진 이규혁은 얼굴을 감싸안고 있었다.

빙속 선수의 생활은 매우 힘겹다. 최고의 속도를 유지하기 위한 싸늘한 빙판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은 '전쟁'과도 같다. 30이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규혁은 끝내 빙판을 떠나지 않았다. 월드컵과 세계 선수권 등에서 숱한 우승을 신화를 남긴 그는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규혁이 계속 빙판 위에 남았던 이유는 올림픽 메달에 대한 열망과 스케이팅에 대한 무한한 사랑에 있었다. 오랫동안 이규혁을 지켜본 제갈성렬 SBS 빙속 해설위원은 "이규혁은 올림픽 메달만 없을 뿐이지 모든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그의 스케이팅을 보면 특별한 경지에 오른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스케이팅을 누구보다도 사랑했고 올림픽 메달에 대한 집념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던 이규혁은 끝내 마지막 올림픽도 '노메달'로 마감했다. 하지만, 한국 빙속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크다.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면 빠른 시일에 은퇴하는 경향이 큰 요즘, 20년이란 세월동안 불굴의 투지를 보여온 이규혁의 집념은 특별했다.

이규혁이 도전한 4전 5기의 신화는 '노메달'로 끝났지만 그의 투혼은 모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상화(21, 한국체대)는 자신에게 늘 좋은 자극을 준 이규혁에 대해 감사의 뜻을 보냈다.

비록, 올림픽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5번이나 올림픽에 출전한 이규혁은 '올림픽 영웅'이었다. 한국 빙속의 전성기가 도래한 현재, 오랜 세월동안 한국 빙속의 터를 닦아온 이규혁의 공로는 꺼지지 않고 있다.



[사진 = 이규혁 (C) 엑스포츠뉴스 백종모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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