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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는 짝사랑"…양희은, 20년간 DJ 못 놓은 이유[엑's 현장]

기사입력 2019.06.04 16:30 / 기사수정 2019.06.04 15:58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 양희은이 어느덧 진행 20주년을 맞았다.

MBC 표준FM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의 DJ 양희은이 진행 20주년을 맞아 역대 9번째로 골든마우스상을 수상했다. MBC 라디오는 1996년 골든마우스상을 제정하고 20년 이상 공헌한 DJ에게 수여하고 있다.

1975년 UN에서 세계 여성의 해를 선포, 그 뜻을 받아들인 MBC 라디오 1975년 '임국희의 여성 살롱‘이 탄생했다. 1988년 ’여성시대‘로 이름이 바뀌어 현재까지 31년 째 사랑받고 있다. 양희은은 1999년 6월 7일 ‘여성시대’의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 20년간 진행하는 동안 방송된 편지는 약 5만 8천여통, 방송한 시간은 14,600시간, 김승현, 전유성, 송승환, 강석우, 그리고 2015년 7월 발탁된 서경석까지 5명의 DJ와 함께 했다.

양희은은 4일 서울 마포구 상암MBC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20년이란 세월을 맞을 줄 몰랐다. 20년을 목표로 시작했다면 절대 못 한다. 그저 1~2년 생각했다. 사연의 무게가 너무 무겁고 마침 갱년기 때라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 언제까지 해야 하나 하면서 지나오다 보니 20년이 됐다. 오늘 아침에도 누군가 그런 얘기를 했지만 밖에서 볼 때는 '20년, 와' 하겠지만 내게는 그냥 하루하루가 쌓인 것일 뿐이다. '여성시대'는 이세상 어느 대학보다, 여성시'대'에서 학사 학위를 따고 또 따면서 공부하는 기분이 든다"며 소회를 담담하게 밝혔다.

양희은은 '여성시대'가 31년 째 장수 프로그램으로 사랑받는 힘에 대해 "청취자의 진심어린 사연"을 언급했다. "'여성시대'는 사심이나 욕심을 갖고 글을 보내는 곳이 아니다. 가슴으로 쓰는 편지다. 하소연할 곳이 없어 그냥 쓰고 정리도 하고 털어놓으면서 보내주는 사연이다. MC로서의 기술은 별로 필요가 없다. 다만 전달을 정확히 하려고 애썼다. 사투리가 들어가면 사투리도 섞는다. TV에서 사투리를 쓰는 배우들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여성시대' MC는 전달만 잘하면 된다. 비결도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할까. '여성시대'의 힘은 편지를 써서 보내는 사람들의 가슴에서 온다고 믿는다"고 이야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으로는 "어떤 사연도 죽음만은 못하다. 살아있으면 뭐든 가능하지만 세상을 떠나면 엄연히 경계가 생긴다. 희재 엄마 편지를 기억 안 할 수 없다. 말기암 환자가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를 사흘에 걸쳐 썼다. 유방암 환자여서 너무 아프니까 팔을 쓸 수 없어 몇자 쓰고 쉬고 몇자 쓰고 쉬면서 편지를 보내줬다"며 회상했다. 

이어 "애청자들의 뜨거운 마음이 합쳐져 응원의 메시지가 쇄도했다. 어떤 분은 휴가를 내 희재 엄마를 병상에서 지켜보고 소정의 금액을 보내준 분들도 있다. 희재 엄마와 전화 연결해 힘겹게 목소리를 들었고 이후 떠났다. 그때 30주년 음반을 준비 중이었는데 희재 엄마에게, 이땅의 많은 소년소녀 가장에게 헌정하는 음반이 필요하겠다 싶어 음반을 만든 기억에 남는다. 희재와 희재 엄마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양희은은 앞으로 '여성시대' DJ로서 계획을 묻자 "연예계 생활 49년 동안 내가 무엇을 하겠다 하는 건 없었다. 발등에 떨어진 불, 어떤 노래를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 밖에 없었다. 노래도 20대까지 할 거로 생각했는데 60대 후반까지 하는 걸 보면 사람이 뭘 안다고 계획하고 거기에 맞춰 뭘 할까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가볍게 날아가는 사연보다는 묵직하게 감성을 누르는 사연이 많았다. 내 갱년기와 겹쳐 너무 힘들었다.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은 했다. 사람들이 날 O형으로 오해하는데 A형이다. 사연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 점이 제일 힘들었다. 남편은 그대로 있는데 아침에 만나는 남자 DJ가 5명이나 바뀌어서 내가 팔자가 센가 싶기도 했다. 언제까지 할 확신은 없다. 자유를 찾기 위해 계약도 안했다. 그만두면 그만두는 거다. '여성시대'라는 자리를 힘으로 휘두르려고 하면 마이크를 놓아야 한다. 청취자에게 충고하거나 가르치게 되면 내려놓아야 한다. 주위에도 내가 그렇게 되면 질타를 해달라고 말했다"며 '여성시대'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양희은에게 20주년을 맞은 소회는 어떨까. 돌아온 답은 "솔직히 아무렇지도 않다"다. "38살 때쯤 20주년을 맞았다면 (의미가) 클 수 있겠지만 라디오를 20년 했다. 그건 내가 그만큼 '여성시대'를 사랑했다는 거다. 힘들고 지치고 고단해도 '여성시대'를 해왔다는 건 긴 세월의 짝사랑 같다"며 돌아봤다.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는 ‘일터의 재발견’, ‘열린 수요일, ’남성시대‘, ’장용의 단결필승충성’, ‘우리 아이 문제 없어요’, ‘마음과 음악사이’, ‘영화와 음악사이’, ‘일요일엔 편지를’ 코너로 이뤄졌다. 매년 봄 청취자의 사연을 공모받는 ‘신춘편지쇼’, 가을에 600~800명의 주부 청취자들과 여의도에 모여 버스를 타고 1박 2일간 나들이를 떠나는 ‘가을 주부나들이’, 겨울에는 따뜻한 온기를 선물하는 ‘사랑의 난방비’ 등을 진행한다.

표준FM 매일 오전 9시 5분에서 11시에 전파를 탄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김한준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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