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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희열2' 데뷔 20주년 한혜진, 모델계 전설 되기까지[종합]

기사입력 2019.06.02 00:00 / 기사수정 2019.06.02 11:06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대화의 희열2' 한혜진이 톱모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밝혔다.

1일 방송된 KBS 2TV‘대화의 희열2'에는 1999년 17살에 데뷔해 20주년을 맞은 모델 한혜진이 출연했다.

한혜진은 한국인 최초로 뉴욕, 파리, 밀라노, 런던 등 세계 4대 패션쇼 무대에 오른 바 있다.

한혜진은 "외형적인 조건으로 해내야 하는 직업이다. 패션모델만큼 불꽃 같은 직업이 없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 때 최고의 정점으로 활활 타오른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완벽한 신체와 프로포션으로 미친듯이 타올랐다가 나이가 들면서 산화되는 느낌을 받는 직업이 모델 말고는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한혜진은 어린 시절을 언급하며 "그냥 난 키 크고 못생긴 아이였다. 학창 시절에 어딜 가나 머리 하나가 더 있어서 제발 작아지는 게 소원일 정도였다. 선생님보다 더 컸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미 168cm를 넘었다. 수업 종이 끝나는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렸다. (남자 아이들이) 키를 재러 온다. 수업 시간이 너무 좋았다. 체육 시간이 제일 싫었다. 짧은 체육복을 입고 체육 시간에 밖에 나가는 게 죽을 정도로 싫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런 걸 가지고 죽는다는 표현을 함부로 쓰지 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지금 보면 광장 공포가 있던 거다. 버스나 지하철을 못 타고 택시 타서 엄마 아빠에게 혼났다. 키는 이미 성인을 훌쩍 넘었는데 옷은 아동복이었다. 사람들이 빤히 쳐다봤다. 늘 공포였다. 비오는 날 우산을 써서 좋았다. 키가 가려지니까. 비오는 날을 지금도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를 언급했다. 한혜진은 "길거리 캐스팅 명함을 엄청 받았다. 내가 조금 특별한 사람인가 했다. 그래서 모델 학원에 등록했다. SBS 슈퍼모델선발대회 서류에 붙었다. 예선 장소로 오라더라. 엄마에게 하이힐과 옷을 사야 한다고 하니 아버지에게 받은 생활비에서 조금씩 모은 돈을 털어 치마 정장 투피스를 사줬다. 백화점 브랜드 옷을 처음으로 사준 거였다. 나 같은 사람이 몇백명 있어서 벅찼다. 내가 제일 큰 줄알았는데 200명이 있는 거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보다 더 큰 사람이 있어 너무 좋았다. 너무 마음이 안정됐다"며 웃었다. 

한혜진은 "탈락하고 건너편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엄마와 밥을 먹고 있었다. 그때 대회를 연출한 지금 우리 회사 대표가 날 따라온 거다. 무조건 모델을 해야 한다며 회사에 오라고 했다. 원서를 보고 매일 집으로 전화를 하더라. 처음에는 계속 안 한다고 했다. 아빠도 도저히 못 믿겠다고 했다. 모델로 대성할 애인데 왜 돈을 내고 등록을 해야 하냐고 했다. 몸이 되게 좋다고 했다. 이전 세대의 몸과 다르다고 했다. 나이는 어린데 키가 크고 허리가 길지 않고 두상이 작다고 했다. 모델학원에 수강료를 내고 등록했다. 힐 신고 걷는 법부터 화장하는 법, 옷 입는 법 등을 배웠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서울컬렉션' 하나로 통합됐는데 그때는 두 개의 패션 위크가 있었다. 비참하게 탈락했던 그때의 장소에 모델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등록한지 한달만에 거의 모든 쇼에 다 섰다. 남자 쇼까지 다 했다"며 극적인 순간을 회상했다.

"무명 시절은 없었는데 크고 작은 트러블이 많았다. 웜업이 안 된 상태에서 바로 무리한 운동을 하는 느낌이었다. 감당하기 힘들었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아예 없어졌고 학업을 소화할 수 없었다. 아침 쇼가 9시~10시에 한다. 누가 와서 패션쇼를 본다고 아침 9시에 하는지 모르겠다. 콜타임이 새벽 5시였다. 수천 명 앞에서 속옷을 못 입는 게 제일 고통스러웠다. 개인 속옷을 다 비치니 못 입게 한다. 벗어야 해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안 벗는다고 하니 회사에서 난리가 났다. 지금 보면 맞는 말인데 그때는 그랬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하루에 수십 수백번을 그만두고 싶었다. 한번도 부모님에게 맞아보거나 혼나본 적도 없었다. 사고 안 치고 조용히 살았다. 그쪽 세계에서는 뭐라고 하는 사람 천지였다. 혼나는 게 일이었다. 때려치고 싶었다. 그러고 나서 무대에 올라갔는데 돌겠더라. 너무 좋아서. 어느날 죽는 날이 오면 여기서 죽고 싶다 생각했다. 쇼장이 난방이 잘 안 돼 춥다. SS시즌에 너무 추운데 무대 위만 조명 때문에 뜨거웠다. 오들오들 떨다가 무대에 나가는데 몸이 확 따뜻해지면서 긴장이 날라갔다. 붕 떠서 걷고 있더라. 계속 걷고 싶었다. 지독히도 긴 무대를 너무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런웨이 시간은) 짧은데 그게 정말 좋다. 사람들 앞에 짧은 시간에 강렬하게 나라는 존재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직업은 세상에 없다. 무대 위에 나 밖에 볼 게 없는 거다"며 모델이란 직업에 애정을 드러냈다.

한혜진은 "해외는 100% 대표님 때문에 간 거다. 너무 가기 싫어 피해 도망다녔다. 연을 끊고 싶었다. 난 되게 안주하는 스타일이다. 7년을 한 일을 했으니 이미 베테랑이고 일도 많았다. 이미 너무 배가 부른데 갑자기 가난해지라는 거다. 누가 그러고 싶겠냐. 지구 반대편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신인으로 돌아가는 거다. 2006년에 뉴욕에 도착했을 때 리무진 뒷자석에 앉아 에비앙을 먹으며 맨해튼 안으로 들어갔다. (드라이버가) 서류 봉투를 주더라. 집 키가 있었다. 들어갔는데 방이 세 개가 있는데 문이 다 열려 있다. 방 하나에 이층 침대가 6개씩 있었다. 모델 합숙소였다. 화장실이 없어 다른 애들보다 2시간 먼저 일어났다"며 웃었다.

동양 모델로서 힘들었던 때도 기억했다. 한혜진은 "수요가 0에 가깝다. 백인들은 될 확률이 높다. 쓰고자 하는 사람이 없는데 누가 외국에 가겠냐. 더 치열하다. 혜박은 동지였다. 전쟁터에서 라이벌의 수준을 뛰어넘은 동지다. 네가 되든 내가 되든 중국 일본 모델보다 잘하자는 마음이었다. 동양 모델 2명 세웠는데 혜박과 나였다. 브라보였다. 무조건 코리아 타운에 가 삼겹살에 소주를 먹으며 회포를 풀었다"며 웃었다.

한혜진은 "한국에 서울컬렉션이 있듯 다른 나라도 수도에서 열린다.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컬렉션은 지구에서 가장 몸 좋고 예쁜 여자들이 같은 시기에 맨하튼에 한달 동안 모인다. 그 모델이 런던에 간다. 일주일 있다가 밀라노에 가고 마지막에 파리로 간다. 세계 패션계가 주목한다. 네 개 도시에서 만들어지는 옷이 전세계에서 카피하고 유행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최근 SNS에 패션계 거장 칼 라커펠트에 대한 추모 글을 올렸다. 한혜진은 "너무 레전드다. 파리에서 쇼를 꽤 오래 쉬지 않고 해 칼 라커펠트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칼 라커펠트 쇼에 너무 서고 싶었다. 캐스팅이 됐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칼이 피팅을 직접 손봐줬다. 원래는 쇼 할 때 절대 안 떤다. 그런데 모든 과정이 너무 신나고 떨렸다. 피팅을 마친 뒤 브랜드 백을 처음으로 샀다. 엄청 큰 돈이었다. 모델로 누릴 수 있는 가장 호사스러운 것들을 다 이루게 해준 사람이다. 전 세계 모든 핫한 도시에서 크루즈 쇼를 한다. 비행기에서 내리며 워킹하고 해변, 만리장성에서 워킹했다. 모든 환상을 경험하게 해줬다. 돈을 주고 받는 관계이지만 그 이상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회상했다.
 
전성기를 누렸지만 4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한혜진은 "미칠 정도로 외로웠다. 모델로서 모든 것을 다 누렸다고 생각했다. 이제 내게 중요한 게 뭐지? 했는데 사람들이었다. 한국에 일 때문에 돌아왔다가 다시 뉴욕으로 갈 때 부모님, 친구, 가족과 헤어지는 게 너무 힘들었다. 가족 옆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유를 고백했다.

모델들의 외국 진출 선구자가 된 한혜진은 "지금은 다들 너무 잘한다. 그때의 나와는 비교도 못할 만큼 유명한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하고 런웨이 서는 것도 당연하게 됐다. '쟤도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냐'는 것도 있고 갔다온 사람이 얘기를 해주면 조금 더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KBS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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