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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삶과 性…'킬미나우'가 던지는 화두[종합]

기사입력 2019.05.21 17:42 / 기사수정 2019.05.21 17:42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킬 미 나우’가 장애인의 삶과 죽음, 그리고 성(性)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과감하게 접근했다. 

연극 ‘킬 미 나우'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했다. 캐나다의 극작가 브래드 프레이저가 발표한 작품으로 2013년 캐나다에서 초연한 뒤 미국과 영국, 한국, 체코 등에서 공연했다. 선천성 장애를 가진 소년 조이와 아들을 위해 헌신한 제이크가 겪는 갈등을 담는다. 뮤지컬 '뿌리 깊은 나무', 연극 '벚꽃동산' 등의 오경택 연출과 연극 '모범생들', '프라이드' 등의 지이선 작가가 각색자로 의기투합했다. 한국에서는 2016년 초연했으며 올해 삼연 중이다.

평생 보살핌을 받아온 소년 조이의 성장과 독립 문제로 인한 갈등을 통해 장애인과 장애인 가정의 삶에 입체적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의 성, 삶과 죽음, 사랑, 안락사 등 등 다루기 쉽지 않은 민감한 주제를 진지하게 풀어냈다.

오경택 연출은 21일 진행된 연극 ‘킬 미 나우’ 프레스콜에서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에게 알려졌지만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은 작품이다. 초, 재연에서 이석준, 윤나무 배우 외에는 뉴 캐스트로 이뤄졌다. 다양한 조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밝혔다.

오경택 연출은 "기본적인 틀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다만 시대 정신이나 인식이 바뀌지 않았나. '킬 미 나우'가 던지는 질문과 화두는 지금 시대에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얼마 전에 스위스 안락사 이슈도 있었고 장애 학교 문제도 있었다. 장애, 성 정체성 등에 소수에 대한 이야기가 예전보다 훨씬 공론화되고 있다. 사회가 점점 달라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여러 갈등, 의견의 엇갈림 등은 예전에도 존재했지만 지금만큼 회자되진 않았던 것 같다.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 덕분에 소재나 주제가 초, 재연보다 더 전달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장현성, 이석준은 작가로서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홀로 아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아버지 제이크 역을 맡았다.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 장현성은 "공연 프레스콜을 오랜만에 해본다. 내가 이렇게 오랜만에 연극을 하게 됐는지는 몰랐다. 그동안에도 연극을 계속 보러 다녔다. 연극하는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며 어떤 작품을 하면 좋을지 찾아보기도 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킬 미 나우'가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 작품 자체의 힘이 강력하다. 관객으로 초연을 봤는데 언젠가 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감사하게도 연락을 줬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지난주에 드라마가 끝난 상태여서 촬영과 연극 연습을 병행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진 않았는데 초, 재연에 출연한 이석준 배우가 잘 도와주고 챙겨줬다. 캐릭터를 완성시켜줬다. 윤나무, 이석준 등 나와 친분이 있는 배우들도 있지만 대부분 처음 만난다. 공연한지 일주일 됐지만 공연을 올리며 얻는 에너지가 삶의 자양분이 되는 기쁨을 느낀다"며 고마워했다.

이석준은 "너무 힘들고 괴로워보이는데 어떻게 빠져나오는지에 대해 초연부터 질문을 많이 받았다. 공연을 한회 한회 하는 게 아까울 정도로 행복했다. 초연 때 대본을 받았을 때 부딪히는 부분이 많았다. 장애인, 장애인의 성 등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더라. 이런 것들이 누적돼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을 것 같다. 준비 과정에서 힘들지만 타 작품과 비교해 서로를 북돋아 주는 에너지가 강하다"며 초연부터 삼연까지 참여한 소감을 말했다.

윤나무, 서영주는 염색체 이상으로 선천성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조이를 연기한다. 아빠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독립을 꿈꾸는 17세 소년이다.

이석준과 함께 초, 재연에 모두 참여한 윤나무는 "'킬 미 나우'에서 말하는 이야기는 아직도 유효하고 앞으로도 계속 해나가야 하는 이야기가 분명하다.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했다. 재연 때까지만 해도 앙코르 개념이어서 초연 배우가 다 참여했고 삼연에는 새로운 베우들을 만났다. 훨씬 새롭게 다가갈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 3년 동안 윤나무라는 사람의 생각이 어느정도 업그레이드 됐는지를 파악하며 연기에 투영하려 한다"고 전했다.

서영주는 "신체적인 연기보다 조이의 감정을 고민했다. 조이가 어떻게,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신체적인 부분은 윤나무 형에게 다 배웠다. 나무 형이 너무 (잘 가르쳐줬다). 내가 생각한 것도 어느 정도 넣어 조이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시훈, 김범수는 조이의 친구이자 태아 알코올 증후군을 겪는 친구 라우디로 출연한다.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조이와 대비돼 비장애인처럼 보이는 인물이다. 서정연, 양소민이 제이크의 연인인 로빈으로 분했다. 연극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장애인과 혈연적인 가족 관계인 가운데 로빈만 비장애인이다. 문진아, 임강희는 제이크의 동생이자 조이의 고모인 트와일라 역에 캐스팅됐다.

이시훈은 "라우디 역할을 맡으면서 어려웠던 지점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거다. 극중에서는 19살에서 20살로 넘어가는데 실제의 나는 올해 36살이다. 대단히 죄송하다. 발랄해야 하는데 늘어지는 호흡이 나온다. '어르신'이라는 대사가 '으르신'이라고 나오기도 한다. 난 19살이다, 20살이다 라는 생각을 갖고 들어가는 게 힘들다. '킬 미 나우' 속 어느 정도의 장애를 갖고 있다. 라우디는 일종의 틱 장애를 앓고 있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표현하는 것이 무서웠고 그렇다고 제대로 안다고 판단하고 깊게 표현하면 실제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폐가 될까봐 접근하는 게 두려웠다. 공연하면서도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없지 않아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범수는 "라우디는 상처가 많지만 웃음으로 이겨내야 하는데 연기하는 초반부터 고민하고 있다.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하다가 대사 속에서 이유를 찾았다. '난 늘 괜찮지 않았고 늘 혼자였고 늘 나를 돌봐야겠다'는 대사다. 혼자 이겨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지쳐 우울해하는 것보다 순간을 행복하게 지내려는 라우디의 모습을 구축하니 연기에 도움이 되더라"고 털어놓았다.

임강희는 "모든 신이 안쓰러웠는데 막상 트와일라를 연기하다보니 아픈 것보다 행복한 게 더 많다. 아픈 상황이지만 사랑 때문에 그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며 몰입했다.

7월 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한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연극열전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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