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박소현 기자] 소프라노 조수미가 지휘자 카라얀과의 특별한 인연을 공개했다.
11일 방송된 KBS 2TV '대화의 희열2'에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지난 방송분에서는 자신의 어머니와 가족사, 연애담, 유학생활 등에 대해 털어놨던 조수미는 이번에는 자신과 전설 카라얀과의 인연에 대해 밝혔다. 카라얀은 베를린 국릭오페라극장, 베를린필하모니의 상임지휘자였으며 빈국립오페라극장과 잘츠부르크음악제 총감독 등 유럽 음악계를 대표하는 거장이었다. 지난 1989년 작고했다.
조수미는 전설적인 지휘자 카라얀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조수미는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며 캐스팅 담당자가 조수미에게 기회를 준 것은 물론, 그가 카라얀과 제일 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건 운명의 기적이다. 그런 커넥션이 세상에 어딨냐"며 "카라얀에게 전화해 '코리아에서 온 소프라노의 노래를 들어보는 게 어떻겠니'라고 해줬다. 카라얀과는 설명할 수 없는 인연"이라고 힘줘 말했다.
조수미는 자신의 방에 카라얀이 지휘하는 판넬 장식이 있었다며 "아침에 일어나면 '굿모닝', 저녁에도 '굿나잇'이라고 인사했다. 그게 내 일상이었다. 카라얀은 마치 친구였고 가족 같은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카라얀의 오디션을 볼때 정말 떨었다. 노래를 하고 나와 카라얀이 있는 곳에 갔다. '마에스트로, 머리카락 만져봐도 돼요?'라고 물었다"며 "방 안 판넬과 너무 비슷해서 만졌다. 파란 하늘 같은 눈동자가 날 쳐다봤다"고 털어놨다.
조수미는 "카라얀은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걸 인상적으로 생각했다. 한국에 공연을 온 적 있었다. 카라얀의 아내가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호텔로 전달이 돼 놀라고 감사했다"며 "한국이 정직하고 아름다운 나라라고 생각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플라시도 도밍고와 준비 중인 오페라 '가면무도회'의 메인 역할에 캐스팅됐다. 조수미는 "어머니도 말이 안 된다며 안 믿었다. 너무 좋아하는 테너와 같은 앨범에서, 그런 기적이 일어나더라"며 미소 지었다.
이어 "(카라얀은)독수리 같은 느낌이다. 매의 눈을 가졌다. 음악적인 것 뿐만 아니라 액팅, 표정 등 완벽한 그림을 갖고 연습해 온다. 오스카는 시종인데 남자 역을 해야 했다. 술을 마시면서 건들거려야 한다. 연습하다 실수로 물을 흘려 젖었다"며 "카라얀이 스웨터를 벗어 갈아입으라고 하더라. 구멍이 나 있었다. 그렇게 돈도 많은 사람이 구멍 난 걸 입고 있다는 것이 재밌었다. 스웨터를 가질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그러라고 했다. 손녀 딸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행복했다"고 힘줘 말했다.
조수미는 "카라얀이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마지막까지 같이 있었다. 트레이닝복 지퍼를 내렸다 올렸다하며 숨을 못 쉬겠다고 하더라"며 "집에 가는 게 어떻겠냐고 했는데 연습하는 모습을 끝까지 보더라"고 말했다.
그는 "내일이 일요일이니 푹 주무시라고 했다. 숙소에서 TV를 켰는데 카라얀이 돌아가셨다는 거다. 거리에서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며 "그냥 유명한 지휘자의 죽음이 아니라 오스트리아의 슬픔이었다"고 카라얀의 별세 소식에 모두 비통해했음을 전했다.
이어 "그 슬픔이 너무 커서 그분이 없는 무대는 서고 싶지 않았다. 집에 가겠다고 했다. 다른 가수들도 참여를 거부했다. 기적적으로 마에스트로 솔티가 빈자리를 이어받았다. '오페라를 계속 하는 게 그분의 뜻일 수 있다'고 했다"며 "스토리가 왕의 죽음이었는데 오버랩됐다. 눈물을 흘리면서 끝까지 노래했는데 너무 고통스러웠다. 짧은 시간에 그렇게 많이 사랑해준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게, 예고도 없이 사라지는 게 너무 슬펐다"고 고백했다.
또 조수미는 카라얀이 '음악과 결혼하라'고 조언해줬다고 밝히며 "예술가는 자유로워야 한다고, 음악을 위해 태어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며 "인생은 선택이고 절대 다 가질 수는 없다. 음악을 선택했다고 말했고 속이 시원하더라. 제대로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대화의 희열2'는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 45분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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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