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예은 기자] 오랜 연기 경력이 악역을 만나 빛을 발했고, 이에 힘입어 '믿고 보는 배우'로까지 자리매김했다. 남궁민이 선택한 작품엔 왠지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배우 남궁민은 지난 2001년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로 데뷔했다. 지금은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배우이지만, 처음부터 그러진 못했다. 데뷔작을 포함, 영화 두 편에 출연한 후 브라운관으로 넘어온 그는 2002년 SBS 시트콤 '대박가족'에서 양미라의 남자친구로 출연해 '남궁뎅이'라는 별칭으로 얼굴을 조금씩 알리기 시작했다.
꾸준한 작품 활동이 있었으나, 남궁민의 연기 인생 꽃길은 군 공백기 이후에 시작됐다. 2010년 최고 시청률 17%를 기록한 KBS 2TV '부자의 탄생'으로 화려하게 컴백한 남궁민은 2011년 MBC '내 마음이 들리니'로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내 마음이 들리니' 속 남궁민(장준하 역/본명 봉마루)은 여주인공 황정음(봉우리 역)과 부모의 재혼으로 남매가 된 사이. 이후 비극적 사고로 인해 따로 자란 이들은 성인이 된 후 만났고, 남궁민은 어른이 돼 재회한 황정음을 절절히 짝사랑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남자주인공은 김재원이었는데, 남궁민을 응원하는 시청자도 적지 않았다. 남궁민의 연기력에 '서브 앓이'가 이어졌던 셈이다.
인생 캐릭터를 만나 대중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간 남궁민은 이후에도 다작 행보를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예능프로그램에도 도전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가수 홍진영과 가상 부부가 된 것.
배우 남궁민이 아닌 예능프로그램 속 남궁민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차분한 성격의 남궁민은 발랄한 홍진영과 만나 색다른 케미를 보여줬다. 1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가상 부부로 출연할 정도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커플. 남궁민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 한 몫을 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남궁민의 첫 한 방이 '내 마음이 들리니'였다면, 두 번째 한 방은 악역이었다. 2015년 SBS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살인을 일삼는 소시오패스 캐릭터를 맡아 날선 연기를 보여주더니, 같은 해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선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남규만'을 연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리멤버' 남규만의 경우, 주인공보다 더 기억에 남는 악역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연기한 안하무인 재벌 2세는 보는 이들에게 분노를 안기면서도, 뇌리에 깊게 남을 정도로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남궁민이 주연배우로 도약할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자 캐릭터인 만큼 그의 배우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한번 정상을 찍은 남궁민은 내려올 생각이 없었다. SBS '미녀 공심이'를 차기작으로 택한 남궁민은 '남규만'이 채 잊히기도 전, 코믹 연기로 또 한번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민아와의 로맨스 연기도 호평받았다.
2017년엔 KBS 2TV '김과장'으로 또 한번 신드롬을 일으켰다. 남궁민은 현실 사회를 반영한 스토리 속에서 '티똘이(TQ그룹 돌아이)' 히어로로 변신, 보는 이들의 속을 '뻥' 뚫어줬다. 남궁민이 첫 타이틀롤로 나선 '김과장'은 그의 활약에 힘입어 최고 시청률 18.4%를 기록했다.
대박 작품을 탄생시킨 후에도 남궁민은 쉬지 않았다. SBS '조작'으로 2017년 하반기, 곧장 안방극장에 복귀한 그는 또 한번 시청률 10%가 넘는 드라마를 탄생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냄새를 보는 소녀'부터 '리멤버', '미녀 공심이', '김과장'에 '조작'까지. 5연속 홈런 기록을 세운 셈이다.
하지만 남궁민도 삐끗할 때가 있었다. 지난해 출연한 SBS '훈남정음'은 진부한 전개 탓, 시청자 마음을 붙들지 못했다. 남궁민, 황정음의 케미는 '내 마음이 들리니'를 통해 이미 입증됐지만, 그것만으론 안방 눈높이를 맞출 수 없었다. 심지어 2.1%라는 SBS 미니시리즈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래도 남궁민은 남궁민이었다. KBS 2TV '닥터 프리즈너'로 또 한번 인생작, 인생캐릭터를 만났단 평가를 듣고 있다, 그가 현재 출연 중인 '닥터 프리즈너'는 대형병원에서 축출된 외과 에이스 의사 나이제(남궁민 분)가 교도소 의료과장이 된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남궁민은 복수심과 야망으로 가득 찬 나이제를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내며 시청자들을 모니터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 결과 지난 10회에서 최고 시청률 15.4%를 기록했고, 꾸준히 수목드라마 1위 자리를 사수하고 있다.
'훈남정음'으로 인해 연타석 홈런 기록이 깨지긴 했으나, '닥터 프리즈너'로 남궁민의 작품 보는 눈은 또 한번 입증됐다. 남궁민의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더욱 견고해진 2019년 상반기. 그가 앞으로 쌓아갈 필모그래피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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