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나이와 시간을 초월한 '눈이 부시게' 노(老)벤져스의 활약이 오래도록 곱씹을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긴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가 다시 한번 가슴에 남을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선입견을 통쾌하게 깨부수는 노벤져스의 활약은 유쾌했고, 또 감동적이었다. 여기엔 시간과 나이 듦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상상을 통해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눈이 부시게’만의 감성 마법이 있었다.
지난 방송에서는 혜자(김혜자 분)의 뒤엉킨 시간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며 충격을 안겼다. 지금까지의 전개를 단번에 뒤집는 놀라운 반전을 선사한 ‘눈이 부시게’. 시계를 돌린 대가로 한순간에 늘어버린 스물다섯 혜자는 사실 알츠하이머 환자였던 것. 알츠하이머에 걸린 혜자의 시선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는 과거의 시간에 머물러 있는 기억을 새롭게 그려냈다는 평가와 함께 뜨거운 찬사가 쏟아졌다. 판타지처럼 보였던 이들의 유쾌한 활약도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가슴 저릿한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이날 납치된 준하(남주혁)를 구하러 나선 노벤져스는 특별한 능력을 선보이는 히어로들이었다. 현란한 무술 실력으로 ‘어깨’들을 압도한 우현(우현), 한 몸 같은 움직임으로 시청자들까지 완벽하게 속인 코드명 ‘트윈스’ 쌍둥이 할아버지(심남), 마법의 주머니를 가진 도라에몽 할머니(원미원), 어둠 속에서 비로소 모든 것을 보는 지팡이 할아버지(정진각), “산책 갈까?” 한 마디로 개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뽀삐 할아버지(정대홍)의 반전 능력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했다. 할리우드에 퀵 실버가 있다면 ‘노벤져스’에는 모두를 느리게 만드는 슬로우 실버 단순 할머니(장미자)도 있었다.
예측하지 못한 능력으로 웃음을 선사했던 노벤져스의 신묘한 능력들은 나이 듦을 바라보는 선입견을 유쾌하게 비틀었기에 의미가 있었다. 혜자 역시 처음에는 그랬다. 보이는 대로 바지 안으로 집어넣는 할머니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고, 느리게 움직이며 참견하는 단순 할머니의 친절도 못마땅해 했다. 답답하게만 보였던 노인들이, “인생의 유통기한 얼마 안 남”은 우리가 무얼 할 수 있냐고 스스로를 위축시키던 그들이 보여주는 신기에 가까운 능력들은 역설적으로 나이를 초월하는 진정한 청춘의 의미를 되새겼다.
한순간 늙어버린 혜자의 일상을 통해 주어진 ‘시간’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해왔던 제작진이 보여준 연출은 탁월했다. 노벤져스의 활극을 알츠하이머라는 진실이 드러나기 직전에 배치해 현실을 대비시켰다. 준하를 구해낸 노벤져스들이 바닷가로 향하는 장면은 오래 두고 곱씹을 명장면을 만들었다. 창밖을 응시하는 그들의 옆으로 소중했던 청춘의 한때가 스쳐 지나갔다. 수평선 너머로 펼쳐진 석양처럼, 분명 저물어가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눈이 부시고 찬란한 노벤져스의 ‘오늘’은 그 자체로 청춘이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몸. 숨 쉬는 것마저 일이 되는 시간을 살아가는 노인들. 하지만 노벤져스가 보여준 것은 그들도 여전히 찬란한 시간을 살아간다는 의미를 새겼다. “몸은 그렇지만 마음은 아니잖아요. 늙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마음이 몸에 있지 않다는걸”이라는 혜자의 말처럼 노벤져스에게 불편한 몸은 더 이상 짐이 아니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능력을 선사한 그들이 히어로였다. 영원한 청춘을 선사하며 웃음과 감동, 여운까지 자아내며 뜨거운 울림을 남겼다.
‘눈이 부시게’ 제작진은 “종영까지 2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제 혜자의 진짜 이야기를 풀어낸다. 뒤엉킨 시간 속 혜자의 기억이 퍼즐처럼 맞춰지며 뭉클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최종회까지 단 2회만 남겨둔 '눈이 부시게'는 18일, 19일 오후 9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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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