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0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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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의 신' 송일국, '갈 길이 먼 배우'라고 낮춘 까닭 [엑's 인터뷰①]

기사입력 2019.03.05 11:06 / 기사수정 2019.03.05 11:06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배우 송일국이 2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대학살의 신'을 통해서다. 2017년에도 이 작품에 출연한 송일국은 미셸 역을 맡아 배우 남경주, 최정원, 이지하와 또 한 번 호흡을 맞췄다. 

“이번 공연의 조건 자체가 네 배우가 똑같이 캐스팅되는 거였다더라고요. 듣기 좋아하라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아요. 남경주, 최정원 선배님은 뮤지컬 1세대잖아요. 공연계에서 살아남은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민감한 연극이어서 짜증 낼 수도 있는데 두 분다 한 번도 얼굴을 붉힌 적이 없어요. 최정원 선배님은 개그우먼 수준이에요. 늘 연습실이 빵빵 터져요. 이지하 선배님이 웃다가 연기를 못해요. 이지하 선배님은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분이라 최정원, 남경주 선배도 의지하는 입장이었어요.

김태훈 연출님은 고마운 게 배우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본인의 의도대로 끌고 가는 능력이 있어요. 전혀 상처가 안 되게 말하는데 내가 못 알아듣는 거죠. 이지하 선배가 옆에서 똑바로 하라고 얘기해줘요.”(웃음)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인 ‘대학살의 신’은 11살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아이의 앞니 두 개가 부러진 것을 계기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소년의 부모 알렝과 아네뜨, 미셸, 베로니끄는 고상하게 대화하지만 이내 진흙탕 싸움을 펼친다. 겉으로는 우아하고 지적이지만, 알고 보면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면을 지닌 인간의 본성을 풍자한다. 송일국은 미셸 역할을 맡았다. 확고한 신념을 지닌 아내를 실망하게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공처가이자 중립을 지키는 평화주의자다. 

“2017년에 제안을 받을 때 정말 하고 싶었어요. 어떤 배역인지도 모르고 당연히 하겠다고 했죠. 사실 첫 연습 때까지도 몰랐어요. 당연히 알렝인지 알고 갔는데 연출님이 미셸을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당황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미셸을 한 게 다행이었어요. 알렝이었으면 못 살렸을 거예요. 확실히 남경주 선배가 노련해요. 예를 들어 전화를 받는 신이 어렵거든요. 엄마와 하는 편한 대화인데도 혼자 말해야 하니 대사가 헷갈리고 전문용어도 있어 어려워요. 핸드폰에 있는 기술적인 장치들도 관객들에게 안 보이게도 해야 하고 보통 쉬운 게 아니에요.”

송일국은 시종 세 배우에 대한 존경을 숨기지 않았다. 

“확실히 세분은 베테랑이에요. 못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 때문에 연습 때마다 대사 하나하나에 힘줬어요. ‘놀아보라’더라고요. 어떤 날은 미친 듯이 했어요. 별짓 다 했는데 그래도 해보라고 해줬어요. 고맙죠. 막상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니까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내 생각에는 연습할 때 저렇게 해서 되나 했는데 웬걸 내가 잘못하고 있던 거예요. 나도 모르게 욕심나서 웃기려고 하니까 더 안 돼 첫 공연 때 당황했어요. 나도 모르게 오버하게 되고요. 관객이 몰입하고 빵빵 터지게 하는 세분을 보며 베테랑이라는 걸 첫 공연 때 뼈저리게 느꼈어요." 

1998년 MBC 27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송일국은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했다. 연극 ‘나는 너다’, ‘대학살의 신’,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공연계에 진출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2017년에 이어 올해에도 좋은 배우들 덕분에 많은 걸 배웠단다. 자신을 ‘똥배우’로 칭한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겸손해했다. 

“몸이 안 좋아 힘이 빠진 날이 있었는데 신기하게 그날은 빵빵 터지더라고요. 하루하루 매 공연 일희일비하더라고요. 그게 공연이 가진 매력이겠죠. 정답이 없어요. 똑같이 한다고 하는데 어떤 날은 관객의 반응이 오는 날도 있고 아니기도 해요. 반응이 아예 없으면 공연의 문제일 텐데 나머지 세 분에게는 관객에게 에너지가 가는 게 보이는데 내게는 단절되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너 왜 이렇게 못해’라는 느낌을 받아 나도 모르게 위축되더라고요. 그런데 그날 마침 연극 경험이 오래된 후배가 왔는데 무슨 소리냐고 잘했다더라고요. 모르겠어요. 아직은 갈 길이 멀어요.

그런 점에서 운이 좋아요. 세 분에게 너무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이 작품을 다시, 또 미셸 역할을 다시 하면서 정말 많이 도움 됐어요. 배우가 웃는 연기, 우는 연기가 되면 반이 된 거라고 하는데 사실 웃는 건 우습게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제는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요. 웃는 게 더 어려워요. 웃기는 건 더 어렵고요. 그런 걸 보면 아직 똥배우인 것 같아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씨제스엔터, 신시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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