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0.21 11:53 / 기사수정 2009.10.21 11:53
여기 매력 있는 두 남자가 있다. 한 사람은 야수처럼 떡 벌어진 어깨에 어울리지 않는 눈웃음으로 단번에 대한민국을 사로잡은 사나이 추성훈(34).
재일교포라는 어쩔 수 없는 멍에를 걸머쥐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영광과 오명을 넘나들던 풍운의 유도가에서 k-1히어로즈를 접수하고 겁없이 세계 최고의 무대인 UFC에 나선 사나이.
나머지 한 사람 역시 재미없게 생긴 얼굴에 무서운 포스의 일본인 킬러로 악명이 높은 반달레이 실바(33,브라질).상대를 향해 링위에서 날리는 미소는 보는 사람의 소름을 돋게 하는데…어김없이 상대를 자신의 제물로 만드는 대단히 무서운 사나이이다.
조각같이 잘 생기기만 한, 꽃미남이 대세인 요즘 이 못생긴 두 사나이에게는 사람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상대가 자신보다 강하다 해도, 물러나지 않는 저돌성. 시합마다 최선을 다하는 사나이 근성. 이런 점들이 이 무섭게 생긴 두 사나이에게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가 아닐까.
그런데 하필이면 우리가 사랑하는 이 두 사람이 링 위에서 맞붙게 되었다. 아직은 시기가 아닌 거 같은데, 두 선수 다 아직은 아닌 거 같은데…. 기분이 묘하다. 어린 시절, 맛있는 사탕일수록 아껴서 먹었던 마음처럼 좀 더, 조금만 더, 있다가…했던 안타까운 마음이라면 적절한 비유가 될까? 두 선수의 시합은 투지와 근성이 충돌하는 시합이 예상된다.
UFC데뷔전에서 미들급과 헤비급의 시합이라고 느껴질 만큼의 체격적 열세와 시합중의 로블로우 공격에 대한 여파 그리고 한쪽 눈이 감긴 상태에서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정면 승부를 펼쳐 데뷔전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경기로 선정되는 걸 보면 과연 추성훈표 근성과 투지라고 말하고 싶다. 실바는 또 어떤가 투지와 근성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사람이 실바가 아닌가 모든 시합에서도 그렇지만 이전 프라이드 시절 헤비급 파이터인 크로캅과 마크헌트와의 시합에서도 충분히 보여준 바 있다.
현재 격투 팬들은 객관적으로 보아 '도끼 살인마' 실바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동양인 파이터에게는 단 한 번도 지지 않은 전적과 프라이드 미들급 챔피언 때의 강함을 생각해서 아직까지는, 추성훈이 실바의 벽을 뛰어넘기는 힘들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거 같다. 수많은 투사가 있지만 추성훈만큼 의외성이 많은 선수는 드물지 않나 싶다.
이전 데니스 강과의 시합 때도 많은 전문가는 당연히 데니스 강의 우세를 점쳤지만, 추성훈 특유의 타고난 파이터로써의 본능과 근성으로 보란 듯이 데니스 강을 이겨버렸고, 데니스 강은 "추와의 시합 이후로 내가 이상해졌다"고 말할 만큼 추성훈은 묘한 마력을 가진 선수라 하겠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고 있다가도 결국은 한방을 터트릴 것만 같은 이미지를 주는 타고난 싸움꾼인 그.
시합에 임하는 추성훈을 보면 먹이를 눈앞에 둔 맹수 같은 눈빛과 물러서지 않는 투지를 볼 때 그가 링 위에 뻗어 버리는 그림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내년 2월 맞붙게 되는 야수들의 전쟁은 두 야수에게 매우 중요한 경기일 것이다. 프라이드 미들급 챔피언으로 극강의 포스를 보여주다 UFC로 이적후 부진함을 보이는 실바로서는 UFC의 떠오르는 신성으로 불리는 추성훈을 이기며 건재함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추성훈의 경우는 엄청난 네임벨류를 가진 실바를 꺾음으로써 강자들이 우글거리는 UFC 미들급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들의 전쟁은 아직 다섯 달 정도 남았지만 격투계는 벌써 술렁이고 있다. 거칠것 없이 전진하는 이들의 시합생각에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둘의 시합에서 분명히 나올 한 명의 패자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그 누가 승자가 되더라도 승패를 떠나 수많은 격투팬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시합이 될 거라고 내 멋대로 상상을 해본다. 우리가 너무나 사랑하는 두 사람 이기에.
[사진ⓒ엑스포츠뉴스 변광재, 슈퍼액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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