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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건강한 김연아'가 선보인 프로그램의 완성도

기사입력 2009.10.12 16:58 / 기사수정 2009.10.12 16:5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06년 가을, 2006-2007 그랑프리 시리즈 에릭 봄파르 여자 싱글 부분에서 푸른 색 의상을 입은 가녀린 소녀가 '종달새의 비상'에 맞춰 그윽한 연기를 펼쳤다. 이 대회는 김연아(19, 고려대)가 시니어 무대에서 첫 우승을 거둔 대회였다.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첫 승을 올린 김연아는 그해 벌어진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아사다 마오(19, 일본 츄코대)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65.06의 점수로 3위를 기록한 김연아는 ‘종달새의 비상’을 깔끔하게 연기하며 119.14의 점수를 받았다.

프리스케이팅에서 1위를 차지한 김연아는 세계 정상에 올라섰다.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피겨 변방국에서 온 '주니어 챔피언'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07년 일본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는 피겨 역사에 길이 남는 '명연'을 펼쳤다. 음악의 선율과 스케이터의 움직임이 '혼연일체'가 된 '록산느의 탱고'가 선보이자 링크 장에 모인 대다수의 관중은 기립박수를 쳤다. 비거리가 높은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와 능수능란한 에지 기술, 여기에 스텝과 함께 이어진 트리플 러츠의 구성력은 피겨 전문가들을 경악시켰다.

하지만, 이때 김연아는 부상을 안고 있었다. 일반적인 거동조차 힘들 정도의 통증을 안고 빙판에 뛰어든 김연아는 최고의 연기를 펼치며 쇼트프로그램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부상의 악몽은 김연아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체력적으로 힘든 모습을 보인 김연아는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006-2007시즌은 김연아가 처음으로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해이자 가장 힘든 시즌이기도 했다. 고질적인 허리부상과 요통이 김연아를 끊임없이 괴롭혔기 때문이다. 또한, 이듬해인 2008년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는 또 다시 부상으로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5위에 머물렀던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선전을 펼쳤다. 프리스케이팅에서 1위를 차지하며 분전했지만 지난 시즌에 이어 또다시 3위에 만족해야 했다. 나름대로 값진 동메달이었지만 부상으로 인해 최상의 연기를 펼치지 못했다는 점은 김연아에게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었다.

점프와 스핀을 비롯한 각종 기술을 소화할 때, 미세한 통증은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준다. 비록, 진통제를 맞았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연속 3회전 콤비네이션을 시도하고 몸에 무리가 많이 가는 스핀을 구사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김연아는 기술과 표현력, 여기에 무대 장악력까지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지만 ‘최대의 적’인 부상의 지뢰밭은 피해가지 못했다.



2008-2009시즌은 김연아가 유일하게 큰 부상에 시달리지 않은 해였다. 철저한 몸 관리와 체계적인 훈련 스케줄을 소화한 김연아는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구사하기 시작했다. 김연아가 우승을 차지한 'Skate America'와 'Cup of China'에서 나타난 움직임은 2008 세계선수권과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김연아의 컨디션은 빙판을 차고 나가는 스피드에서 알 수 있다. 부상이 있난 상태에서도 김연아의 활주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없을 경우, 빙판을 치는 소리와 미끄러져 나가는 속도는 남자 선수를 방불케 한다.

활주에서 얻은 자신감은 곧바로 점프로 이어진다. 김연아는 2008-2009시즌에서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 점프의 성공률이 100%를 기록했다. 또한, SA 쇼트프로그램만 제외한 더블 악셀의 성공률도 백발백중을 기록했다.

심적인 부담감이 많았던 2008-2009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트리플 러츠와 살코에서 실수를 했지만 이 점프들의 성공률도 기복이 없었다. 여기에 스핀과 스텝, 그리고 스파이럴의 레벨이 정점에 올라서면서 김연아의 프로그램은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김연아가 구사하는 기술과 점프는 현역 선수들 중, 가장 안정감을 지니고 있다. 어릴 적부터 탄탄하게 익혀온 기본기는 각종 기술의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브라이언 오서를 만나고 난 뒤, 점프의 성공률이 높아졌으며 스텝과 스핀, 그리고 스파이럴까지 최고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가운데에서 김연아를 위협하는 최대의 적은 '부상'이었다. 올림픽 시즌을 앞둔 시점에서도 김연아 측이 가장 우려한 것은 '부상의 위협'이었다.

지난 8월에 벌어진 '아이스올스타즈' 공연차 내한한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은 이러한 점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때로는 (김)연아가 하는 연기에 대해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요. 가만큼 대단하다는 거죠. 모든 점에서 완벽한 스케이터가 바로 연아입니다. 연아에게 드는 걱정은 이것밖에 없어요. 너무 열심히 연습을 하다 몸에 탈이 나면 어쩔까 하는 걱정이죠. 연아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건강한 연아에 대한 신뢰는 100%라고 말할 수 있어요"

대회기간에 컨디션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프로그램과 더불어 김연아는 매일 건강 체크를 받고 있다. 또한, 열악한 국내환경을 벗어나 캐나다 토론토에 머물며 부담 없이 훈련을 하고 있는 점도 '건강한 김연아'를 완성하는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시즌, 여자 싱글 선수로는 최초로 200점 고지를 넘어서며 '월드 챔피언'에 올라선 최대의 성과는 김연아와 스텝들의 철저한 '몸 관리'에 있었다.

이번 시즌은 김연아가 건강하게 치르는 두 번째 시즌이다. 김연아는 지난 시즌, 부상으로 인해 완벽한 연기를 펼치지 못한 아쉬움을 말끔히 해소했다. 그리고 프로그램 완성도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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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김세훈 기자, 남궁경상 기자,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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