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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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①] '메노포즈' 신효범 "삶 놓고 싶었던 갱년기, 이젠 겸허해졌죠"

기사입력 2019.01.04 11:28 / 기사수정 2019.01.04 11:28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갱년기 하면 괜스레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말 못하고, 피해야만 할 것 같은 문제로 인식돼 있는 듯하다. 하지만 갱년기로 인한 우울증과 고민은 남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인생의 과정이다. 그런 면에서 압구정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메노포즈’는 우울증, 노화, 폐경 등의 심각한 주제를 유쾌하고 통쾌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가수 신효범은 성공했지만, 점점 늘어나는 건망증과 외로움으로 괴로워하는 전문직 여성 역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갱년기 증상을 실제로 겪었기 때문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단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들어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갱년기를 힘들게 겪었어요. 주변에 사람도 없고. 오롯이 혼자 버텼는데 의지가 강하니 버텼지, 가족이 있으면 혼자 두면 안 되는 병이에요. 달라진 내 모습 때문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생각, 미운 짓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온 힘을 기울여야 해요. 저는 여러 가지가 겹쳐 몸이 아팠어요.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고 삶의 질이 너무 떨어졌죠. 그때는 갱년기인지 몰랐어요. 왜 이렇게 아프고 우울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의미가 없지 했는데 몇 년 지나고 아, 갱년기구나 알았죠. '메노포즈'는 같이 무대에 서는 배우들이 비슷한 또래이고 할 얘기도 많을 것 같고 내가 겪은 이야기가 녹아있을 테니 먼 세계는 아니지 않나 해 (섭외를) 오케이 했어요. 재밌겠다 싶었죠.” 

중년여성 4인방이 백화점에서 시원하게 수다를 풀어놓는다. 한물 간 연속극 배우, 성공한 전문직 여성, 전업주부와 웰빙 주부까지 각기 다른 성격의 네 여자가 뮤지컬의 주인공이다. 살아온 배경은 달라도 공통된 고민을 지녔다. 중년 여성이면 누구나 겪는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콕콕 집어 속 시원하게 보여준다. 가족은 물론, 친구에게도 터놓고 말하지 못했던 고민을 대담하게 꺼내놓아 관객의 공감을 이끈다. 

“중년의 갱년기를 다룬다는 게 특색 있어요. 중년 여자 넷으로만 두 시간 넘게 하는 대범하고 특별한 뮤지컬이죠. 오히려 세미나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죠. 곡마다 공감해요. ‘정신머리 없는 것, 살이 찌는 것, 깜빡하는 것, 지난날 찬란했던 순간을 잃고 싶지 않은 것’ 그런 가사들이 재밌어요. 어차피 지나갈 건데 유쾌하게 푸는 게 좋았어요. 여성으로 반세기 살면서 느낀 것들이 내 어머니의 모습으로 투영되니 동질감이 들고 공감돼요. 엄마가 어떻게 살았을지, 그때 엄마가 어땠는지를 찰떡같이 알게 돼 시원하고 통쾌해요. 몇 년간 풀리지 않는 숙제가 풀리는 느낌이에요.” 

무대에서 즐겁게 연기하고 노래하는 신효범도 알고 보면 갱년기를 호되게 겪었다. 

“마흔 중반부터 갱년기 증상이 온 것 같은데 지금도 가끔 훅 떨어지고 몸 상태가 나빠지고 그래요. 갱년기일 때는 삶을 놓고 싶을 정도로 힘겨웠어요. 몸도 아프고 감정적으로도 컨트롤이 안 돼요. 그 상황에 맡기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내가 원하지 않는 생활 패턴도 갖게 되고 원하지 않는 행동도 하게 돼요. 자괴감도 들고 루저 같은 느낌도 들고 몸에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거라 어떻게 해도 안 돼요. 살이 찌고 우울하고 귀찮고 그런 게 의지로 안 되죠.

그전까지는 내 삶을 가꿔나갈 수 있었는데 갱년기는 다르더라고요. 내가 가진 룰이 바뀌어요. 이게 맞다고 생각한 게 아니게 되는 거죠. 가정을 가진 주부들은 조금 우울증이 덜할 수는 있겠지만 순간순간 발등에 쇳덩어리가 떨어지는 것처럼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워요. 옆에 사람이 들여다봐 주고 애정해주고 감싸 안아줘야죠.” 

단순히 두 번째 사춘기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덕분에 삶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털어놓았다. 

“개인차는 있지만 어느 정도 지나고 보니까 그 시간에 왜 있는지 대충은 알겠어요. 지나온 부분을 다시 보게 되고 겸손해지고 겸허해지고 삶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바뀌었어요. 몇 년간 (갱년기를) 겪으면서 정리해가는 시기에요. 무엇을 해왔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정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윤다희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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