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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①] '메노포즈' 황석정 "갱년기 오면 즐겁게 맞이해야죠"

기사입력 2019.01.03 14:24 / 기사수정 2019.01.03 14:24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일상 속에 느닷없이 찾아온 갱년기. 직업과 성격, 환경은 각기 달라도 비슷한 감정과 고민을 느낄 터다. 압구정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메노포즈’는 이 시대 모든 여자의 이야기를 그려 호응을 받고 있다. 2001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 후 미국 450개 이상의 도시, 전 세계 15개국에서 공연했다. 폐경기를 맞은 중년 여성의 에피소드를 어둡지 않게, 유쾌하게 담아냈다. 

배우 황석정은 60년대를 동경하는 채식주의자로, 귀농해 남편과 함께 살지만 불면증에 시달리는 웰빙주부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그는 “예전에는 나도 불면증이 있었다. 인생이 허무해지고 앞으로 뭘 할까 생각하면 걱정되고 잠이 안 왔다”며 공감했다. 

“연기하기 너무 어려워요. 이 역할이 왜 내게 왔을까 했죠. 연출님에게 희한하다 했더니 배우들이 되게 곤란해하는 역이래요. 원래 미국 작품이잖아요. 70년대 히피 문화 속 집시여자 같은 캐릭터예요.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고 자연을 찬양하고 명상하는 자연주의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무리가 있는 거죠. 뭐라고 꼬집을 수 없어 여배우들이 기피하는 역할이었대요. 얼굴이 자연스러워서 캐스팅됐나? (웃음) 처음에는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했는데 생각하다 보니 나무를 좋아하고 내 꿈이 농장을 갖는 거고 나이도 갱년기만큼 들었더라고요. 열심히 살았는데 허무하기도 하고. 결혼한 것 빼고는 내 이상과 비슷하게 닿아있더라고요. 뭘 억지로 끄집어내려 하지 말고 나와 크게 다를 바 없으니 그냥 하자 라는 생각이었죠.”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폐경 혹은 폐경기는 단순히 출산의 가능성이 없어진 걸 의미할 뿐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부정적인 용어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 작품은 폐경을 마치 여자의 삶이 모두 끝난 것처럼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과 시선을 조금이나마 없애준다. 배우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동안 폐경기는 인생의 끝이 아니라 인생의 완성기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몸의 변화라든지 호르몬 같은 얘기를 공적으로 못하잖아요. 그런 얘기를 즐겁게 하는 작품이에요. 가공된 일이 아니라 있는 일이잖아요. 같이 공감해야 하고 잘 도와줘야 하는 일인데 무슨 중세시대도 아니고 아직도 (편견이) 남아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이 의미가 있어요. 공연을 하다 보니 ‘메노포즈’가 끝나면 바로 폐경이 올 것 같아 불길하거든요. (웃음) 오면 즐겁게 맞이해야지 해요. 사고를 전환해주는 좋은 작품이죠. ‘내가 얼마나 아픈 줄 알아!’라고 주입식으로 외치면 남자들은 ‘내가 더 아파’라고 할 거예요. 웃고 노래하고 즐기면서 저절로 (갱년기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하게 해줘요.”

갱년기를 겪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기억력 상실과 외로움, 불면증 등 폐경기라는 심각한 주제를 코믹하고 통쾌하게 풀어낸다. 작품 속 중년 여성의 감정 표현이 반갑다. 황석정은 “미리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중년 여성뿐만 아니라 젊은이들, 또 남자들도 함께 관람할 것을 추천했다. 

“갱년기에 관심도 없다가 이 작품을 하면서 미리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잘 넘어갈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위안이 돼요. 갱년기가 아직 오지 않은 사람들도 갱년기인 이들을 이해하며 자신도 대비할 수 있어요. 아들은 여자의 고통, 엄마를 이해하고요. 남편도 부인뿐만 아니라 자신을 이해할 수 있죠. 가족이 다 같이 보면 좋을 거 같아요. 

남자 관객도 시원하고 통쾌했다더라고요. 남자도 무게감이나 힘든 부분은 똑같이 겪는 거로 생각해요. 여자만 겪고 그런 게 어디 있겠어요. 어떻게 보면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더 힘들 수도 있고요.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인생의 사춘기처럼 넘어가는 시점이잖아요. 신체적인 아픔도, 정서적인 굴절도 있을 거고 당연히 남자들도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위로를 받지 않을까 해요. 남자들의 갱년기를 다루는 작품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윤다희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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