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현 인턴기자] 올해도 극장가는 재개봉 열풍이다.
12월에만 '브로크백 마운틴', '어거스트러쉬', '트와일라잇', '러빙 빈센트', '트루먼쇼'까지 다섯 편의 영화가 재상영되면서 많은 영화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감동을 선사했다.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영화관만큼의 선명한 화질과 빵빵한 사운드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게 바로 재개봉 영화를 찾는 이유가 아닐까. 이에 그때 그 감동과 재미를 재연해주길 기대하는 '재개봉 희망 영화'를 꼽아봤다.
▲ 정통 하이틴 로맨스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1999)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는 정통 하이틴 로맨스라고 불리는 영화다. 까칠하지만 속 깊은 냉미녀 캣(줄리아 스타일스)과 터프가이 남학생 패트릭(히스레저)의 로맨스를 그린다. 영화 '본' 시리즈의 니키 파슨스 역을 맡은 줄리아 스타일스를 비롯해 히스 레저, 조셉 고든 레빗의 풋풋한 시절을 엿볼 수 있다.
영화에서 카메론(조셉 고든 레빗)은 비앙카(라리사 올레이닉)와 데이트를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비앙카의 집안은 엄했고, 독특한 규칙이 존재했다. 바로 언니인 캣이 데이트를 해야 비앙카도 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캣은 데이트에 관심이 없다. 이에 카메론은 비앙카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상남자' 패트릭에게 돈을 줘 캣을 꼬시도록 시킨다.
다소 뻔한 스토리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생작'으로 꼽는 이유는 히스레저의 매력 때문이다. 히스레저의 매력에 빠지면 그의 곱슬거리는 단발머리조차 섹시하게 보인다. 히스레저가 연기하는 패트릭은 터프가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는 한없이 부드럽고 상냥하다. 패트릭은 캣의 마음을 얻기 위해 깜짝 이벤트를 여는 로맨티시스트다. 그는 운동장에서 캣을 향해 감미로운 목소리로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부르며 춤을 춘다. 학교 관리인들에게 쫓기면서도 그는 노래를 이어가 엉뚱한 매력을 발산했다.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의 또 다른 매력은 공감가는 대사에 있다. 캣은 자신을 가지고 논 패트릭에 대한 마음을 담은 시를 썼다. 그녀는 "난 당신이 하는 말도 머리 모양도 싫어요. 차를 모는 방법도 쳐다보는 눈길도 싫어요"라며 패트릭이 싫은 이유를 열거하다 마지막에 "그중에서도 제일 싫은 건 당신이 싫지 않은 거예요. 하나도, 정말 하나도 좋은 게 없어요"라고 덧붙였다. 이 대사는 '상대를 싫어하고 싶어도 싫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매력적인 캐릭터와 공감가는 대사들이 담긴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가 재개봉한다면 사람들이 다시 히스레저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속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 청춘의 패기 '싱스트리트'(2016)
'싱스트리트'는 '원스'와 '비긴 어게인'을 만든 음악영화의 대가 존 카니 감독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인 영화다. 꿈을 좇는 청춘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속 코너(페리다 윌시-필로)는 어려워진 가정형편으로 전학을 간다. 그가 간 학교는 규칙이 엄했고, 학생들은 코너를 괴롭혔다. 그러던 어느 날 코너는 라피나(루시 보인턴)을 보고 첫 눈에 반한다. 그리고 모델을 꿈꾸는 라피나를 꼬시기 위해 그녀에게 밴드를 하고 있다고 거짓말하며 뮤직비디오 출연을 제안한다. 라피나가 승낙하자 코너는 친구들과 부랴부랴 밴드를 결성한다. 처음에는 라피나를 꼬시기 위해 만든 밴드였지만 코너는 점점 음악과 자신의 밴드를 사랑하게 된다.
'싱스트리트' 속 코너는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밴드를 결성한 순수한 인물이며, 라피나는 자신의 꿈을 위해 못할 것이 없는 당당한 매력의 소유자다. 이렇게 전혀 다를 것 같은 두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었으니, 바로 대담하고 발칙한 청춘이라는 점이다.
코너는 갈색 구두를 신었다고 혼이 날 만큼 엄격한 학교에 다니지만, 밴드를 결성한 뒤 학교에 화장을 하고 가는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인다. 라피나는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수영도 못하면서 바다에 뛰어든다. 코너가 라피나의 돌발 행동에 놀라자, 그녀는 "절대 적당히 해선 안 돼"라며 꿈에 대한 열정을 내비쳤다.
꿈을 위해 점점 다가가고 있는 코너는 학교에서 "당신이 대체 뭔데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지. 자기는 치마 입고 있으면서 갈색 구두는 안된다 말하지. 내 화장을 지울 만큼 자신은 남성적인가"라는 파격적인 가사를 담은 노래를 불러 학교에 대한 반항심을 드러냈다. 또한 엔딩에서 코너와 라피나는 각각 데모 테이프와 포트폴리오를 들고 더 큰 세상을 위해 무작정 영국으로 떠난다.
이렇듯 코너와 라피나의 패기의 근원은 꿈이었다. 이들은 청춘이기에 꿈을 위해 무모한 일을 벌이고 도전할 수 있었다. '싱스트리트'가 재개봉된다면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안주하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강력한 한 방을 날릴 것으로 보인다.
▲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학창시절의 첫사랑을 떠오르게 만드는 영화다. 영화는 사고뭉치 커징텅(가진동)과 그의 친구들이 션자이(천옌시)를 좋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많이 어설프고 부족했고 그래서 이뤄지지 않은, 전형적인 첫 사랑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그래서 영화를 본 사람들은 "첫사랑이 떠오른다"며 그 시절을 회상하고 영화에 공감한다. 특히 커징텅과 션자이의 첫 데이트 장면이 인상깊다. 커징텅은 션자이와 풍등을 날리다 "널 좋아한다"고 마음을 고백한다. 이에 션자이가 대답을 하려고 하자, 커징텅은 션자이의 대답을 듣는 걸 거절한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처럼 널 좋아하게 해줘"라며 일방적인 고백으로 끝낸다. 순수하지만 겁이 많았던 그 시절의 우리 모습 같다.
션자이와 커징텅의 사고방식이 다른 부분도 공감 가는 대목이다. 커징텅은 션자이에게 멋있어 보이기 위해 격투기 시합에 나가지만, 션자이는 그런 커징텅이 유치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른이 돼 갈 때 가장 잔인한 건 여자는 남자보다 성숙하고 그 성숙함을 견딜 남자는 없다는 것이다"라는 내래이션이 흘러 나온다.
영화를 제작한 구파도 감독의 어린 시절을 모티브로 제작됐다는 점도 여운을 더한다.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가 다시 상영되면 '건축학개론'을 잇는 첫사랑 영화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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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kimjh934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