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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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패배의 원인, '결장'과 '흐름'

기사입력 2009.09.24 15:15 / 기사수정 2009.09.24 15:15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주전급 선수들의 결장과 경기 흐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경기였다.

카타르 도하에서 24일 새벽 0시 45분(한국 시각)에 열린 움살람(카타르)과의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FC서울은 전반의 두 골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3으로 역전패했다. 세뇰 귀네슈 서울 감독은 경기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부상자도 있고 날씨도 덥지만 핑계가 될 수 없다."라고 밝혔지만, 적어도 주전급 수비수들의 결장은 패배에 대한 '핑계'는 아니더라도 결정적인 '원인'은 되고 말았다.

서울은 중원에서 수비의 1차 저지선 역할을 해주던 김한윤을 비롯해 중앙 수비수 김치곤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고, 설상가상으로 수비의 중추적 역할을 하던 박용호까지 부상으로 이번 원정 길에 오르지 못했다. 서울로선 전술적 변화가 불가피했고, 결국 귀네슈 감독은 기존의 공격적인 전술보다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선택했다.

평소 수비 뒷공간을 자주 노출하는 문제점을 보여왔던 서울은 마그노, 다비, 파비오 등 개인기와 침투 능력이 좋은 브라질 출신 상대 공격수에 대비하기 위해 전방에서부터 압박을 가하고, 안태은-김치우 좌우 풀백이 오버래핑을 최대한 자제하며 상대의 측면 공격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김치우는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이는 대신 측면을 최대한 견고히 하는데 주력했다. 평소 뛰던 측면 대신 중앙 수비로 기용된 아디는 빠른 스피드와 개인기를 바탕으로 움살랄의 공격을 봉쇄했다.

서울의 수비에 측면이 봉쇄된 움살랄은 중앙에서 한번에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패스를 시도했지만 이를 중점적으로 커버하는 아디의 움직임과 골키퍼 김호준의 '스위퍼 역할'에 막히며 헛심을 뺐다.

반면 공격에서도 서울은 서두르지 않고 후방에서부터 차근차근히 빌드업(build-up)을 거치며 상대를 압박해왔다. 특히 미드필드와 수비라인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한 것이 안정적인 경기운영의 열쇠가 됐다.

김한윤의 결장으로 평소 플레이메이커로서 적극적으로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가던 기성용이 조금 처진 위치에서 수비를 신경 쓰는 대신, 정조국과 데얀 투톱은 전방에 머물지 않고 꾸준히 2선까지 내려오며 포스트 플레이를 통해 측면의 고명진과 김승용을 활용하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그로 인해 미드필드 중앙에서 기성용과 고요한은 공수 밸런스를 무너뜨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면서 중원에서의 우위를 확실히 지켜나갈 수 있었다.

덕분에 중동 특유의 무더운 날씨와 홈 텃세 등이 염려된 가운데에서도 전반전까지 이날 경기의 분위기는 완전히 서울 쪽이었다.  물론 선제골이 일찌감치 터진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이처럼 탄탄한 수비와 조직력 덕에 서울은 공격이 평소보다 덜 예리했음에도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친 끝에 정조국의 연속골에 힘입어 전반을 2-0으로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의 후반전에 들어서며 서울은 우려했던 암초와 예상치 못한 덫에 모두 걸리며 무너지고 말았다.

중동의 무더운 날씨와 장거리 원정으로 인한 체력적, 정신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 적절한 타이밍의 교체선수를 통한 수비의 강화가 필요했지만 서울엔 얼마 전 열린 대한민국-호주 경기의 김남일처럼 수비에서 새롭게 힘을 실어줄 교체 선수가 없었다. 김한윤, 김치곤, 박용호 외에도 한태유까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까닭이었다. 결국, 수비진이 한 순간 집중력을 잃으며 스피드가 좋은 마그노에게 오프사이드 트랩이 뚫려 너무 넓은 수비 뒷공간을 내주고 말았고, 이는 상대의 만회골로 이어지고 말았다.

더군다나 평상시 중원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가져가고 날카로운 전진패스를 공급하던 기성용이 계속해서 수비에 치중하고, 데얀과 김승용이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어들자 시간이 갈수록 서울의 공격 루트는 점점 단순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서울은 스피드가 좋은 어경준과 이상협을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기성용이 적극적인 플레이메이킹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이 측면을 헤집으며 공격 루트를 개척해 나가는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안태은이 오랜만에 공격 가담을 하며 수비 여러 명을 제치고 그림 같은 중거리 슛을 성공시키며 귀네슈 감독의 작전이 성공하는듯했으나,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 안쪽에 정확히 떨어진 공을 심판진이 노골로 판정하며 서울은 심리적으로도 동요되기 시작했다.

특히 피해의 당사자인 안태은은 노골 선언 이후 전체적인 플레이가 흔들리며 평소에 지적받던 불안한 수비가 다시 드러나고 말았다. 또한, 수비진을 중심으로 다른 선수들까지 집중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경기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서울은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2분 만에 어이없이 두 골을 허용하며 2-3 역전패의 멍에를 쓰고 말았다.

서울로선 명백한 득점이 인정되지 않아 주전들의 공백을 잘 메운 전술적 노력과 원정 승리마저 물거품으로 만든 '눈 뜨고 코 베인' 상황이 안타까울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 1주일 뒤에 벌어질 8강 2차전은 서울의 홈에서 열리고, 그때까지 김치곤, 김한윤, 박용호 등 수비 자원들도 속속 복귀할 것이다. 더군다나 물론 이겼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원정에서 두 골이나 넣은 점은 홈 경기에서의 경기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동의 심판 텃세에 손해를 본 느낌인 서울. 그러나 진정한 챔피언은 결국 실력으로 말하면 되는 것이다. 서울로선 이번 패배를 자만심을 경계하고 긴장감과 집중력을 유지하는 계기로 삼아 홈에서 4강 진출의 기쁨을 더욱 짜릿하게 느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 대한민국 축구의 위용을 떨칠, 서울 그리고 포항

'독'이 되어버린 최효진의 공격가담 

[ACL] 서울의 움살랄전 '승리의 키워드' 아디 

[사진=(C) 엑스포츠뉴스 남지현 기자]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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