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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 Letter] '괴물' 김영후 딜레마와 허정무의 선택은?

기사입력 2009.09.11 17:32 / 기사수정 2009.09.11 17:32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현재 K-리그에서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선수는 누구일까? 득점 1위 이동국도 아니고 도움 1위 에닝요도 아니다. 바로 강원 FC의 '수퍼루키' 김영후다.

강원의 에이스 '괴물' 김영후는 최근 멋진 활약을 보여주며 자신이 대표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현재까지 20경기(컵대회 포함 23경기)에서 13골 7도움을 기록하며 경기당 한 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는 김영후는 어느새 득점과 도움 부분에서 각각 2위를 달리며 다재다능한 면을 과시하고 있다.

내셔널리그에서 골 폭풍을 일으키며 올 시즌 신생팀 강원에 둥지를 튼 김영후는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K-리그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K-리그보다 한 단계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63경기에서 60골을 기록한 가공할만한 득점력은 K-리그에서도 주목받을만한 경력이었다.

그러나 K-리그는 만만치 않은 곳이었고 큰 기대에 따른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득점포는 계속해서 침묵했다. 게다가 시즌 초반에는 팀 동료 윤준하와 인천 유나이티드 유병수의 활약에 묻혀 자신을 향하던 스포트라이트는 점점 그들에게 옮겨가고 있었다. 심지어 신인왕 라이벌로 꼽히는 유병수가 지난 6월 중동 원정을 앞두고 허정무 감독의 호출을 받아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르며 한발 앞서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괴물'의 본능을 오랫동안 잠재우기는 어려웠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자 곪았던 여드름이 터지듯이 골이 폭발했다. 6월 21일 성남전을 시작으로 10경기에서 무려 11골을 기록하며 물오른 득점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활약에 많은 이들이 김영후를 대표팀에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자도 K-리그 최고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는 김영후의 대표팀 발탁론을 주장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K-리그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준 선수라면 누구라도 대표팀에 합류할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허정무 감독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부터 허정무 감독의 고민은 시작된다.

대표팀은 이미 박주영-이근호 투톱이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근호가 최근 부진에 늪에 빠졌지만 경기장 전후좌우로 넓은 활동량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공격수 중의 한 명이기에 활용도가 매우 높은 선수다. 특히 절정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박주영과의 호흡면에서도 매우 뛰어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어찌 보면 허정무 감독이 'K-리그 득점 선두' 이동국을 발탁하는 것에 주저한 이유도 이동국의 자질을 의심해서가 아닌 박주영-이근호 투톱에 대한 신뢰가 뚜렷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열심히 뛰는 성실한 이동국의 모습을 원한 것도 사실이지만 '박주영-이근호' 투톱이 적어도 현재까지는 허정무 감독의 플랜A로 자리 잡고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대표팀 감독은 대게 자신이 원하는 전술의 밑바탕을 토대로 선수들을 구성하게 된다. 그렇지만, 곧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밑그림을 완성 시켜줄 선수를 찾기란 매우 어려운 현실이고 '귀화'를 제외한다면 클럽팀과 달리 자신의 입맛에 알맞은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표팀 감독은 자신이 구상하는 최적의 전술을 시도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고 차선책을 선택한다. 직접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며 선택한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전술을 구사한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대표적이다. 히딩크 감독은 부임 초기에 자신이 원하는 포백 전술을 한국 축구에 도입했지만 당시 포백에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결국, 히딩크 감독은 스리백으로 전환했고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최고의 성적을 일궈냈다.

모든 사람들이 김영후를 대표팀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본인이 생각하는 최적의 포메이션을 구축한 상태에서 선수들을 지켜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보는 관점과 확연히 다르다.

제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자신의 전술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굳이 선발할 필요가 없다. 물론, 김영후가 허정무 감독이 원하는 선수가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적어도 현재까지 정황을 고려했을 때 그럴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아마도 지네딘 지단과 같이 팀의 전술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감독이 정한 전술의 틀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다소 논란이 있겠지만 현재까지 허정무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자신이 원하던 4-4-2 전술을 성공적으로 도입시켰고 이청용과 기성용 같은 전도유망한 젊은 선수들을 대표팀의 중심으로 키워냈다. 그 결과 월드컵 7회 연속 본선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았고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와 호주를 연달아 꺾으며 25경기 무패행진까지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의 감독을  맡았던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은 3-3-3-1포메이션을 끝까지 고집하며 당시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명성을 날리던 에르난 크레스포를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의 백업으로밖에 활용하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는 최고의 투톱을 보유한 아르헨티나가 투톱 전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지만 비엘사 감독의 고집으로 한 명의 자원밖에 사용할 수 없었고 결국 아르헨티나는 죽음의 조에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남아공 월드컵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9개월로 절대로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  그렇다고 새로운 선수들의 시험을 멈춰선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며 그 중 가장 눈여겨볼 선수가 김영후라는 것 역시 잘 알 것이다. 허정무 감독은 비엘사와 달리 눈과 귀를 닫은 고집불통이 아니다. 자신의 소신이 뚜렷하지만 소통의 여지는 남겨두었다.

축구 대표팀은 다음달 14일에 아프리카의 강호 세네갈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있다. 김영후는 최근의 상승세를 발판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선택은 허정무 감독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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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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