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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작품 속 연기는 항상 남는 법"…배우 김인권이 달리는 이유

기사입력 2018.10.23 07:30 / 기사수정 2018.10.29 20:06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브라운관과 스크린 속에서 경계 없는 다양한 얼굴로 시청자와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배우 김인권은 현실 속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득 자랑한다. 그런 그에게 영화 '배반의 장미'(감독 박진영)는 연기에 있어 또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었던 도전의 현장이었다.

18일 개봉한 '배반의 장미'는 슬픈 인생사를 뒤로하고 떠날 결심을 했지만 아직 하고픈 것도, 미련도 많은 세 남자와 한 여자의 아주 특별한 하루를 그린 코미디. 김인권은 삶에 지쳐 한날한시에 세상을 떠나기 위해 비밀 클럽을 만든 아이디 '최후의 불꽃' 병남을 연기했다.

병남의 '긴급 정모 공지'에 한때 잘나갔지만 이제 한물 간 시나리오 작가인 '인생은 미완성'(정상훈 분), 대학 입시만 4년째 준비 중인 '행복은 성적순'(김성철), 미스터리한 매력의 마지막 멤버 '배반의 장미'(손담비)가 합류해 예측하지 못했던 하루를 펼쳐간다.

특히 김인권이 연기한 병남은 가족과 회사를 위해 하얗게 불태운, 인생에 지친 가장으로 등장한다. 전혀 의도치 않았던 사건으로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된다.

영화의 시작도 이렇듯 절박한 상황에 놓인 김인권의 모습이다. '배반의 장미'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인권은 "너무 많이 튀어서도 안 되는 캐릭터였어요.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다 보니, 코미디의 수위를 조절해야 했고요. 자살을, 또 생명 자체를 희화화하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어요"라고 말을 시작했다.


김인권의 말처럼, 병남 캐릭터는 미묘한 표현의 선을 지키며 조심스럽게 연기해야 하는 지점이 컸다. 김인권은 "병남의 아픔을 희화화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했죠. 생명에 대한 존중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병남이 가진 슬픔의 리얼리티는 유지해야 했어요"라고 함께 전했다.

저예산으로 제작된 '배반의 장미'는 14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세트장과 경남 창원 등에서 촬영됐다. 이런 공간과 시간의 상황들이 김인권에게는 '정말 하고 싶던 작업'의 하나였다.

"공간이 한정될수록 디테일이 더 중요해지죠. 정말 하고 싶었던 작업이었어요. 이 자체가 한 신이 되는 것이잖아요. 한 호흡으로 쭉 가야 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방심해서 정서가 달라져있거나 하면 힘이 빠지게 되거든요. 그 감정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고요. 갑자기 미모의 여인에게 흔들리는 비현실적인 코미디가 나오면서 그 수위를 살짝 넘나들었다가, 또 관객에게 이 사람들이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서스펜스를 주기도 해야 했죠. 그런 연기를 하는 재미가 분명히 있었어요."

김인권은 영화 속 자신의 역할에 대해 '다른 이들이 마음껏 리얼리티에서 벗어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는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아주 미세하게, 눈에 확 띄지는 않을 수 있지만 이렇게 서로의 협업이 잘 이뤄지면서 리얼리티와 코미디를 잘 유지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라는 평도 이어졌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다시 짚었다. 김인권은 "손담비 씨가 연기하는 이미지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죠. 이미지 덕분에 세 남자들의 생각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남자에게 있어서 여자는 생명이다', '남자들은 여자를 통해 구원받을 수 있다'라는 뜻이 전달됐으면 좋겠어요"라고 설명했다.

"이 영화의 원작이 꽤 오래된 작품이다 보니 시대적인 배경도 옛날이긴 해요. 또 원작이 영화화되는데 있어서 그 사이 한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급속하게 첨단화돼버린 느낌도 있죠. 정서적인 부분도 물론이고요. 그래서 다소 시대적인 느낌도 멀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지만, 조금 더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웃음)"


또 김인권은 "영화가 어떻다 하더라도, 그 작품에서 배우가 했던 연기는 남는 법이잖아요. 영화를 통해서 다들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죠"라고 따뜻한 면모를 내보였다.

'배반의 장미'를 통해 '배우 김인권'을 다시 한 번 눈여겨 봐줬으면 한다는 솔직한 마음도 이야기했다.

김인권은 2016년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 2017년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를 비롯해 영화 '히말라야'(2015), '고산자, 대동여지도'(2016), '비밥바룰라'(2018), '물괴'(2018)로 관객들을 만난 데 이어 개봉 예정, 또 촬영을 앞두고 있는 영화 '레전드', '순이', '이 세상을 사는 법', '장사리 9.15' 등 쉼없이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병남이를, 또 김인권이라는 배우를 잘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사실 병남의 입장에서 보면, '배반의 장미' 이야기는 정말 슬픈 코미디거든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로서 갖고 있는 고민을 병남의 시선으로 볼 수 있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오셔서 웃고 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죠. 저 역시도 대중에게 조금이라도 웃음과 감동을 드릴 수 있다면, 늘 다른 캐릭터로 앞으로도 지금처럼 쭉 달려가고 싶습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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