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20:25
스포츠

레반테부터 베티스까지…'강등을 부르는 사나이' 세르히오 가르시아

기사입력 2009.07.30 08:40 / 기사수정 2009.07.30 08:40

조용운 기자



거대한 아프로펌과 강등의 귀재, 각 리그마다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선수와 감독이 한두명쯤 꼭 있기 마련이다. 축구 실력은 물론 자신만의 개성으로 주목받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오트마 히츠펠트와 파비오 카펠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아마도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두 감독답게 가는 클럽마다 우승으로 이끈 '우승을 부르는 사나이'라는 점일 것이다.

히츠펠트(現 스위스 감독)는 1990년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 뮌헨을 지도하면서 2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96/97 도르트문트, 00/01 뮌헨)과 6번의 분데스리가 우승(도르트문트 2회, 뮌헨 4회)을 일궈냈고, 카펠로(現 잉글랜드 감독) 역시 AC 밀란과 레알 마드리드, AS 로마를 지도하며 세 클럽 모두 우승으로 이끈 최고의 명장이다.

이외에도 거스 히딩크(現 러시아 감독)라든지 마르첼로 리피(現 이탈리아 감독) 역시 우승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감독들이다. 이렇듯 축구계에는 맡았다 하면 우승으로 이끄는 마법사가 많다.

그렇다면, 이들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강등을 부르는 사나이'는 과연 누구일까?

웃을 수도 그렇다고 울 수도 없는 특이한 캐릭터를 갖게 된 주인공은 레알 베티스의 세르히오 가르시아다. 가르시아는 1983년 카탈루냐 바르셀로나 출신으로 FC 바르셀로나의 유스 과정을 거치며 성장했다.

바르셀로나 B에 소속되어 많은 골을 기록하며 기대를 모은 가르시아는 2003 UAE 세계 청소년 월드컵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페르난도 토레스와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 등 '스페인의 미래'라 불리던 선수들이 불참하며 전력이 약하다고 평가받았지만 대회에서 3골을 기록하며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함께 스페인을 준우승으로 이끈 선수가 바로 가르시아다.

기대를 모으며 03/04시즌 바르셀로나로 올라왔지만 라 리가 무대는 이전에 뛰던 무대와 달랐고, 단 4경기에 출전해 골을 기록하지 못한 가르시아는 04/05시즌 레반테로 임대를 떠났다. 이때부터 가르시아의 '강등기'가 시작된다.

약 40년 만에 라 리가로 승격한 레반테는 라 리가 무대의 무서움을 몸소 겪으며 9승 10무 19패를 기록, 18위로 강등을 당한다. 하지만, 강등된 클럽에서 31경기에 출전해 7골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준 가르시아는 05/06시즌을 앞두고 레알 사라고사로 완전 이적한다.

당시 사라고사는 01/02시즌 강등을 당한 후 1시즌 만에 라 리가에 복귀해 전력을 재정비하던 상황이었다. 사라고사의 상황과 잘 맞아떨어진 가르시아는 이적 첫 해부터 공격진에서 활약하기 시작한다.

사라고사 역시 06/07시즌 중위권을 탈피하고 6위까지 치고 올라오며 신흥 강호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당시 발렌시아에서 데려온 파블로 아이마르가 완벽히 적응하며 히카르두 올리베이라-디에고 밀리토-가르시아로 이어진 최고의 공격진에 파괴력을 더해 내심 챔피언스리그 진출까지 노렸던 07/08시즌이었다.

하지만, 사라고사는 시즌 마지막 믿기 힘든 일이 겪게 된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등 강호들을 위협할 것으로 예견되던 사라고사가 강등을 당하게 된 것이다. 많은 사람의 예상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 2008년 5월, 사라고사의 강등을 알리는 엘 문도 데포르티보 기사

레반테에 이어 사라고사까지 강등시킨 가르시아였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이 성장한 시즌이었다. 이를 입증하듯 유로 2008 직전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에 막차로 합류한 가르시아는 그리스와의 조별 경기에서 다니엘 구이자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세군다에서 뛰기 아까운 실력을 선보였다.

유로 2008이 끝난 후 리버풀과 토트넘 홋스퍼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다수 클럽이 가르시아 영입을 원했지만 가르시아는 라 리가의 레알 베티스를 선택한다. 08/09시즌을 앞두고 아실 에마나, 메흐멧 아우렐리오 등과 함께 베티스 재건에 동참한 가르시아는 지난 1월, 사라고사 시절 좋은 호흡을 보여줬던 올리베이라까지 베티스에 합류하며 이번에는 강등을 피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가르시아의 힘이었을까? 베티스는 37라운드까지 16위에 위치하며 강등과 거리를 두었지만 마지막 38라운드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사이 밑에 있던 클럽들이 승리를 거두며 극적으로(?) 18위까지 떨어졌다. 당시 17위인 헤타페와 승점, 상대 전적까지 같아 골득실(헤타페 -6, 베티스 -7)까지 따진 베티스는 단 1골 차이로 강등을 당하며 가르시아의 박복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 2009년 5월, 베티스의 강등을 알리는 마르카 기사

따라서 현재 가르시아는 라 리가가 아닌 세군다에 속해있다. 하지만, 라 리가 복귀 역시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지난 28일(한국시간), 마르카에 "올 시즌 승격한 세레스가 2002년 부정 회계로 인해 문제가 되고 있다. 가능성은 적지만 세레스의 승격이 취소된다면 베티스가 올라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기사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과 별개로 라 리가 복귀가 점쳐지는 가장 큰 이유는 가르시아의 실력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지난 2번의 강등에도 불구하고 세군다가 아닌 라 리가에서 뛰었다는 점 역시 가르시아의 이적에 무게를 두고 있는 측면이다.

2005년 레반테, 2008년 사라고사, 2009년 베티스까지 이적만 하면 클럽이 강등당하는 가르시아. 다음 시즌 베티스에 잔류해 라 리가로 승격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아니면 다른 클럽으로 이적해 또 한 번의 강등기를 보여줄지 다가올 09/10시즌 가르시아의 활약을 주목해보자.

[사진 ⓒ 엘 문도 데포르티보, 마르카 홈페이지 캡처]



조용운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